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간 게놈 계획이라는 것을 시작할 무렵인 1990년대 초반에는 인간의 게놈이 20만 개쯤 될 거라고 추정했어요.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61쪽, 최종덕)
20만 개라는 추정치는 게놈(genome,
유전체)의 수가 아니라 유전자(gene)의 수다. 유전자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정의되는데 여기에서는 단백질 합성의 단위인 시스트론(cistron)을 뜻한다.
그런데 20세기 중반 들어 다른 진화론자들에 의하면, 수많은 변이개체 중에서
환경에 적응된 변이들만 살아남는 게 아니라 환경에 중립적인 변이들도 많이 살아남고, 가령 어떤 집단이
고립됐다거나 해서 돌연변이를 유발시킬 좋은 기회나 조건이 생길 때 비로소 진화가 일어난다고 해요. 그걸
중립진화설이라고 하죠.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118쪽, 전방욱)
어떤 집단이 고립된다고 돌연변이가 유발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그리고
그것이 중립진화설과 무슨 관계가 있나? 도대체 전방욱은 “돌연변이를 유발시킬”을
무슨 뜻으로 쓴 건가?
예를 들어서
벌의 경우에 일벌이 자손을 낳을 때는 유전자의 1/2만 줄 수 있지만,
자기의 친척인 사촌들은 유전자의 3/4을 공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남기려는 진화론 이론에 따라서 사촌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는 겁니다.
자기 자식을 낳는 것보다는 자기 자매들을 돌보는 것이 자기 유전자를 더 많이 보존할 수 있다는 거죠.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125쪽, 전방욱)
엄마가 단 한 마리의 수컷과 교미했다고 가정할 때, 어떤 일벌과 근친도(degree of relatedness)가 3/4인 것은 그 일벌의
사촌이 아니라 여동생(친자매)이다. 전방욱은 어디서 사촌 이야기를 들은 것일까?
그러니까 비슷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집단을 상정하는 겁니다. 비슷한 유전자의 뭉치를 ‘유전자
풀’이라고 하는데, 그 유전자 풀의 변화를 통해서 집단이 진화한다는 주장이죠.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133쪽, 전방욱)
전방욱은 유전자 풀(gene pool) 개념을 독창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비슷한 유전자의
뭉치”가 유전자 풀이란다. 여기서 ‘비슷한’의
의미는 오직 전방욱만 알 것이다.
유전자 풀을 정의할 때 중요한 것은 상호교미가 이루어지는 개체군이다. ‘비슷한’을
어떤 식으로 정의하든 유전자가 비슷하냐 아니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런데 기무라
같은 사람은 그렇게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유전자들이 변한 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어요. 본래 그 형질로
봐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유전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변했을 거라고 하죠. 한 100만 년에 두세 개 정도 변한다고 추산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선악과
관계없는 중립적인 돌연변이들이 개체에 형질화하게 되는 것이겠죠. 특정한 시기에 우연찮게 형질의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가 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지진으로 섬이 분리되는 상황처럼 어떤 개체군이 특별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우연찮게 환경에 유리한 형질 또는 생식에 유리한 형질을 갖는 개체들이 살아남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172쪽, 전방욱)
전체적으로 도통 알아먹을 수 없는 구절이다. 아마 이 구절은 기무라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100만 년에 두세 개 정도 변한다”는
추정치의 기준은 무엇인가?
2010-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