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3월 13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 교육을 허용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3월 11일에 국회 교육위원장이 상임위원회에 상정하고 3월 12일에 법사위를 통과, 13일에 본회의까지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이 서둘러 통과시켰는데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궁금해서 국회 이찬열 교육위원장에게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 법안은 우리말과 교육을 망칠 법안인데 그 법안 상정과 토론 과정을 살펴보니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국회에서도 충분한 토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 법안 심의 과정과 속기록을 보니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도 토론한 흔적이 없다. 국회는 계속 놀다가 국민이 공감하는 미세먼지 법안과 함께 이 법을 기습 상정하고 통과시켰다.
지난 2018년 10월 16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사교육없는세상, 어린이문화연대 들 21개 교육단체는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 교육을 허락하겠다.”는 말을 한 뒤에 그 잘못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그런데 국회는 민생법안이 많은데도 문을 열지 않다가 미세먼지 문제를 다루는 회의 때에 초등1.2학년 방과 후 영어 교육을 허용하는 법안을 서둘러 내고 3일 만에 법사위와 본회의까지 통과시킨 것이다.
“유은혜 장관님, '놀이-유아'중심 유치원, 선행학습 필요 없는 초등학교는 어디가고 영어 방과후만 허용하십니까!”
그렇지 않아도 지난 20여 년 동안 영어 조기교육을 했으나 그 피해와 부작용이 많아서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그래서 나는 지난 3월 25일 이찬열 교육위원장에게 “왜 그렇게 서둘러 법안을 냈는지 공개토론을 하자”는 제안을 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그 법안 시행을 반대한다는 건의문을 보냈다. 그랬더니 어떤 시민운동가는 “오랫동안 시행한 일이고 국회까지 통과 되었는데 괜히 애쓰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가 일본 식민지가 된 지 오래되었다고 가만히 있어야 하느냐? 잘못된 것은 끝까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어떤 언론인은 “영어 공부는 필요한 것이고 잘하면 좋지 않으냐?”고 내게 말했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어도 잘하면 좋다. 그러나 제 말글을 잘 가르치고 잘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고 그 부작용도 생각할 일이다. 또한 20여 년 전 영어 조기교육을 한다고 할 때에도 대학까지 나와도 영어를 못하니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에게 나는 “그러면 중, 고교 영어 교육 환경과 교재, 교육 방법부터 개선하고 교사 자질부터 높이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그렇게 하고도 안 되면 조기교육을 생각해볼 일”이라며 반대했다.
그런데 먼저 중, 고교 영어 교육 방법과 환경개선은 안 하고, 또 영어 선생도 영어회화를 못하는 데 그대로 두고 조기교육부터 시행하니 그 효과보다 피해가 많고 부작용이 심각하다. 그래서 이찬열 교육위원장에게 전자우편으로 아래 공개토론 제안 글을 보냈는데 며칠이 지나고 읽지도 않고 있어 언론에 그 사실을 밝히고 공개토론 제안 글을 붙임으로 소개한다.
[국회 이찬열 교육위원장에게 드리는 공개 글]
영어 조기교육을 중단하고 교육 환경을 개선하라!
국회는 지난 3월 13일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 교육을 허용하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은 본래 "선행교육 규제법에 초등학교 1, 2학년은 방과 후에 영어 교육을 할 수 없도록 된 것을 그 법 대상에서 제외한다. "라는 법 개정안으로서 영어 조기교육을 강화하는 법안인데 3월 11일 교육위원장(이찬열 바른미래당 수원갑)이 상정하고 12일에 법사위를 통과, 13일 본회의까지 번갯불에 콩 볶듯이 통과시켰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중요하고 좋은 법이라고 충분히 국민 의견을 들은 뒤에 법안을 상정하고 국회 토론을 거친 뒤에 통과시키지 않고 서둘러서 교육 현장 담당자들까지 혼란스럽게 하는 지 놀랍습니다.
도대체 지난 20여 년 시행한 영어 조기교육으로 얻은 것이 무엇입니까? 그 피해를 살펴보면 “영어 조기유학으로 기러기아빠가 늘어나고 가정이 파탄나기도 했다. 거리에 한글간판이 사라지고 영어 간판이 늘어났다. 영어 편식교육으로 교육이 흔들리고 망가졌다. 새로 생기는 회사와 상품 이름이 거의 영문이다. 방송국 이름과 방송 제목이 온통 영어다. 공공기관까지 영어 범벅 말장난이다. 사교육업체는 돈을 벌지만 학부모는 사교육비에 허덕인다. 지나친 사교육에 어린이들은 건강을 해치고 젊은이들은 혼인도 안 한다거나 애를 낳지 않으려고 한다.”라는 등 그 피해와 부작용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그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고민한 흔적도 없이 법안 제출 3일 만에 본회의까지 통과시키다니 기가 막힙니다. 사교육업자들의 요구 때문인지, 무엇이 그렇게 급해서 국민의 의견도 충분히 듣지 않고 그렇게 서둘렀는지 그 까닭을 듣고 싶습니다.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의 국민 대표기관의 모습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이러다간 유치원까지 영어 조기교육을 하고,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고 하거나 영어나라 미국의 한 주가 되자고 할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 말글을 잊어버리고 겨레까지 사라진 만주 여진족꼴이 될까 걱정됩니다. 국회라도 정신을 차리고 교육을 돈벌이나 출세 수단과 도구로 내몰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영어 조기교육으로 생긴 부작용을 살피고 충분히 토의한 뒤에 결정할 일입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 조기교육을 언급했는데 국회가 이 법안을 스스로 내고 서둘러 통과시키는 것을 보면서 국회가 교육부장관의 뜻을 알아서 헤아리고 실천하는 기구로 보입니다. 교육부장관이 그러더라도 이런 법을 내고 통과시키기 전에 그 잘잘못을 따지고 충분히 토의해야 할 것입니다. 이 법안은 우리 말글살이와 교육을 더 어지럽히고 국민을 괴롭힐 것이며 겨레와 나라의 앞날을 어둡게 만들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했습니다. 그래서 이 법 시행을 반대하면서 우리 뜻을 아래와 같이 밝힙니다.
“국회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지난날 영어 조기교육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히고 우리말과 교육을 걱정하는 국민과 공개 토론할 것을 우리 겨레의 이름으로 요구한다! 만약에 우리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스스로 잘못한 것을 인정하고 우리말과 얼을 짓밟는 헤살꾼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겠다!”
2019년 3월 25일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리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