(저녁 8시)
아내가 거실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윗집에서 쿵쾅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는 천정을 쳐다보며 두통이 있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밤 11시.)
아내: (쇼파에 앉아 타이핑하다 시끄러운 천장을 바라본다) 하...
남편: (현관문을 열며) 나 왔어. (대답 없는 아내를 살피며) 왜? 왜? 무슨 일 있어?
아내: (천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자기 이 소리 안 들려?
남편: (윗집에서 들리는 소리를 한참 듣고는 대수롭지 않게) 에이.. 아파트 생활하다 보면 다 그렇지 뭐. 윗집 애들도 어리더만. (겉옷을 벗으며 작은 방으로) 당신이 그러려니 해.
아내: 윗집 애들이 얼마나 뛰는지 알아? 아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벌떡 일어나며) 안되겠어!! 더 이상은 못 참아! 올라가서 한마디 해야겠어!(현관쪽으로 몸을 향한다.)
남편: (다급히 달려와 아내를 억지로 쇼파에 앉히며) 워워워. 에이. 아니 애들 키우다 보면 어쩔 수 없는 거 당신도 잘 알잖아. 이런 거 듣기 싫으면 아파트에서 못살아. 단독주택 이사 가야지 뭐..
아내: 나랑 지금 싸우자는 거지? 지금? 이건 생활 소음 수준이 아니잖아! 이 시간까지 애들이 저러면 부모가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남편: 그건 그런데 소음이 꼭 윗집에서 나는 소리가 아닐 수도 있다잖아.
아내: 바로 머리 위에서 쿵쿵대는데 윗집이 아니라고?! (천정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건 그냥 윗집이야. (천장을 보며) 지금 12시가 다 되어가는데!? 정말 미쳐버리겠네!! (벌떡 일어나며) 안되겠어 올라가서 좀 조용히 해달라 얘기 좀 하고 와야겠어.
남편: (질질질 붙잡으며?)아! 여보, 여보. 당신이 참아. 이 시간에 어딜 올라가(아내를 달래며)
옥신각신 (아파트 대문 또는 아파트 전경)
아내: 아! 놔. 붙잡지마. 남편: 에헤. 왜그래. 이웃끼리. 좀 참고 살아야지. 아내: 그게 어느 정도여야지. 스트레스 받아서 미치겠어. 남편: 어쩌겠어. 조금씩 서로 이해해야지. 당신이 너무 예민해서 그래. 아내: 장난해? 이게 예민한 문제야?
(페이드아웃)
며칠 후.
남편: (소파에 누워 폰을 보다 시끄러운 윗집 소리에 인상을 쓰며 일어난다.) 아이 씨.. 이 시간에 뭐 하는 거야? 지금?
아내: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다 남편을 바라보며) 왜?
남편: 이거 윗집 애들 뛰는 소리 맞지?
아내: (가만히 듣다가) 맞네. 윗집.
남편: 아니, 해도 해도 너무 하네 진짜!!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아직도 저러냐고!!
아내: 거봐! 전에는 나보고 참으라고 하더니..
남편: 안되겠어. 내가 지금 올라가서 아주 개지랄을 떨던가 해야지!!(중문을 연다)
아내: (남편을 말리며 중문 닫는다.) 왜 이러실까? 내일 내가 관리실에 얘기해 볼게. 알아 보니까 그게 함부로 올라가면 법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
남편: (다시 중문을 연다) 법? 무슨 법? 그딴 법은 개나 줘 버리라고 해. 아니 이래서 오늘 잠이나 잘 수 있겠냐고! (잡는 아내를 뿌리치며)아, 놔봐봐! 올라가서 얘기 좀 해야겠어.
아내: 아. 정말. 시끄럽다고 그 집으로 바로 가면 안 된다고 하잖아.
남편: 바로 안 가면?! 이 밤에 이 소릴 듣고 가만 있냐고!!(다시 가려고 한다) 비켜 봐.
(부부의 옥신각신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모르는 남자가 현관문에 메모장을 붙이고 내려가며)
아랫집 남자: 아 시발 진짜 존나 시끄럽네. 아효.
아내: 아, 글쎄. 쫓아가면 안된다고 하잖아. 남편: 그런 게 어딨어. 놔 둬봐. 아내: 아! 쫌. 남편: 왜 밀어! 아내: 내가 내일 관리실에 얘기한다고 했잖아. 왜그래? 남편: 그건 내일이고 지금 애들이 이렇게 뛰는데. 잠은 자야 할 거 아냐.(가려는 남편과 말리는 아내의 실랑이)
메모장이 보인다. "저기요. 이렇게 쿵쾅거릴거면 이사가 주세요. 씨발! - 아랫집"
촬영일: 5월 12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