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희영이와 민이가 공원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공원 바닥엔 떨어진 낙엽들이 작은 바람에도 바스락 소리를 내며 떠밀려 다녔다.
“민이야, 물어볼 게 있는데”, “뭔데?” 커피를 마시던 민이가 궁금해 하는 표정으로 희영이를 바라봤다. “음….” 희영이는 두 손으로 잡은 커피잔을 내려다 보며 말을 할까 말까 망설였다. “무슨 말을 하다 말아. 사람 궁금하게” 그러자 희영이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지었다. “후~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닌데 내가 속이 좁아서 그런 건지도 몰라”, “얘가 남 속 뒤집어 놓는 재주가 있네? 아니 뭔 일인데 그래? 야! 아님 말을 말던가.”
2. 희영이와 정아가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숍을 지나고 있었다. 갑자기 발길을 멈춘 정아는 “언니, 잠깐만.” 정아는 뒤를 돌아보며 커피숍 창가에 앉아 있는 남녀를 가리켰다 “언니, 혹시 저기 저 남자분, 언니 남편 아냐?” 희영이가 눈을 크게 뜨며 정아가 가리키는 곳을 응시했다. “맞는 거 같은데?”, “그치? 어머. 옆에 있는 여자분은 누구래? 언니 아는 여자야?”, “글쎄. 자세히 안 보여서 잘 모르겠는데?”
정아가 희영이의 눈치를 살폈다. “언니, 어떻게 해? 들어가서 아는 체를 할 거야? 아님 모른 척 하고 갈거야?”,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이겠지. 뭐. 가자” 희영이는 커피숍을 바라보고 있던 정아를 두고 먼저 걸음을 뗐다. 정아가 뒤따라 오자 희영이는 발걸음을 멈추고 결심이라도 한 듯이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3. 이야기를 나누던 사내가 누군가 옆에 서 있다는 걸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어? 당신? 여긴 어떻게?” 놀란 사내를 보며 함께 있던 지수도 고개를 들어 희영이를 올려보았다. 희영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사내와 지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희영이가 안부인사를 하자 지수도 함께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별일 없으셨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내가 불편하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지 말고, 자기도 옆에 앉아. 뭐 마실래? 아, 정아씨도 같이 오셨네요” 사내는 정아에게 목례를 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정아는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아냐, 아냐. 지나다가 보이길래 인사나 하려고 들어왔어” 자리에 앉으라는 사내의 요구에 희영이가 만류하며 팔장을 풀었다. 사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애들 진학 문제 때문에 상의 좀 하느라 만났고 있었어. 학교에서 내일까지 아이 진로에 대해 결정할 게 있나봐. 그래서…”, “알았어요. 얘기 나누고 와요. 먼저 집에 가 있을게요. 이따 봐요.” 지수는 이 상황을 외면한 채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럼 일 보고 가세요.” 희영이의 인사에 지수가 고개를 돌리며 “네, 들어가세요”라며 답했다. 정아는 카페 밖으로 나오는 희영이를 뒤따라 나왔다.
3. “어머, 어머, 정말? 그걸 네 눈으로 봤다고? 그러니까 네 남편이 전 와이프를 카페에서 너 몰래 만나고 있었다는 거잖아?” 민이가 마시던 커피를 벤치 옆에 내려 놓으며 흥분된 어조로 물었다. “애들 때문에 만났다는데 뭐. 그럴수도 있는 거지” 희영이의 대답에 민이는 “그럼 미리 너에게도 말을 하고 만났어야지. 몰래 만난 거잖아.” 그러자 희영이가 말을 했다. “아니. 그래서 그건 뭐라고 한소리 했지. 신랑은 갑작스럽게 연락와서 미리 말 못 했다고 미안하다고 그러다라고. 몰래 만날 것 같으면 동네에서 만나겠냐면서..”, “하긴. 애들 문제니 그럴수는 있긴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방심하지 마.” 걱정스러워 하는 민이의 말에 희영이는 한 마디 했다. “난 우리 신랑 믿고 싶어, 아니 믿어!” 그러자 민이는 역겹다는 듯이 구역질 흉내를 내며 “아우 아름답다 아름다워. 재혼 바퀴벌레 한쌍 납셨네”
가을 바람에 흔들거리는 갈대 사이로 희영이와 민이가 웃고 있다.
[완성된 영상]
https://youtu.be/EmyGlVOnjQs?si=4eB7oe4MUZZs5b4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