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 심리학에 적대적인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진화 심리학 책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에는 다음 두 권이 유력한 후보다.
『A Natural
History of Rape: Biological Bases of Sexual Coercion(2000)』, Randy Thornhill, Craig T. Palmer
『Race,
Evolution, And Behavior: A Life History Perspective』, J.
Philippe Rushton
『Race, Evolution, and Behavior』은 3판(2000)까지 나왔으며 축약판(2nd
Special Abridged Edition)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http://www.charlesdarwinresearch.org/Race_Evolution_Behavior.pdf
Rushton이 스스로를 진화 심리학자라고 부르는 것 같지도 않고
진화 심리학계에서도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진화 생물학을 적용해서 인간 심리
현상을 설명하려고 하기 때문에 진화 심리학자라고 부른다고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A Natural History of Rape』의 두 저자는 강간
문제에서 의견이 상당히 다르다. 그 중 Thornhill은
강간의 적응 가설을 지지한다. 그에 따르면 과거에 적응적인 방식으로 강간했던 남자가 더 잘 번식했기
때문에 자연 선택에 의해 강간에 전문화된 심리적 메커니즘이 진화했다. 강간 메커니즘이 선천적이라는 것이다.
『Race, Evolution, and Behavior』에 따르면
흑인은 백인에 비해, 백인은 아시아인에 비해 선천적으로 지능이 낮고,
충동적이고, 공격적이고, 음경과 젖가슴이 크고, 성욕이 강하고, 운동을 잘한다. 그
이유는 과거에 인종이 서로 다르게 진화하는 과정에서 흑인은 상대적으로 r 전략 즉 자식을 많이 낳는
전략에 힘썼으며, 아시아인은 K 전략 즉 자식을 조금 낳아서
잘 돌보는 전략에 힘썼으며, 백인은 그 중간이었기 때문이다. 각
인종이 r/K의 스펙트럼에서 서로 다른 지점을 차지한 이유는 자신이 진화했던 환경에 맞는 전략을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수천 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이 상대적으로 미발전인 이유와 미국 같은 다인종 국가에서
흑인이 학문적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범죄를 많이 저지르는 이유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이런 선천적 차이 때문이다.
강간과 인종 문제만큼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도 없는데 Thornhill과
Rushton은 많은 사람들이 아주 싫어할 이야기만 골라서 하는 것 같다.
나는 『진화 심리학의 이론적 기초』라는
책을 쓰고 있으며 그 책에서 “진화 심리학과 이데올로기”의
문제도 상세히 다룰 생각이다. 그래서 내가 가장 이데올로기적으로 민감한 강간과 인종 문제를 어느 정도
깊이 있게 파헤치려는 것이다. 인종 문제는 주로 행동 유전학과 관련이 있는데 Rushton은 행동 유전학 연구들을 바탕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인종 진화 가설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백지론적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 유전학과 진화 심리학을 합쳐서,
그것도 가장 민감한 인종 문제를 다루는데, 흑인이 들으면 상당히 싫어할 만한 내용을 담겨
있는 것이다.
Rushton의 입장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Race, Evolution, and Behavior』 3판과 그 이후에
그가 발표한 논문들을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Race,
Evolution, and Behavior』 축약판만 읽었다.
Rushton의 글을 약간 읽어 보고, 그의 어떤 논문을 비판한 Tooby & Cosmides의
「Kin selection,
genic selection, and information-dependent strategies(1989)」를 읽어본 후 Amotz Zahavi가
떠올랐다.
http://www.psych.ucsb.edu/research/cep/papers/Kin_selection.pdf
Zahavi가 1970년대에 제시한 핸디캡 원리는 당시에는
진화 생물학계에서 웃음거리였지만 1990년대부터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으며 지금은 진화 생물학계에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 『The Handicap
Principle: A Missing Piece of Darwin's Puzzle(1997)』를 읽어보면 Zahavi가 진화 생물학에
상당히 서투르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심지어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대며 Hamilton의 친족 선택 이론이 엉터리라고 이야기한다. 친족 선택
이론으로 설명하던 것들도 핸디캡 원리로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핸디캡 원리를 세상에 알리고
그 근거를 대기 위해 상당히 열심히 연구한 것으로 보인다.
위에 언급한 논문에서 Tooby & Cosmides는 Rushton이 여러 가지 면에서 진화 생물학을 어설프게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도 『Race, Evolution, and Behavior』 축약판을 읽으면서 그렇게
느꼈다. 하지만 Rushton이 주로 연구한 것은 행동 유전학이다. 그가 쓴 『Race, Evolution, and Behavior』 3판은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인종의 선천적 차이에 대해 다룬
논문들을 가장 잘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Rushton이 진화 생물학까지 아주 잘 알아서 좀 더 완성도 높은
인종 진화 가설을 제시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r/K 선택 이론을 인종의 진화 문제에 적용한 그의 가설은 과학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우며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유력해
보인다.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Rushton은 진화 심리학계에서도 어느 정도
타부인 것 같다. 이것은 진화 심리학자들이 Thornhill을
위해서는 기꺼이 나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Thornhill은
저명한 진화 심리학자인 반면 Rushton은 행동 유전학 쪽에서 자리를 잡은 학자라는 차이가 있긴 하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도 한 몫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Rushton의 책 『Race,
Evolution, and Behavior』을 출판했던 출판사에 여러 단체들이 압력을 넣어서 출판을 포기하고 사과까지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Rushton의 인종 이론은 훨씬 더 민감한 내용으로 보인다. 그는 흑인이 선천적으로 머리 나쁘고, 공격적이고, 힘 세고, 성욕이 강한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강간에 전문화된 메커니즘이 진화했다는 Thornhill의
주장보다 사람들이 더 싫어할 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인종 사이의 선천적 차이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세 가지 입장이 있을 것이다.
첫째, 이런 문제를 아예 다루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
둘째, 이런 문제를 다룰 때에는 과학적 기준을 어느 정도 또는 완전히
무시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입장.
셋째, 이런 문제도 다른 문제들처럼 과학적으로 최대한 엄밀히 다루어야
한다는 입장.
나는 세 번째 입장을 지지한다. 여러분은 나의 글 또는 Rushton의 글을 비판하기 전에 위의 세 가지 입장 중 어느 입장을 지지하는지 먼저 밝혀주기 바란다. 만약 첫 번째 입장이라면 이미 내가 이런 글을 쓰고 있다는 자체가 죄악일 것이다. 만약 두 번째 입장이라면 이미 과학적 토론은 물 건너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당신은 당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어라. 나는 과학적으로 따질 테니. 그렇다면 우리들은 서로 토론할 수 없다”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입장인 사람이라면 나와 토론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Rushton이 학자 흉내만 내는 엉터리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그의 책은『Race, Evolution, and Behavior』는 저명한 지능 연구가인 Arthur
R. Jensen과 Hans J. Eysenck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인터넷에 있는 축약판 2쪽). 또한 200편 정도의 글을 썼으며 19920년에는 22번째로 출간을 많이 하고 11번째로 인용이 많이 되는 심리학자로
꼽혔다고 한다(인터넷에 있는 축약판 4쪽). 또한 그의 논문 중 상당 수는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렸다.
http://www.ssc.uwo.ca/psychology/faculty/rushton_pubs.htm
Rushton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의 과학적 주장을 검토하기 위해 그의 정치적 입장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명제의 옳고 그름은 오직 논리적 일관성과 실증과 같은 과학적 기준으로만 가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나찌 간행물에 실린 것들이 아니라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에 바탕을 두고 주장을 펼치고 있다.
2010-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