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이온 음료 ‘2%부족할 때’의 옛 광고 속에 정우성이 쓰러진 여자 친구를 안고 바닷가에서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여기서 엄청난 명대사가 탄생한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주세요!” 이 광고가 만들어지고 나서부터 10년이 넘게 흘렀는데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 아파 하는 이들이 많다. 바로 우리, 청소년들이다. 어른이라 하기도, 아이라 하기도 너무나 애매한 이들의 사랑은 아직까지 어린애들 장난으로만 보여 질까?
여기 사랑 때문에 고민하는 두 남자의 사연이 있다.
「처음에 여자 친구가 저를 먼저 좋아해서 만나게 되었는데 지금은 제가 더 여자 친구를 많이 사랑합니다. 사귀는 동안 여느 커플들처럼 싸우기도 해보고 화해도 하며 잘 사귀고 있었는데 얼마 전 저에게 서로 시간은 가져보자고 하더군요. 여자 친구에게 권태기가 온 것 같은데, 저희 커플에게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권태기가 온 이유도 모르겠고 알려주지도 않고 정말 답답해 미치겠습니다.」
「저는 장거리연애를 하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여자 친구와 사귄지 4개월 정도가 되었고 2년간 친구로 지내다가 성공한 케이스인데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도 있듯이 여자 친구가 저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헷갈려하는 것 같습니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서로 마음 변하지 않고 오래 사귈 수는 없는 걸까요?」
사귄지 오래된 커플들이라면, 장거리 연애를 막 시작한 커플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여기서 알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이 둘은 모두 열아홉 열여덟의 고등학생이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모두 재미로 이성 친구를 사귀고 가벼운 연애를 한다고 그들의 연애를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저 두 학생의 고민은 청소년 연애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취재 과정 중에 다맛푸른누리 팀은 실제로 청소년 연애를 반대하는 어른들이 몇 퍼센트나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예상과는 다르게 청소년 연애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이 과반수를 넘은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찬성과 반대 측을 각각 인터뷰 해본 결과 자녀를 가진 부모들은 대부분 반대를, 미혼의 어른들은 대부분 찬성의 의견을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아직 젊고 미혼인 사람들은 청소년의 연애에 관대한 반면 정작 기혼 후 부모가 되면 자녀들의 연애가 신경 쓰인다는 것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한 찬성 답변자는 38세 미혼으로 ‘청소년 연애를 찬성하는 이유는?‘ 이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른이 된 나이에 딱 맞춰 찾아오는 것이 아니죠.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아직 정신적,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않았다고 해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은 더욱 아니죠. 어른들은 이들의 사랑을 무조건적으로 막기보다 오히려 건전한 사랑의 길을 알려주며 이들의 연애를 장려해주는 것이 그들의 미래에 더 좋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반대 답변자는 자녀를 둔 부모로 청소년 연애를 반대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청소년 시기에는 미래의 꿈과 목표를 위해 훈련하는 시기에요. 이성교제로 인한 에너지 분산은 청소년의 시기에 훈련되고, 다듬어져야하는 것들을 방해합니다. 또한 그 에너지로 인한 정신적·시간적 할애가 커서 비효율적이죠. 또한 청소년기의 연애는 미칠 미래에 대한 영향에 대해 관념적이에요. 그것은 때때로 성인이 되었을 때에 책임져야만 하는 결과를 낳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발생시키기도 하죠.”
반대 인터뷰를 통해 본 것처럼 청소년들의 연애는 불필요하고 서로에게 해가 될 수밖에 것일까? 여기 서로를 좋아하는 감정이 시너지 효과를 내서 똑똑하게 연애하고 있는‘청소년 커플’들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TEPS 시험 통과를 목표로 저와 여자 친구 모두가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면서 도서관 데이트를 하고 있어요. 서로 영어 기사 해석해오기, TEPS 문제집 풀어오기 등 약속을 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주는 식으로 해요. 같이 공부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일석이조인 것 같아요.”
“저희 커플은 함께 운동을 하러 다녀요. 그냥 영화보고 밥 먹는 것보다는 서로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우리는 같이 있으면 누구보다 편하고 행복한 커플이에요.”
“저희 커플은 처음 만날 때부터 서로의 미래에 방해되는 일은 절대 하지 말자고 약속했어요! 시험 2주 전 부터는 가슴이 아프지만(웃음) 연락을 하지 않기로 하고 또 시험이 끝나면 도시락을 싸들고 예쁜 공원에 가거나 같이 가고 싶은 대학 탐방을 가기도 해요. 진정한 사랑엔 절제도 필요한 법이니까요.”
어떤가? 이 세 커플은 다른 이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똑똑하게 사랑하고 있다. 물론 아직 잠깐의 호기심에 가벼운 마음으로 이성 친구를 사귀는 청소년들도 더러 있다. 이들을 사랑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 판단하여 무조건 연애하기를 막아야 할까? 우리는 글을 몰라 말을 못 하는 아이에게 ‘너는 글을 모르는 것 같으니 말을 할 필요도 없고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아이가 예쁘고 바른 말을 할 수 있도록 열심히 글을 가르친다. 청소년의 올바른 연애를 위해 이젠 부모님들의 ‘금지’ 보다는 ‘장려와 선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김수아 sooa1216@naver.com
김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