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말과 얼을 짓밟고 나라 경제를 망쳤다
1993년 김영삼 정권은 세계화를 외치면서 영어를 잘해야 선진국이 된다고 영어 조기교육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때 나는 영어를 잘하면 좋지만 초등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며 한글단체와 함께 거세게 반대했다.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방송토론에 나가서 그 잘못을 밝히고 정부에 건의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런데 시행되기도 전부터 영어를 잘해야 경쟁에서 이긴다고 영어 조기유학 바람이 불어 기러기아빠가 생기고 가정이 깨지기도 했다. 거리엔 영어 간판이 하나둘 늘어나고 영어 마을과 영어 유치원까지 생기는 등 영어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영어 조기교육 부작용은 나라살림까지 망쳤다. 내가 점쟁이는 아니지만 방송토론에 나가서까지 “그렇게 정부가 영어바람을 일으키면 우리말이 흔들리고 얼빠진 나라가 되어 나라가 망할 수 있다”라고 반대했는데 진짜 나라살림까지 망쳤다. 그래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의 구제 금융을 받게 되었고, 은행과 대기업까지도 외국 자본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고, 거리엔 일터를 잃은 노숙자들이 생겼다.
그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정신이고 그 나라의 말이 흔들리면 그 나라도 흔들리는데 영어에 밀려서 우리말이 흔들리니 얼빠진 나라가 되어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나라가 그 꼴이 되었어도 김대중 정권은 영어 조기교육을 계획대로 계속 시행했다.
그렇게 영어 조기교육을 시작해서 9년이 되었을 때 한글단체와 교육단체가 함께 영어 조기교육 평가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 나온 사람들 모두 정부가 초등학교 1, 2학년까지 영어 교육을 확대 시행하면 영어 사교육은 점점 더 심해지고 우리말은 영어에 짓눌려서 죽을 판인데 그 피해와 부작용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반대했다.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들 교육단체 대표와 한글학회,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들 한글단체는 정부에 초등학교 1, 2학년까지 영어 교육을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건의문을 보내고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그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 두 행사 모두 내가 기획하고 진행했다.
그래서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교육은 안 하기로 했는데 영어 사교육업체와 학원들이 계속 주장을 하고 학부모들도 영어 사교육을 줄이려면 방과 후에 학교장 재량으로 교육하게 해달란다고 하니 그 핑계로 방과 후 영어교육을 하게 했다. 그러니 영어 유치원까지 생기고 거리엔 영어 간판이 더 늘어났다. 지나친 영어 편식 교육으로 도덕, 한문 들 다른 과목 교육이 필수에서 선택과목으로 가는 등 그 부작용이 점점 커졌다.
그래서 지난 박근혜 정권 때에 방과 후 영어교육도 안 하기로 결정이 났는데 문재인 정권이 바란다고 국회는 2019년 3월 11일 국회 교육위원장(이찬열 바른미래 수원갑) 이름으로 법안을 내서 이틀만인 3월 13일에 본회의까지 통과시켰다. 영어에 미친 나라란 말이 저절로 나오고 나라 앞날이 걱정된다.
리대로(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첫댓글 모든 새아파트 이름이 영어식으로 됬네요. 한글로 적은곳은 그나마 다행이고 얼마나 외국인이 많이 살길래 영어 알파벳으로 써 놓은 곳도 많더군요. 영어가 들어가야 고급지게 느끼는거 같군요. 아파트이름은 예전으로 치면 동네이름인데, 참으로 유별난 나라죠? 민족 자존은 어디 뭍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