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사도(이한음 옮김)』 번역 비판 - 1장의 머리말
2006-01-15
이덕하
『악마의 사도 – 도킨스가 들려주는 종교, 철학 그리고 과학 이야기』,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바다출판사,
2005
『A Devel’s Chaplain –
Reflections on Hope, Lies, Science, and Love』, Richard Dawkins, Mariner Books, 2004
불과 5 쪽을 검토해 보았을 뿐인데 10 개
정도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쪽에 오류가 두 개씩 있는 셈이다. 이 책의 옮긴이 소개란에는 “현재 과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내가 보기엔 과학 전문 번역가가 되려면 오류의
수가 좀 더 적어야 한다.
Dawkins : The title, borrowed
by the book, is explained in the essay itself.
이한음 (17쪽) : 이 책의 제목으로도 쓰인 이 글 제목은 이 글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 설명해준다.
a. 제목이 에세이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에세이가
제목을 설명하는 것이다.
Dawkins : The second essay, What it True?(1.2), was my contribution
to a symposium of that name, in Forbes
ASAP magazine.
이한음 (17쪽) : 두 번째 글인 <진리란 무엇인가?)(1.2)는 《포브스 ASAP》지의 지상 토론회에 같은 제목으로
기고했던 것이다.
a. 이 문장에서는 “진리란 무엇인가”가 기고문의 제목이 아니라 심포지움의 제목이라고 말하고
있다(물론 그것이 기고문의 제목이기도 하겠지만).
Dawkins : It’s hard enough
coaxing nature to give up her truths, without spectators and hangers-on
strewing gratuitous obstacles in our way.
이한음 (17쪽) : 구경꾼들이나 방관자들이 굳이 우리의 앞길에 불필요한 장애물들을 계속 놓지 않아도, 자연을 잘 구슬려 진리를 내놓게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a. “hangers-on”을 “방관자”라고 번역했다. “hanger-on”은 “식객”, “기식자” 등을
뜻하는 말이다. 방관자와는 다르다.
Dawkins : My essay argues that
we should at least be consistent. Truths about everyday life are just as much –
or as little – open to philosophical doubt as scientific truths. Let us shun
double standards.
이한음 (17쪽) : 이 글은 우리가 적어도 일관성은 지녀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상생활과
관련된 진리들도 과학적 진리들만큼이나 철학적 의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이중 기준을 쓰지 말자.
a. “Truths
about everyday life are just as much – or as little – open to philosophical
doubt as scientific truths.”의 정확한 뜻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한음씨의 번역은
좀 미심쩍다.
Dawkins : Cheap cracks like ‘I
suppose you’ll need reinforced ballot-boxes for gorillas, then?’ are soon
dispatched:
이한음 (18쪽) : “그러면 고릴라를 위해 무기명 투표함을 늘려야 되겠네?” 같은 비꼬는
말들도 금방 튀어나올 것이다.
a.
“reinforced”가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다. 여기서 “reinforced”는 “reinforced concrete(철근
콘크리트, 강화 콘크리트)”에서의 “강화”와 비슷한 의미로 쓰였다. 힘세고
난폭한 고릴라가 투표함을 때려부수지 못하도록 튼튼한 투표함이 필요할 것이라고 비꼬는 말이다. 옮긴기는
“reinforced”를 “늘려야”로 번역한 듯하다.
b.
여기서 “dispatched”는 “반박된다”를 의미하는 듯한데 “튀어나올”로 옮겼다.
Dawkins : Any proposal to
curtail, in the smallest degree, the right of trial by jury is greeted with
wails of affront.
이한음 (19쪽) : 모욕을 당해 울분에 차 있는 사람들은 배심원단의 재판 권한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제안이 나오면 무조건 찬성한다.
a. “greeted
with”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다. 모욕의 울분(즉 엄청난 반대)을 대면하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문장의 의미를 반대로 해석했다.
Dawkins : My purpose in the
next article was to explain the real magic of crystals to the readers of a London newspaper, the Sunday Telegraph. At one time it was
only the low-grade tabloid newspapers that encouraged popular superstitions
like crystal-gazing or astrology. Nowadays some up-market newspapers, including
the Telegraph, have dumbed down to
the extent of printing a regular astrology column, …
이한음 (19쪽) : 그다음 글은 런던 신문인 《선데이 텔레그래프》의 독자들에게 수정구슬이 지닌 진짜 마법이 어떤 것인지 설명할 목적으로
쓴 것이다. 예전에는 저급한 선정적인 신문들 중에 오직 그 신문만이 수정구슬점에나 점성술 같은 인기를
끄는 미신 행위를 조장했다. 지금은 《선데이 텔레그래프》뿐만 아니라,
몇몇 고급 취향의 신문들도 점성술 칼럼을 정기적으로 싣는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고 있다.
a. 졸지에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고품격(up-market)” 신문에서 “저질(low-grade)” 타블로이드로 되어 버렸다.
b. 왜냐하면 “only”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급한 선정적인 신문들 중에 오직 그 신문만이”는 오역이다. “오직 저질 타블로이드 신문들만이”라고 번역해야 한다.
Dawkins : I must add, the fact
that the word ‘postmodernism’ occurs in the title given me by the Editors of Nature does not imply that I (or they)
know what it means.
이한음 (20쪽) : 《네이처》의 편집인이 집필을 부탁한 제목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단어는 내가(또는 그들이) 알고
있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을 말해두어야겠다.
a. “내가(또는
그들이) 알고 있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은 오역이다. 여기에서는 “나도 그 단어의 뜻을 모르겠다”는 말이다.
Dawkins : The best you’ll get
is a nervous titter and something like, ‘Yes I agree, it is a terrible word
isn’t it, but you know what I mean.’
이한음 (21쪽) : 당신이 들을 수 있는 그나마 가장 나은 것은 킥킥 웃음이 나올 이런 말일 것이다. “그래요, 나도 인정합니다. 정말
끔찍한 단어죠. 하지만 당신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겁니다.”
a. “초조한 킥킥거림(nervous titter)”이 있은 이후에 “그래요, …”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즉
킥킥거린 사람은 대답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대답을 듣는 사람이 킥킥거릴 것 같이 번역했다.
Dawkins : … of watching a great
teacher’s eyes light up for sheer love of the subject.
이한음 (21쪽) : … 그 주제를 더 알고 싶은 소망으로 눈을 빛내며 스승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기쁨 말이다].
a. 눈을 빛내는 사람은 스승인데 스승을 보는
학생이 눈을 빛내는 것으로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