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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렉시오 디비나 본문을 주로 가톨릭의 매일미사 본문을 사용했습니다. 이제 씨알수도회의 본격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면서
3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개신교 신앙공동체인 헤른후트(Herrnhut)의 말씀 명상집 "로중"으로 매일 말씀명상과 기도의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다음의 글은 "로중"과 헤른후트 공동체에 대한 안내의 글입니다. 참고해주시길...(혹시 2014년 로중을 원하시는 분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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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사상 2013년 1월 호에 실린 헤른후트 기도서 『『말씀, 그리고 하루』안내글
“주님, 당신 말씀에 빠지고 싶습니다!”
김 진 목사
지난 몇 년 동안 이 책을 가지고 말씀명상을 하는 서평자로서 이 책이 ‘다시’ 출간되어 기쁘다. ‘다시’라고 하면 혹 이전에 출판했던 책을 재발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매년 새로운 내용으로 출판되고 있다. 그렇게 매년 출판된 지 벌써 283년째다. 이 책은 다름 아닌 헤른후트(Herrhut) 공동체가 발간하는 성경말씀 묵상집 “로중”(Losung, 『말씀 그리고 하루』)이라는 이름의 책이다. 이 로중은 일반 책과는 달리 1년 365일 우리를 말씀묵상과 기도로 인도하는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을 알기 위해서, 먼저 이 책을 발간하는 공동체 헤른후트에 대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 서문에 소개되어 있는 내용에 따르면 ‘주님이 보호하시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헤른후트 공동체는 300년 전 독일의 북동부 작센주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이 공동체의 창립자인 니콜라우스 루드비히 폰 친첸도르프(1700.7.9~1760.5.9)는 오스트리아 귀족 출신으로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그의 삶의 전기는 30년 전쟁으로 말미암은 모라이비안 교도들과의 만남에서 일어났다. 그는 모라비안 사람들을 영내로 맞이하고 그들의 신앙전통에 기초한 헤른후트 공동체를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 교회는 이 공동체를 인정하지 않고, 이단 심의 까지 받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친첸도르프는 자신의 신앙의 색깔을 증명하고,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튀빙겐에서 신학수업을 받고 형제교회 감독으로 안수를 받는다. 1727년 7월 첫 작은 모임(분드)가 생긴 이후 1749년에 이르러서야 이 공동체는 드디어 교회로터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 기간 동안 친첸도르프는 20여년을 국내외로 떠돌아 다녀야 했다. 이런 시련의 시간을 거쳐 개신교 전통에서는 드물게 헤른후트 공동체 280여년 역사를 지닌 신앙공동체가 되었다. 이 공동체는 경건주의 신앙공동체, 생활공동체, 그리고 모든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면서 기독교의 사회적 실천 디아코니아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로중은 바로 이 공동체를 지탱하는 영성의 토대인 것이다.
이 말씀명상집의 시작은 단순했다. 1728년 5월 3일 친첸도르프는 공동체의 찬양모임에서 다음 날을 위한 간단한 성경말씀을 전했다. 이 날을 시작으로 그는 저녁마다 간단한 성경말씀과 찬송을 전하면 다음날 아침 공동체원들이 집집마다 전했다. 이러한 말씀 전달 전통을 통해 헤른후트 매일 말씀 묵상과 기도서로 발전한 것이다. 이 로중이 처음 발간된 것이 1731년이었고, 올 해 283판이 출판되었고, 세계 51개국 언어로 번역되고 있고, 2 백 만명의 기독교인들이 이 책을 통해 말씀과 기도의 영성을 깊이 있게 다지고 있다.
“로중”은 군대에서 사용하는 “암구호”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군대에서 암구호는 자신과 부대를 보호하는 생명과도 같은 언어이다. 이런 뜻에서 보듯이 매일의 하나님 말씀명상은 우리의 영적인 삶에 생명을 공급하고 공동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특히 5개로 구분된 말씀과 기도 중의 첫 부분인 구약말씀을 그 날의 ‘암구호’로 정하고 있다. 이 말씀명상집의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첫 번째 말씀은 그 날 ‘하루의 로중’으로서 헤른후트에서 매년 약 1800개의 구약성경에서 제비뽑기 방식으로 결정된다. 이런 제비뽑기는 하나님을 신뢰하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하나님께서 ‘이 날’에 꼭 필요한 말씀을 주시리라는 믿음이 있기 가능한 것이다. 또한 제비뽑기는 뽑힌 말씀이 우리의 영적 삶을 지키는 암구호로서 작동되리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신비주의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감춰진 뜻을 알고 읽고 새기면 그날의 로중 말씀이 더욱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두 번째 말씀은 ‘가르침의 본문’으로 신약성경말씀에서 선택되는데, 앞에 있는 첫 로중이나 마지막 기록되어 있는 성경본문과 연결된 말씀으로 결정된다. 이 또한 매우 세심한 작업이다. 말씀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않고서는 서로 연관된 말씀을 찾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 부분은 기도 또는 찬양시이다. 대부분 저자의 이름을 밝히고 있고, 간혹 이름이 없는 경우는 이 책자의 집필진이 쓴 것이다. 네 번째 부분은 첫 번째 성경본문으로서 이 말씀은 교회력에 따른 말씀이다. 이 말씀은 그 주간의 주제와 주일의 복음에 관련되어 있다. 마지막 성경말씀(두 번째 본문)은 에큐메니칼 성경읽기의 본문에서 따온 것이다. 이 본문을 4년 동안 계속 읽으면 신약성경을 한 번 읽게 되고, 구약성경의 중요한 부분을 8년에 걸쳐 읽게 된다.
많은 하루 말씀 명상집들이 있지만 로중이 갖고 있는 독특한 장점들이 있다. 첫째로 로중은 말씀명상의 품위와 깊이를 유지하는 힘이 있는 명상집이다. 여기에 기록된 말씀들은 어느 한 개인이 임의적으로 선택된 말씀이 아니라 공동체 스스로, 공동체원들을 위해서 기도하면서 선택된 말씀들이기 때문에 같은 성경말씀이라도 더 깊이 있게 다가오게 한다. 이어지는 성경말씀들은 하나의 연결고리가 되어 말씀을 더 깊고 넓게 명상하도록 안내한다.
두 번째 특징은 로중은 말씀명상을 일상에 터 잡게 하는데 큰 힘이 된다. ‘말씀의 종교’를 강조하는 개신교에서 정작 “말씀의 영성”이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는 요즘이다. 그 이유는 “말씀의 영성”이 일상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의 삶에서 말씀을 묵상하고, 그렇게 묵상된 말씀을 생명양식 삼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말씀읽기나 묵상을 마치 아주 특별한 신앙생활의 하나로 생각하는 한 말씀의 영성은 형성되지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로중은 자연스럽게 우리로 하여금 ‘말씀묵상의 일상화’로 이끌어 준다.
세 번째 특징은 이 로중은 ‘말씀의 영성’과 ‘기도의 영성’을 하나로 연결시켜준다는데 있다. ‘말씀과 기도’는 그리스도교 영성의 두 기둥이다. 하나님의 말씀묵상하면서 그 말씀이 전하는 뜻을 새기는 말씀명상과 그렇게 깨달아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자신을 내어놓는 고백기도는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 기도 없는 말씀명상은 깊이 없고, 말씀 없는 기도는 허공에 흩어지기 십상이다. 말씀의 영성과 기도의 영성은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이다. 로중은 가능하면 더 깊게 명상할 수 있도록 말씀이 짧게 기록되어 있고, 다음으로 그 말씀과 연관된 고백으로서 기도문과 찬양시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말씀과 기도가 자연스럽게 하나 되도록 도와준다. 기도문 하나하나가 너무도 감명된 기도문들이라 우리의 폐부를 찌른다.
이런 경험이 있다. 서평자는 교역자 회의 전 언제나 로중을 가지고 함께 명상하며 기도를 하는 시간을 갖는데, 어느 날 다음과 같은 기도문을 읽게 되었다. “주님, 내 모든 것을 당신게 맡기게 하소서. 바른 길로 인도하시고,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하게 하소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고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소서. 내가 아무것도 보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소서. 내가 가야 할 길로 인도하소서” 그 기도문을 읽는데 가슴이 메어졌다. 목회의 힘듦 때문에 여러 가지로 마음이 무거웠는데 이 기도문을 읽으니 한 순간에 모든 짐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의 모든 상황과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믿어져 눈물어린 감사가 몰려왔다. 그 날 이후 이 기도문을 복사해 책상 앞에 붙혀 놓고 시시때때로 읽고 기도한다. 이 기도문 뿐 아니라 365개 기도문 하나하나가 주옥같아서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을 열게 한다. 기도문을 읽다가 은혜의 눈물을 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이렇듯 말씀에서 기도로, 기도에서 다시 말씀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 바로 그것이 로중이 갖고 있는 신비로운 힘이다.
네 번째 특징은 이 묵상집은 아주 소박하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말씀에 대한 구차한 설명이나 가벼운 예화가 끼어들 틈이 없다. 우리로 하여금 말씀에 직접 나아가게 한다. 진정한 말씀명상은 흔히 말하는 큐티(Q.T)와는 다르다. 큐티는 말씀묵상 자체보다 자칫 말씀적용에 급급하게 한다. 물론 우리는 말씀에 따라 행동하고,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더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그것조차 우리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신 하나님 말씀 자체에 운동력, 힘이 있어서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는 것을 확고하게 믿어야 한다.(히 4장 12절) 그리고 우리의 지정의(知情意)를 통해 말씀을 적용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말씀이 제대로 깨달아지면 성령께서 그 말씀을 붙들어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확신해야 한다. 왜냐하면 말씀에는 그 말씀을 믿는 자에게 살아서 역사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살전2장 13절)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말씀에 대한 해석이나 설명, 예화 없이 먼저 말씀 그 자체를 직접 대면하는 ‘소박하고 단순한’ 말씀묵상이 필요하다. 로중은 이런 말씀명상을 위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텍스트다. 군더더기 없어 우리로 하여금 말씀에 더 깊이 빠지게 한다.
올 해 2013년을 위한 283판 로중은 한 해 동안 되새길 연중말씀을 “우리에게는 이 땅 위에 영원한 도시가 없고, 우리는 장차 올 도시를 찾고 있습니다”(히브리서 13장 14절)로 정했다. 즉 올해 이 로중을 통해 말씀을 명상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은 위 말씀을 한 해의 주제성구로 받아드리고 계속 묵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헤른후트 공동체는 그 뜻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은 영예를 가져오는 장이 아니라 수치와 고난의 장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회는 이제껏 아니 현재에도, 자신을 방해를 하고 동요를 일으키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 작은 성벽같은 것으로 막아버리는 시도를 해왔는데, 이것이야 말로 교회를 위험에 빠트리는 요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우리에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이 땅 위에 영원한 도시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죽게 되는 존재일 뿐 아니라 살아가면서도 늘 도상의 존재이기에 하나의 목적지를 향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가고 계신 예수 그리스도가 늘 우리에게 심호흡의 장을 만들어 주시고, 자유의 장, 구원의 장을 경험하게 하고 부름 받은 모든 이들을 변화시킵니다. 하지만 그 분과 함께 우리는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나가는 도상위에 있는 존재들입니다. ‘우리는 장차 올 도시를 찾고 있습니다. 그곳은 요한이 계시록에서 서술하듯, 하나님께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고 고통과 신음 그리고 수고도 더 이상 없는 새 하늘의 예루살렘입니다”
목적지가 분명한 도상의 존재로서 그리스도인들은 고난과 수치를 피하거나 이 땅에 안주하는 삶이 아니라 영원한 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세계를 꿈꾸며 당당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임을 잊지 말라 한다. 그 길에서 하나님을 필요로 하는 그 곳에 하나님은 항상 살아 계심을 강조한다. 이 세상의 것에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않고 영원한 나라를 향한 자기포기와 예수따라 떠남을 잊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 읽혀지는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서평 아닌 서평’을 마치면서, 이 소중한 말씀명상집이 한국 그리스도인들, 특히 개신교인들의 삶에 뿌리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 지난 몇 년의 경험을 통해 터득한 ‘로중 100배 활용하기’를 전하고자 한다. 만약 목회자라면 이 책에 따라 새벽기도 말씀을 전하는데 활용하기를 바란다. 새벽기도는 요란한 기도회이기 보다는 하루를 시작하면서 하나님을 깊게 명상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에 긴 설교나 통성기도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로중을 함께 읽고 명상하는 것으로 얼마든지 감동 있는 새벽기도회가 될 수 있다. 혹은 교역자들과의 회의 때 로중으로 명상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목회대화나 목회계획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평신도라면 이 책을 직장의 컴퓨터 옆에 놓고 출근해서 의자 앉아 컴퓨터를 키기 전에 이 책장부터 여는 습관을 가지면 말씀명상의 일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주부라면 식탁 위에 놓고 언제라도 열어볼 수 있도록 하자. 학생이라면 책가방에 항상 넣고 다니면서 전공서적 보다 먼저 펼쳐보도록 하자. 그렇게 우리의 생활 가까이서 로중으로 말씀명상을 하다보면 우리 또한 이 책의 영향을 받은 슐라이허마허, 본회퍼, 코트비츠, 비헤른 등과 같은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을까? 또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매주 한 번 이 로중을 가지고 함께 말씀명상과 기도하는 작은 모임들이 형성되기를 바란다. 그 모임은 헤른후트 공동체가 그러하듯이 모인 이들의 공동체를 튼튼하게 성숙시키는 영적 에너지가 될 것이다.
올 해에는 로중을 작년보다 더 많이 구입해 교인들에게 배포했다. 그들의 책상과 밥상 위에, 그리고 학교, 혹은 차 안에 이 책이 소중하게 놓여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여러분도 그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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