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차별 때문에 여자의 지위와 임금이 낮은 것인가?
임금 차이와 지위 차이에 대한 온전한 설명을 위해서.. 7
진화 심리학자들은 온갖 현상들을 연구하며 온갖 가설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미움을 사는 가설들이 따로 있다. 생각나는 대로 나열해 보겠다.
첫째, 강간 문제. 특히 남자가 강간 메커니즘을 적응으로서 진화시켰다는 가설.
둘째, 매춘 문제. 원래 남자가 여자보다 더 성교하기 좋아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판매자는 여자이고 성구매자는 남자라는 가설.
셋째, 인종 문제. 각 인종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심리적으로도 서로 다르게 진화했다는 가설.
넷째, 정신병질 문제. 정신병질은 싸가지 없는 전략으로서 진화했다는 가설.
다섯째, 친족애 문제. 특히 의붓자식보다는 친자식을 더 사랑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의붓자식 살해율이 친자식 살해율보다 수십 배는 높다는 가설.
여섯째, 질투 문제. 질투 메커니즘이 적응으로서 진화했다는 가설.
일곱째, 성 불균형 문제. 여자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고 임금을 덜 받는 것은 남녀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 때문이라는 가설.
이 글에서는 일곱째 문제를 다룰 것이다.
나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여성이 엄청나게 차별 받고 억압 받았다는 사실을 무시할 생각이 없다. 여전히 지구상에는 여성 할례(생식기 손상), 명예 살인(간통을 했다는 이유로 가문의 명예를 위해 여자를 죽이는 것) 등이 있다. 여자라는 이유로 온 몸을 가리고 다녀야 하는 사회도 있다. 이렇게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여자들은 온갖 방면에서 차별 당해 왔으며 지금도 선진 산업국에서조차 차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선진 산업국에서도 여성 차별 때문에 여자의 지위나 임금 등이 남자에 비해 낮다는 명제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페미니스트들이 남녀의 지위와 임금 차이를 오직 여성 차별적인 제도나 여성 차별적인 관념으로만 설명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많은 페미니스트들에 따르면 어떤 분야에서 여자의 비율이 50%에 훨씬 못 미치거나, 여자의 임금이 남자에 비해 현저히 낮거나, 여자가 남자에 비해 간부가 되지 못한다면 그것은 곧 해당 분야에 여성 차별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선진 산업국에도 여전히 육체적 힘을 요구하는 일이 있다. 자동차 공장, 건설 현장이 대표적이다. 또한 고공 작업처럼 매우 위험한 일도 있다. 이런 곳에서는 여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것은 여자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근력이 약하고 겁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여자가 남자에 비해 몸집도 작고 힘도 약한가? 진화 생물학자들은 이에 대해 그럴 듯한 설명을 준비해 두고 있다. 수컷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종의 경우에는 대체로 수컷이 더 크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몸집이 큰 것이 장땡이기 때문이다. 반면 수컷끼리 싸울 일이 거의 없는 종의 경우에는 대체로 암컷이 더 크다. 더 커야 알이나 새끼를 더 많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컷끼리 싸울 일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종의 경우에는 암컷이 수컷에 비해 무지막지하게 커서 수컷이 코딱지처럼 암컷에 붙어사는 종도 꽤 있다. 전체적으로 동물계를 모두 따져보면 암컷이 수컷에 비해 큰 종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더 많다. 사람들이 보통 수컷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인간이 속해 있으며 관찰할 기회가 많은 포유류의 경우 대체로 수컷이 더 크기 때문이다.
수컷들이 영역이나 서열을 두고 싸우는 종의 경우에 결국 싸움의 이유는 암컷을 차지하는 것이다. 영역이 있거나 서열이 높아야 암컷을 차지할 수 있다. 서열이 가장 높은 수컷이 주변의 모든 암컷을 몽땅 차지하는 바다 코끼리의 경우에는 수컷이 암컷에 비해 훨씬 더 크다. 반면 일부일처제에 가까운 종일수록 암수의 몸집 차이가 작아진다. 일부일처제에 매우 가까운 종의 경우에는 암수의 크기가 같은 경우가 많다.
최근 수백만 년 동안 인간의 조상이 진화했을 때에 남자끼리 싸우는 경우가 어느 정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 인간은 일부일처제에 어느 정도 가깝기는 하지만 일부다처제적 성격도 약간은 있는 사회에서 살았을 것이다. 이것이 남자가 여자에 비해 약간 큰 이유일 것이다.
여자는 남자보다 겁이 많기 때문에 자신의 자식이 위기에 처했을 때 빼고는 위험한 일을 잘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자는 왜 겁이 많을까? 이에 대해서도 그럴 듯한 설명이 있다.
인간의 경우 여자가 임신도 하고 수유도 했다. 따라서 남자와 여자가 성교를 해서 임신한 직후에 남자가 죽더라도 자식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는 반면 여자가 죽는다면 뱃속의 자식은 100% 죽는다. 젖먹이 아이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버지가 죽는 경우보다 어머니가 죽는 경우에 젖먹이가 죽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따라서 여자에게는 자신의 신체를 보호해야 할 이유가 남자보다 더 크다. 극단적인 사례를 살펴보자면, 남자의 경우에는 주변에 있는 여자들을 닥치는 대로 강간한 후에 맞아 죽더라도 자식을 볼 가망성이 있다. 즉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자에게 위험한 전략이 더 유용하다.
여자가 임신과 수유를 도맡았기 때문에 짝짓기 상대를 두고 남자끼리 벌이는 경쟁이 여자끼리 벌이는 경쟁에 비해 더 치열하다. 여자는 성교할 상대를 못 찾아서 임신을 못한 가망성이 별로 없지만 남자는 성교할 상대를 못 찾아서 임신을 못 시킬 가능성이 상당한다. 또한 일부다처제 사회에서는 결혼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여자가 결혼을 못할 가능성보다는 남자가 결혼을 못할 가능성이 더 많다. 경쟁이 치열한 남자 쪽에서는 위험한 전략을 취할 이유가 더 크다.
많은 진화 심리학자들은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남자가 여자에 비해 위험한 일을 더 많이 하도록, 즉 겁이 상대적으로 없도록 진화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진화 심리학자들처럼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자가 육체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일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런 곳에 여자가 별로 없다는 것을 차별의 증거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일부 전투적 페미니스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 따르면 어떤 분야의 고용 성비가 50:50에서 현저히 멀어진다면 그 자체가 차별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그리하여 미국의 고속도로 관리 업무를 하는 직장(고속도로가 패였을 때 보수하는 것 같은 작업을 함)에 여자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본 전투적인 페미니스트들이 그 회사를 고발했다. 그리하여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 여성 차별이 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이것이 뭐 하는 짓인가? 이것은 자원의 낭비다. 그럴 시간에 진짜 차별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내려고 노력했어야 했다.
어느 나라를 가나 공대에는 여자 학생이 별로 없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에 따르면 이것은 세상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증거다. 공대에서 학생을 뽑을 때 여자를 차별했기 때문이다. 또는 세상 전체가 잘못되어서 여자는 공대에 가서는 안 된다는 편견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일부 페미니스트들에 따르면 남녀 사이에 선천적인 신체적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선천적인 정신적 차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진화 심리학자들은 남자가 여자에 비해 이과대나 공대에서 가르치는 것을 더 좋아하고 더 잘하도록 선천적으로 생겨먹었다고 믿는 것 같다. 어쩌면 남자가 주로 도구를 만들었기 때문에 도구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것을 더 잘하고 더 좋아하도록 설계되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이와 관련된 성차는 상당 부분 선천적인 것 같다. 특별히 어떤 것을 가지고 놀라고 지목하지 않아도 남자아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인형보다 총이나 자동차 같은 장난감을 더 좋아한다. 또한 공대에서 다룰 법한 가전 제품 등에 더 관심을 보인다.
나는 고등학생이 대학교의 학과를 선택할 때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쪽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일부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처럼 공대의 남녀 학생 비율을 50:50에 가깝게 맞추어야 한다면 이런 선택의 자유를 짓밟아야 할 것이다.
나는 선진 산업국에서 여성 차별이라는 요인 때문에 여자가 낮은 임금을 받고 직급이 낮다는 설명을 거부하지 않는다. 여러 분야에서 십중팔구 그런 요인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볼 수 있는 온갖 다른 요인들도 있다.
첫째, 위에서 지적했듯이 여자는 대체로 육체적으로 힘들고 위험한 일을 피한다. 육체 노동 중에 육체적으로 더 힘들고 더 위험한 작업일수록 임금을 더 받는다. 따라서 차별이 없더라도 여자의 임금이 낮을 수 있다.
둘째, 남자가 여자에 비해 선천적으로 머리가 좋아서 임금도 더 많이 받고 지위도 더 높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남자가 모든 분야에서 여자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남자가 더 잘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더 잘하는 일이 있다. 이과대나 공대와 관련된 일은 대체로 남자가 더 잘한다. 예컨대 프로그래밍 갈은 경우가 그렇다. 프로그래밍은 고소득 직종 중 하나다.
만약 온갖 직업 중에 남자가 더 잘 하는 것들이 더 많다면, 또는 고소득 직업 중에 남자가 더 잘 하는 것들이 더 많다면 여성 차별이 없다 하더라도 남자가 돈을 더 잘 벌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여자들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남자는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유치원 교사들보다 프로그래머가 더 많이 번다면 남자가 돈을 더 많이 벌게 된다. 유치원에서도 프로그래밍 회사에서도 남녀 차별을 전혀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여자가 주로 좋아하고 잘 하는 직종에 비해 남자가 주로 좋아하고 잘 하는 직종의 임금이 전체적으로 더 높은 것이 여성 차별이라고 주장할 수는 있을 것이다.
셋째, 남자가 여자보다 더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임금도 더 많이 받고 지위가 높은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온갖 연구에 따르면 남자가 여자에 비해 더 많이 일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는 상대적으로 일보다는 자식 돌보기에 더 전념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식이 없다 하더라도 여자는 남자처럼 뼈빠지게 일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진화 심리학자들은 그럴 듯한 설명을 준비하고 있다. 여자는 남자보다 자식을 더 사랑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여자는 자신의 사회적 자식이 자신의 유전적 자식임을 “확신”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살던 시절에는 자기 뱃속에서 나온 자식은 자신의 유전적 자식이다. 반면 남자는 자신의 사회적 자식 즉 자신의 아내의 자식이 자신의 유전적 자식인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아내가 바람을 피웠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자는 여자에 비해 자신의 사회적 자식을 덜 사랑하도록 설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바람을 피웠을 때 남자가 여자에 비해 얻는 것이 더 많다. 바람 피우기에 매우 성공해서 수 많은 여자와 성교를 한 남자는 운이 좋다면 수 많은 여자를 임신시킬 수 있다. 반면 여자는 아무리 많은 남자와 바람을 피워도 자식 수를 늘릴 수 없다. 바람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식 돌보기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요인 때문에 남자는 여자에 비해 자신의 자식을 덜 사랑하도록 설계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남자는 왜 여자에 비해 뼈빠지게 일하려고 할까? 이것은 남자들 사이의 경쟁이 여자들 사이의 경쟁보다 더 강렬하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더 높은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만약 이런 설명이 맞다면 남자는 자식 돌보기보다는 밖에서 일하는 것에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전념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밖에서 더 뼈빠지게 일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임금도 더 많이 받고 직급도 더 높은 것이다.
어떤 문화권에서 임금이나 직급의 성차가 뚜렷하다면 그 이유는 여러 가지 때문일 수 있다. 남자가 육체적으로 더 힘들 일을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남자가 더 위험한 일을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남자가 자식 돌보기보다는 바깥에서 하는 일에 더 전념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남자가 더 뼈빠지게 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남자가 해당 분야에서 요구하는 지능이 여자보다 더 높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해당 분야에서 여자를 차별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 전체적으로 알게 모르게 여자를 차별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크게 나누어 보면 남녀의 선천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고, 해당 문화권에서 여자를 차별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오직 후자만 원인이라고 우기고 있다. 나는 구체적으로 따져서 어떤 쪽이 원인인지 가려야 하며 만약 둘 모두 원인이라면 어느 정도가 선천적 차이 때문이고 어느 정도가 차별 때문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 차별을 없애고 싶다면 세상을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 무턱대고 몽땅 차별 때문이라고 우긴다면 오히려 차별 철폐에 방해만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