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을 주기 때문에 믿는다?
이덕하
2008-12-13
소망적
사고와 종교.. 1
소망적 사고를 하는 동물은 어떻게 될까?. 2
소망적 사고라고 여겨지는 예 – 자기에 대한 과대 평가.. 3
위안을 주는 종교와 불안을 주는 종교.. 4
행동과 믿음의 차이.. 4
소망적 사고와 종교
흔히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라고 한다. 이런 것을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한다. http://en.wikipedia.org/wiki/Wishful_thinking에서는
소망적 사고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소망적 사고란
증거나 합리성에 호소하는 대신 어떤 것이 상상하기에 기분이 좋으냐에 따라 믿음을 형성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Wishful thinking is the formation of beliefs and making decisions
according to what might be pleasing to imagine instead of by appealing to
evidence or rationality).
소망을 성취하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동물은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두 가지 명백한 사실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의 소망을 현실인 것처럼 믿는 경향이 있다”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종교를 믿는 이유도 이런 식으로 설명한다. 만약 자신의 뒤에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만약 자신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만약 그 영원한 삶을 매우 안락한 곳에서 살 수 있다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만약 자신을 부당하게 해친 작자를 누군가 응징해 준다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소망적 사고로 종교를 설명하는 사람들은 든든한 후원자이며, 천국에서의
영생을 보장하며,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존재로서의 신이 그런 소망적 사고의 결과라고 본다. 이것은 상당히 그럴 듯한 설명으로 보인다.
이런 설명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과 일맥상통한다. 프로이트는 쾌락 원리라는
이름으로 쾌-불쾌 메커니즘을 절대화했다. 또한 마르크스도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라는 말을 했다. 물론 마르크스가 아편을
언급한 이유는 위안의 측면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소망적 사고를 하는
동물은 어떻게 될까?
진화 심리학자에게는 소망적 사고가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볼 이유가 있다. 동물이 소망적 사고에 빠진다면 생존과 번식에 별로 유익하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자신이 매우 우월하다고 믿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실제로는
자신이 열등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매우 우월하다고 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동물은 힘센 동물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참패를 당할 것이다.
자식이 실종되었다. 매우 괴로운 일이다. 만약 자식이 안전하다고 믿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실제로
자식이 안전하다고 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식을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안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결국 자식이 죽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자신이 하던 일이 계속 실패하고 있다. 매우 괴로운 일이다. 만약 자신이 계속 성공하고 있다고 있다고 믿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그렇게 믿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자신의 행동 패턴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계속해서 무모한 시도를 할 것이고 계속해서 실패할 것이다.
동물은 대체로 현실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현실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면 망하기 때문이다. 눈과 같은 감각 기관이 고도로 정밀하게 진화한 이유는 더 정확하게
본 생물이 더 잘 번식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고 크게 다르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소망적 사고라고 여겨지는
예 – 자기에
대한 과대 평가
여러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실제 자신의 능력보다 자신이 더 잘났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연구가 소망적 사고 가설을 뒷받침해 준다고 믿는 것 같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적어도 두 개의 서로 다른 자기 평가 메커니즘이 있다고 본다. 하나의
평가 메커니즘은 광고용이며 다른 평가 메커니즘은 행동용이다. 광고용은 과대 평가하며 행동용은 되도록
정확하게 평가한다.
기업이 과대 광고를 하는 이유와 비슷하게 인간도 자신을 과대 광고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우정 시장과 짝짓기 시장에서 더 잘 팔리기 때문이다. 즉
일종의 속임수가 쓰이는 것이다. 나는 이 속임수가 의식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의식적으로 속임수를 쓸 때도 물론 있다). 이것은 광고용 자기 평가
메커니즘이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작동하여 만들어낸 속임수다.
반면 행동용 자기 평가 메커니즘은 되도록 정확하게 자신을 평가한다. 왜냐하면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면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체 능력을
과대 평가하면 너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너무 강한 상대와 싸우려고 할 가능성이 커진다.
심리학 연구는 보통 설문조사를 이용한다. 그러면 광고용 자기 평가
메커니즘의 결과를 얻게 된다. 따라서 과대 평가라는 결과를 얻는다. 제대로
연구를 하려면 광고용 자기 평가 메커니즘과 행동용 자기 평가 메커니즘을 따로 측정할 수 있도록 실험을 설계해야 한다.
싸움 능력의 예를 살펴보자. 만약 남자에게 싸움 능력에 대해 물어본다면
자신의 능력을 과장해서 대답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때에는 광고용 자기 평가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싸움이 벌어질 만한 상황이 되면 남자는 아무하고나 싸우지 않는다. 자기보다
싸움을 잘 할 것 같으면 보통 꽁무니를 뺀다. 왜냐하면 이 때에는 행동용 자기 평가 메커니즘이 작동하여
자신과 상대의 싸움 능력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실험은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실제로 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가 별로 없는 다른 능력에 대한 실험은 실제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안을 주는 종교와
불안을 주는 종교
종교는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불안을 조성하기도 한다. 기독교에는 천국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지옥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만약 소망적 사고 가설이 맞다면 지옥보다는 천국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던 시대 또는 교파의 기독교가 더 인기가 있었을 것이다. 방대한 역사적, 인류학적 조사를 하면 과연 그랬는지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그랬을 것 같지 않다. 중세 시대에 기독교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내가 알기로는 지옥에 대해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시절이었다. 기독교가 강력한 미국의 경우에
목사가 설교를 할 때 지옥에 대해 상대적으로 많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것 같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을 조성하는 것이야말로 기독교의 성공 비결 중 하나였던 것 같다. 한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경우에도 핵심 슬로건은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다. 정말로 독실한 기독교도들은 주변 사람들을 기독교인으로 만들려고 열심인데
그 이유는 주변 사람들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인 것 같다.
행동과 믿음의 차이
쾌-불쾌는 동물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독이 있는 동물을 먹으려고 했다가 혼난 포식자는 다음부터는 그 종의 동물을 먹지 않으려고 한다. 맛있는 것을 먹어본 사람은 다음에도 그것을 먹으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경험에서의 쾌-불쾌에 따라 쾌락을 주었던 것은 더 많이 하고 불쾌를 주었던 것은 더 적게하면
적응적이다. 즉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반면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기분 좋은 것을 믿는 것은 광고용 메커니즘 등 예외가 있긴 하지만 생존과 번식에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따라서 동물이 그런 식으로 진화했을 리가 없다. 믿음
메커니즘은 행동 메커니즘과 다르게 작동하도록 설계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신에 대한 믿음이 위안을 줄 수 있다. 야훼처럼 강력한 신이
자신의 뒤에 있다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하지만 이것은 믿음의 결과지 믿음의 원인이 아니다.
첫댓글 이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이런 얘기를 드리면 시시콜콜 뭔 얘기를 하는 거냐고 생각하실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어떤 여자 생각이 나서요? 잘 모르는 사람입니다 아무튼 이 여자애는 무척이나 못 생겼습니다, 머리도 나빠서 무척 멍청합니다, 옷 입는 걸로 봐서는 집 재산도 많지 않아 보이구요 못생겼어도 성적 매력이 나타날수도 있는데 전혀 그런거 없습니다 성격 또한 괴팍합니다(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얘기해서 잘난것 하나 없습니다 뭐 주위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것 같구요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은 굉장히 잘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잘난것이 없는데도 자기 자신이고 본인이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할수 밖에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은 혼자만 잘낫다고 생각하면 뭐 하나 남들이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데......즉 방장님 말대로 하면 소망적 사고를 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물론 저또한 그런것 같구요 가만히 보면 혼자 공주병이고 혼자 왕자병이죠 그냥 문득 원래 인간은 이렇게 밖에 생각하고 행동할수 밖에 없는것 일까요?
저는 문득 요사이 제가 보통사람들 보다 멍청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자학할 생각은 없습니다 정신분석만 해도 어떤 분은 방장님처럼 아예 정신분석 몽땅 헛소리라고 저에게 얘기해 주더군요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의 판단이 잘 서지 않아서도 그렇고........ 뭐 암튼 방장님에게 좋은 도움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