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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대해서 여휘님과 이글루스에서 보다 심층된(?) 토론을 주고 받은 바 있습니다. 여휘님의 입장은 본문의 링크된 글에서 트랙백 된 글을 클릭하시거나 덧글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우선 저는 조경철 선생의 견해에 따라 고구려는 후기에 들어 국호를 고려라고 개칭한 역사적 사실이 있으며 김부식의 고구려, 고려 구분법이 타당성이 결여 됐다고 보고 있기에 고구려 보다는 고려로 학술적 용어를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휘님과의 토론에서 나왔듯이 이에 앞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들이 몇 가지 있는 것 또한 현실인 것을 알았습니다. 단순히 예전에 고려라고 했다고 해서 고려라고 불러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고구려라는 국호는 김부식 구분법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서 현시점에서 봤을 때 보편화되고 고착화된 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즉, 고구려에서 고려로 용어변경을 하자는 것은 거의 새로운 주장(?)이나 다름없기에 기존의 용어를 변경해야만 하는 당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1. 정확히 언제 어떤 이유로 국호를 고구려에서 고려로 개칭했으며 고려는 무슨 뜻을 가진 국호인가?
2. 삼국사기(김부식)식 고구려-고려 구분법은 타당한가?
3. 후대의 궁예왕도 국호를 한 때 고려라고 한 바 있고 태조왕건도 고려라고 했는데, 시대구분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개인적으로 이 3가지 사항이 용어변경에 있어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우선은 이에 대한 제 의견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정확히 언제 어떤 이유로 국호를 고구려에서 고려로 개칭했으며 고려는 무슨 뜻을 가진 국호인가?
→ 사실 현재 통설은 427년 평양천도 이후이기는 하지만, 평양천도 이전으로 소급할 여지가 있는 기록들이 있습니다. 양고승전에 의하면 이미 366년 이전에 고려라는 국호가 보이며, 위서에 의하면 398년에 고려라는 국호가 보이고 남사에도 413년에 고려라는 국호가 보이고 십육국춘추보에도 418년에 고려라는 국호가 보입니다. 그러나 정구복 선생의 견해에 따르면 위서의 기록은 신빙성을 두기 어려우며 위서를 제외한 나머지 책들도 후대에 저술된 책들이기 때문에 이 기록들에 나온 고려라는 국호는 후대 소급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조경철 선생 같은 경우 정구복 선생과는 달리 위의 기록들을 마냥 후대의 소급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면서 평양천도 이전에 고려라고 국호를 개칭했다는 것에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경철 선생의 견해처럼 몇몇 기록에 보이는 평양천도 이전에 나온 고려의 사례에 신뢰를 할 수 있다면 신라라는 국호가 확정 이전에도 사로, 사라 등과 함께 쓰인 예가 있듯이 고려라는 국호도 고구려와 함께 국호로 쓰였는데, 평양천도와 함께 고려로 국호를 변경확정하면서 신라처럼 고려도 새로이 의미부여를 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모양새는 단순히 한글자 탈락일지언정 의미는 완전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특히 연가 7년 기미년명 불상의 제작연도가 419년, 479년, 539년으로 나눠져 있는데, 만일 419년설을 신뢰할 수 있다면 평양천도 이전인 장수태왕 원년에 국호를 고려로 개칭했을 가능성도 상정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호 개칭의 배경에 대해서 정구복 선생은 국호의 개치 배경을 비약적인 국력신장과 한문화의 성숙된 이해와 평양천도를 배경으로 삼았으며, 한자적인 의미가 없는 句자를 빼고 고려라고 국호를 개칭함으로써 한자의 일반적 의미로 풀어도 좋은 의미를 갖고자 하는 것으로 추론하였습니다. 박용운 선생도 국호 개칭의 배경을 국정의 일대 전환과 쇄신으로 보았으며, 조경철 선생도 고구려의 꿈과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함으로 추론하였습니다.
이렇듯 국호 개칭의 시기와 배경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여러 추론들이 가능하지만, 안타깝게도 가장 결정적인 것인 고려라는 국호의 뜻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신라의 경우처럼 고려가 무슨 뜻을 가진 국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2. 삼국사기(김부식)식 고구려-고려 구분법은 타당한가?
→ 정구복 선생은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고려로 기록된 부분을 모두 고구려로 바꾸면서 단 한 자의 주도 붙이지 않고, 궁예왕이 국호를 고려로 칭했단 사실을 은폐한 사실을 의도적인 정치적 행위라고 파악했습니다. 정구복 선생의 견해에 따르면 신라계인 김부식은 고려가 고구려의 국호를 그대로 계승한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왕건의 고려를 고구려가 아닌 신라 계승국으로 보려한 것입니다. 이 문제에 주목한 학자들도 이 견해에 동의하는 편입니다. 저 역시 이에 동의하며 김부식의 신라계승 의식 뿐만이 아니라 당시 김부식이 처한 정치적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국제정세는 여진족이 세운 금이 한창 흥기할 무렵으로 김부식은 대금 사대정책 노선을 지지한 인물로 사대를 게을리 해서 멸망당한 고구려와 지금의 고려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내세우려는 의도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정구복 선생은 고구려가 고려를 개칭한 사실이 있지만, 오늘 날 고구려를 고려라고 부를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김부식이 이를 고처 쓴 것도 부당다고 할 수 없으며 다만 김부식의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지적을 할 수 있다면서 선을 그었습니다.
이에 조경철 선생은 역사는 1차적으로 역사적 사실과 역사 주체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고구려가 국호를 고려로 개칭한 이래 멸망 후에도 주변국은 물론 후대의 소고려국, 발해, 통일신라, 고려 모두 이를 존중했는데,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이를 따르지 않았고, 현재 김부식이 자신의 편의에 따라 고구려로 바꾼 것을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따르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여 고려란 국호를 그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1145년부터 지금까지 고구려로 부른 기간이 850여년에 이르기 때문에 굳이 번거롭게 이를 고칠 필요가 있는가라고 반문할지 모르나 그렇지만 한국의 역사가 앞으로 8,500년 85,000년 이어간다고 했을 때 850년이란 세월은 그렇게 긴 세월이 아닌 것으로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앞으로 고려를 되찾아줄 기회는 영영 잃고 만다고 했습니다. 이에 앞서 박용운 선생도 고구려를 고려라고 부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3. 그렇다면 후대의 궁예왕도 국호를 한 때 고려라고 한 바 있고 태조왕건도 고려라고 했는데, 시대구분은 어떻게 해야 하나?
→ 국호가 중첩되는 이상 구분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러나 구분을 할 때에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더라도 혼서도 최대한 막고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한 타당성있는 시대구분을 위한 용어를 만들어야 합니다.
박용운 선생은 추모왕의 고려를 해동고승전의 구분에 따라 전고려, 삼국유사의 구분에 따라 궁예왕 때의 고려를 후고려, 그리고 태조 왕건에 의한 고려를 고려라고 부르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입장을 보였으며 조경철 선생은 추모왕이 세운 고려는 전고려, 궁예왕이 세운 고려는 태봉 그리고 태조왕건이 세운 고려는 현재처럼 고려로 부르자는 입장입니다.
두 선학의 견해 외에도 몇 가지 떠오르는 구분으로는 윤관이 추모왕의 고려를 두고 칭한 舊고려가 칭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른다면 현재 고조선-조선의 사례처럼 舊고려(추모왕)-고려(왕건)식의 구분이 되어 굳이 현재 쓰이고 있는 왕건의 고려를 다른 용어로 바꿀 필요는 없으나, 구고려라는 단순히 고구려의 오자 같은 느낌도 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 별로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중원의 사례에서 참고하여 수도의 위치를 기준으로 북고려(평양, 추모왕)과 남고려(개경, 왕건)으로 구분을 할 수도 있겠으나, 현시점에서 봤을 때 용어변경의 혼란만 더 가중될 뿐 오히려 고려가 남과 북으로 갈라졌다는 오해도 야기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호하지 않습니다.
필원잡기 등에는 왕건의 고려를 두고 왕씨 고려라고 한 바 있으나, 이는 일개 가문에 나라를 귀속시킨다는 느낌을 주기에 역시 개인적으로는 별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박용운 선생의 견해를 살펴보자면 저는 궁예왕의 고려의 경우 지금처럼 후고구려나 삼국유사처럼 후고려로 부르기 보다는 조경철 선생의 견해처럼 궁예왕이 죽을 때 마지막 국호는 태봉이었으며 그는 태봉국의 왕으로 죽었기에 태봉으로 부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궁예왕이 국호를 고려로 한 지 몇년 안 되서 국호를 바꾸고 이 때문에 패서지역 호족들의 반발이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를 볼 때 궁예왕이 국호를 고려로 한 배경은 패서지역의 민심잡기일 뿐 별 계승의식은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자치통감 등에서도 중국측 기록에서도 궁예왕이 다스린 나라는 대봉(태봉)으로 기록했습니다.
해동고승전의 전고려를 수용한다고 할 때 추모왕의 고려는 전고려로 왕건의 고려는 고려 혹은 후고려가 되겠습니다. 이러한 전후 구분법은 이미 중원의 국가들에서 자주 사용하는 시대구분 용어로 어느 정도 깔끔한 면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윤관의 舊고려와 마찬가지로 현재 쓰이고 있는 왕건의 고려를 굳이 새롭게 바꿀 필요도 없기 때문에 혼란도 크게 없을 것입니다.
만일 고려라는 국호를 원조인 추모왕의 고려에게 온전히 돌려주어야 한다면 왕건의 고려를 변경한다고 할 때 그 후보로는 통일고려 내지 후고려, 대고려가 될 것입니다. 통일고려 같은 경우 통일신라처럼 현대에 만들어진 완전히 새로운 용어인데, 통일신라와 마찬가지로 발해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대광현의 이하 발해 지배층의 귀부를 두고 왕건의 고려가 발해를 흡수한 것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은 분명하며 또한 추모왕의 고려가 통일했다는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후고려 같은 경우 이미 궁예의 고려를 대상으로 구분했던 용어이기에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대고려 같은 경우 이종욱 총장이 주장하는 통일신라의 대체 용어인 대신라와 그 의미가 비슷하다고 가정할 때 통일 보다는 통합의 의미가 더 크고 단순히 나라의 덩치가 더 커졌다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서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조경철 선생의 견해처럼 추모왕의 고려는 전고려, 궁예왕의 고려는 태봉, 왕건의 고려는 현재 쓰이는 것처럼 고려라고 하는 게 비교적 타당성있고 혼선도 최대한 줄이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제와서 현재 쓰이고 있는 왕건의 고려를 후고려, 남고려, 통일고려,대고려로 한다기 보다는 기왕의 변경하고자 하는 쪽인 고구려 쪽만 변경하는 방향으로 하여 고조선의 경우처럼 전고려라고 부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솔직히 심정적으로는 왕건의 고려를 변경했으면 좋겠지만,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구분이 비교적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전고려라고 해서 고구려가 국호를 고려로 변경했다는 사실이 부각되지 않는 것은 아닐 뿐더러 원조로서의 의미도 가져다 주고 유서 깊은 시대구분 용어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충족을 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당장에 용어변경을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남북국시대론처럼 어떤 커다란 계기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당장의 용어변경은 혼란만 야기시킬 뿐 더욱 큰 반발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여휘님께서 제안하신 번거롭지만, 주석형식으로 점진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제 개인적인 의견이었고 위 문제들에 대해 저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거나 보완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계신 분들 계시면 주저없이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문제는 주목한 학자들도 적은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면서 논의가 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통일신라→남북국시대라는 전례도 있으니 어떤 동기만 있으면 못바꿀 것도 없겠네요. 고조선,후백제,후발해 같은 예시도 있고요... 제가 알기로 고조선,후백제는 물론 후발해도 망할때까지 각자의 국호를 유지한 것으로 압니다. 굳이 고구려만 최종적인 국호를 따르지 않느냐는 반문이 가능하지요. 그런데 이런 논리라면 신라도 대신라로 불러야 하지 않나요...
통일국명의 강력한 후보인 고려가 통일시 진짜 고려로 되거나 7세기 고구려를 고려라고 칭한 사극이 대박이 나거나 아님 관련 특급사료가 나오는 엄청난 계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지금으로써는 본문에도 썼듯이 주석형식으로 점진적으로 나가는 것이 최선일 듯 합니다.
연개소문이 있잖아요..ㅋㅋ
저번에도 말했듯이 학계에서 권력을 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요.
설사 고구려가 나중에 '고려'로 국호를 완전 변경했다 치더라도 '고려'로 국호를 바꾸기 이전에 '고구려'라고 한 것 또한 역사입니다. 오히려 장수왕때 '고려'라고 국호를 바꿨다면 그 이전 5백여년은 '고구려'였는데 말이죠. 고구려 전체 역사를 놓고 보았을때 왜 고구려를 '고려'로 오늘날 굳이 불러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군요. 더구나 왕건이 세운 '고려'와 혼선을 야기하면서 까지 말입니다.
이전에 썼던 글들을 동어반복 하는 것이 되겠군요. 인명이든 국명이든 자의로 이름을 바꿨다면 그 의사를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고대 뿐만 아니라 현대에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 당시 고(구)려와 공존했던 국가들은 물론 후대에 등장한 국가들도 삼국사기 등장이전까지 대부분 고구려의 변경된 국호인 고려로 불러주면서 이를 존중했습니다. 김구 선생을 김창수로 부르는 이는 거의 없으며 현재 미얀마를 두고 버마라 부르는 이들도 거의 없습니다. 김부식의 구분이 어느 정도 공정하고 타당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용어변경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예만 하더라도 중국의 상나라는 학자들에 따라 '상', 아니면 '은'이라고 부릅니다. 오히려 상나라는 나중에 '은'으로 국명을 개칭했는데 지금은 상나라가 더 일반화되어있죠. 그럼 그 학자들은 상나라를 존중할줄 몰라서 일부러 '상'이라 부르는 겁니까? 더구나 왕건의 '고려'와 헷갈리기 때문에 이 문제는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다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김창수를 김구로, 버마가 미얀마로 바꿨다고 해서 헷갈릴 일이 있나요? 사람들이 바보라 일부러 '고조선'과 '조선'을 구분한겁니까?
고구려라는 명칭 자체는 김부식 개인에 의해 굳어젔습니다. 삼국사기 편찬 이전까지는 고구려도 고려라고 불리었지요. 물론 그 이후에도 빈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고려라고 부르기는 했습니다. ^^* 고조선과 조선의 경우 조선이라는 국호 자체에 변형을 가하지는 않았지요.
김부식이 '고려'로 하지않고 '고구려'라 한 이유는 간단한것 같군요. 당시 김부식이 종사하던 왕조가 '고려'였기 때문이죠. 그래서 혼동을 피하기 위해 장수왕 이전의 국호인 '고구려'를 썼던 것 같군요. 고조선과 조선은 후세 사람들이 구분하기 위해 그런겁니다. 이전에도 제가 한 말이지만 '고구려'와 '고려'도 사실 크게 국호를 변형시켰다고 보이지는 않습니다만...사실 전 장수왕 이후 '고려'가 완전히 국호로 정착했다는 말도 좀 믿기가 어렵군요. 이후에도 '고려'와 '고구려'가 혼용되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백제 성왕때 '남부여'라고 국호를 개칭했는데 이게 슬그머니 다시 '백제'로 바뀐 경우와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고조선과 조선이 구분을 위한거라는거 모르는 사람 없구요... 앞에 고자를 붙이긴 했지만 조선 자체는 온전하잖아요. 고려도 전고려라든지 하는 식으로 해서 구분하면 되지 굳이 고구려를 고정시킨게 잘못되었다는거죠.
남부여와 비교하기에는 고려의 빈도가 압도적입니다. 남부여는 말그대로 성왕대에만 잠깐 쓰인 일회용이지요.
제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군요. 저는 은이라는 국호가 주대에 나온 국호로 전왕조인 은을 폄하하기 위해 나온 국호라고 배웠습니다. 뭐 이 부분은 제가 깊게 아는 바가 없으니 여기까지 얘기하겠습니다. 저는 고려로 개칭한 당대인의 의식도 존중하되 오늘 날 입장에서 신중을 구할 필요가 있기에 나름대로 박용운 선생의 견해를 받아들여 전고려를 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으나, 너무 따지는 듯한 극단적인 표현은 자제해주심 감사하겠습니다.
컴퓨터가 느린 탓에 토론 타이밍을 놓쳤군요.^^; 한 말씀만 드리자면 김부식이 고려와 고구려를 구분한 의도는 본문에도 썻듯이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고려 초에 쓰인 구삼국사나 삼국사기보다 조금 늦게 나온 해동고승전만 하더라도 고려인들 추모왕의 고려도 잘만 고려라고 부르거나 전고려 이런 식으로 나름의 구분을 두기도 했습니다. 고려 후기의 일연스님도 추모왕이 세운 나라를 고려라고 하면서 헷갈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정작 당대 고려인들은 크게 헷갈리지 않은 것을 선학들의 지적처럼 김부식의 정치적인 의도로 고친 것입니다.
이거 참 본의아니게 최근에 제가 토론을 활발히 벌인 대상이 모두 명치호태왕님 글이군요. 제가 명치님과 무슨 원수를 진 것도 아니고 모양새가 좀 이상하게 되었습니다. ㅋ 어쨌든 제 리플에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다 제가 인격수양이 덜 되어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
아닙니다, 제가 다소 예민했던 듯 합니다.^^; 아시다시피 현 학계 통설이 장수태왕 이후 국호를 바꿨다는 것이고 저 역시 이에 동의하여 본 글을 쓴 것인데, 다물전사님께서는 이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입장이기에 서로 전제부터가 달라서 원활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듯 합니다. 어쩌면 이 문제에 키포인트가 될 기유년 대고구려국불상의 제조년도가 409년, 469년, 529년으로 견해가 갈리고 있는데, 이 중 469년이나 529년으로 비정될 경우 고려로 국호가 변경됐다는 통설이 다소 흔들릴 여지가 있긴 합니다.
다물전사님의 견해처럼 국호가 고려로 확정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단 것이지요. 뭐 애초에 이 불상의 존재가 알려진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야 불교사 전문가께서 검토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만간 결과가 나오겠지요.^^
명치호태왕님 말씀이 일리는 있지만 현재의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저는 더 이상 댓글 달지 않겠습니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못바꾸는건 아니죠. 그 현실적인 문제라고 해봤자 사람들이 바꿀 필요성을 못느낀다는건데 마음맞는 사람들끼리 움직여도 조금은 변합니다.
좀 미묘하면서도 정답이 있다 하기 어려운 문제네요. 고구려 후기 고구려 당대의 인식이라든가 고구려 멸망 이후에도 주로 '고려' 라는 표현이 많이 쓰인 점 등을 고려하면 고구려를 '고려' 라 부르자는 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구려라는 명칭이 어떤 계기에서건 역사성을 갖고 고착화된 면이 있으므로 굳이 고구려를 고려라 부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도 역시 일리가 있습니다.
저는 후자 쪽에 좀 더 기우는 편입니다. 모든 명칭에 있어 그 명칭이 갖는 역사성을 존중하고, 특별한 예외가 아닌 한 일부러 바꿀 필요는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국민학교' 를 초등학교로 바꾼 것은 '국민학교' 가 일제의 잔재, 특히 일본천왕에 대한
신민 육성과 같은 좋지 않은 뉘앙스를 담고 있다고 의심받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면 굳이 일제시대에 붙인 이름이라고 해도 꼭 국민학교라는 명칭을 폐기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사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의 이름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중학교 또한 '중등학교' 로, 심지어 대학교는 '대등학교' 로 이름을 바꾸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럴 필요가 있다고 느끼지는 않지요. 중학교와 대학교 명칭은 한말 구상되었던 소학교-중학교-대학교 체제의 잔재로 보입니다. 서로 다른 계통의 학교 명칭들이 혼재된 상황인데, 그 혼재된 나름도 역사성이 있다 여겨집니다. 굳이 초등학교를 소학교로 명칭 변경한다거나 반대로
중학교를 중등학교로 바꿀 필요는 없겠지요.)
따라서 고구려가 후기에 '고려' 로 국호를 개칭했다는 점, 그 때문에 고구려를 계승하려 했던 나라들은 '고려' 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점, 심지어 왕건이 세운 고려는 고구려의 국호를 '그대로' 따왔다는 점 등을 배우고 알면 충분하지 굳이 삼국시대의 고구려의 국호를 바꿀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학계에서 적극적으로 고구려가 국호를 고려로 변경하고 궁예가 국호를 고려라고 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의 발해파트에서 "일본에 보낸 국서에 고려 또는 고려국왕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사실"이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대목을 본 제 주위의 국사에 조~~~금 관심있는 친구들이 발해 초기에 국호를 고려라고 했는데, 고려가 생기기 전에 고려국왕이라는 말이 나와서 이상했다 발해가 고려라고 했으니 고려는 발해를 계승한 것이냐는 반응을 4, 5 명에게 들은 적이 있습니다.
궁예왕이 후고구려에서 마진, 태봉으로 변경한 것과 발해가 고려국왕을 칭한 사실은 잘 기재하면서 고구려의 국호 변경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물론 몇몇 대중서에는 고구려의 국호 변경 사실과 궁예왕이 국호를 고려라고 한 사실을 적은 바 있긴 있으나, 소수에 그칠 뿐입니다. 이번에 조경철 교수가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면서 아예 용어를 변경하자고 대놓고 주장하고 자신의 논문에서 고구려가 아닌 고려라고 썼고 토론자 분도 김부식의 구분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에 대해 반성이 필요하다고는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널리 알려지면 좋겠지요. 이건 딴소리입니다만, '학교' 국사에서 명치님이 이야기하신 <고려가 생기기 전에 고려국왕이라는 말이 나와서 이상했다> 와 같이 교과서를 정독할 때 발생하는 궁금증 같은 게 교과서의 내용이나 교사의 지도로 잘 해소가 안 되는 경우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예전 제 중학교 때였던가 고등학교 때였던가.... 그 때에 '동녕부' 관련 일화가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모르겠는데 그 당시 국사교과서에서는 이성계의 요양정벌을 거의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석 비슷한 것으로 이성계가 '동녕부' 를 정벌했다는 이야기가 간단히 나왔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는 동녕부란
고려의 서북부, 즉 평양 일대를 말합니다. 몽골이 동녕부를 서경(평양)에 설치해서 자비령 이북의 고려영토를 빼앗았으나 충렬왕이 잘 교섭하여 반환받았다는 게 대략적인 교과서의 서술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 고려말에 이성계가 동녕부를 정벌했다고 나오니까 국사를 좀 잘 안다는 학생 몇몇이 '왜 이성계가 평양을 공격한 거지? 평양은 고려땅이잖아?' 라고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던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