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퍼는 과학이 오류를 범할 수도 있고, 사이비 과학이 어쩌다가 진리에 이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The problem which troubled me at
the time was neither, ‘When is a theory true?’ nor, ‘When is a theory
acceptable?’ My problem was different. I wished
to distinguish between science and pseudo-science; knowing very well that
science often errs, and that pseudo-science may happen to stumble on the truth.
(『Conjectures and Refutations』, 44쪽)
당시 나를 괴롭혔던 문제는 <이론은
어느때에 참인가>도 아니었고, <이론은 어느때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도 아니었다. 나의 문제는 다른
것이었다. 나는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구분하고자 했다. 왜냐하면 과학도 종종 오류를 범하고,
오히려 사이비 과학이 우연히 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추측과 논박 1』, 76쪽)
물론 훌륭한 과학자 또는 훌륭한 과학 공동체의
경우에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건 너무 뻔하다.
그렇다면 사이비 과학이 참 또는 진리에
이를 수 있는가? 이것은 사이비 과학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나는 어떤 자칭 과학 공동체에서 하는 짓이
전반적으로 매우 한심할 때 그것을 사이비 과학이라고 부른다. 과학 공동체에서는 가설을 만들기도 하고, 실험이나 관찰을 하기도 하고, 실험과 관찰을 분석하기도 하고, 그런 분석을 바탕으로 가설을 기각하거나 이론으로 승격시키기도 하고, 가설을
수정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 전반은 살펴보았을 때 과학 공동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 한심할 때 나는
그것을 사이비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반면 포퍼는 가설 설정에만 집중한다. 만약 그 가설이 너무나 애매하거나 해서 반증이 불가능하다면 포퍼의 입장에서는 사이비 과학이다.
나의 정의에 따르면 사이비 과학도 때로는
진리에 이를 수 있다. 예컨대 어떤 사이비 과학 공동체에서 실험과 실험 분석을 정말 개판으로 한다고
하자. 하지만 그들이 실험을 개판으로 한다고 해서 그들의 가설이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운 좋게 참인 가설을 내세울 수도 있는 일이다.
반면 포퍼의 정의에 따르면 문제가 달라진다. 만약 사이비 과학의 ‘가설’이
반증이 아예 불가능할 정도로 애매하거나 하다면 그것이 어떻게 참 또는 진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가설’은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없어서 아예 가설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것이 아닐까? 포퍼에 따르면 사이비 과학의 ‘가설’은 사이비 가설이다. 그리고 사이비 가설은 참이나 진리가 될 수 없어
보인다.
이덕하
201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