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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적 사고의 예를 찾는 것이 쉽지 않다>
20세기의 수 많은 심리학 실험을 통해서 사고 왜곡 또는 인지 편향 또는 자기 기만이 일어난다는 점이 명백해졌다. 인간의 사고가 논리적 일관성이나 실증 이외의 어떤 다른 요인에 의해서 휘둘리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망적 사고가 그런 사고 왜곡의 한 양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인간이 흔히 소망적 사고에 빠진다는 것이다.
소망적 사고란 증거나 합리성에 호소하는 대신 어떤 것이 상상하기에 기분이 좋으냐에 따라 믿음을 형성하거나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Wishful thinking is the formation of beliefs and making decisions according to what might be pleasing to imagine instead of by appealing to evidence or rationality).
http://en.wikipedia.org/wiki/Wishful_thinking
그들은 소망적 사고의 예를 쉽게 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소망적 사고의 예라는 것을 제대로 입증한 것을 본 기억이 없다.
소망적 사고가 일어났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사고 왜곡이 일어났다는 점만 보여주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의 소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고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지만 자신의 소망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사고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소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사고 왜곡이 일어났다는 점까지 보여주었다고 해도 그것이 소망적 사고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고 왜곡이 소망적 사고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소망 때문에 그런 사고 왜곡이 일어났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떤 사고 왜곡이 소망 때문에(또는 쾌락을 주기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다.
<소망적 사고인가, 광고를 위한 왜곡인가?>
인간이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방향으로 자기 기만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따라서 이런 식의 자기 기만은 소망적 사고 가설에 부합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사고 왜곡이 일어난다.
하지만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그런 사고 왜곡이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리고 소망적 사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그런 사고 왜곡을 설명할 수도 있다.
자신을 약간 과대 광고하면 번식에 유리하다. 왜냐하면 정보를 왜곡함으로써 짝짓기 시장이나 우정 시장에서 더 높은 값에 팔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이 과대 광고를 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런 식으로 진화했다면 이런 사고 왜곡은 소망적 사고 또는 쾌락 추구 경향 때문이 아니다.
광고의 맥락에서는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행동을 결정해야 하는 맥락에서는 자신에 대한 과대 평가가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이 광고의 맥락에서는 자신을 과대 평가하고 행동의 맥락에서는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싸움 능력의 예를 살펴보자. 여자들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싸움을 잘 하는지에 대해 떠벌릴 때에는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과대 평가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것이 여자들 앞에서 잘 보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반면 실제로 다른 남자와 싸움을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할 때에는 훨씬 더 냉정하게 자신의 싸움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적응적이다. 자신보다 싸움을 잘 하는 사람에게 덤볐다가는 뼈도 못 추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망적 사고 가설이 맞다면 광고의 맥락에서도 실제로 싸움이 붙는 맥락에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즉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방향으로 사고 왜곡이 일어날 것이다.
나는 이런 식으로 두 가설을 비교한 연구를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내 추측으로는 인간이 광고의 맥락에서는 과대 망상적인 방향으로 자기 기만에 빠지지만 실제로 중대한 행동에 대해 결정을 내릴 때에는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할 것 같다.
<정신분석적 접근과 진화 심리학적 접근>
프로이트는 인간에게 무지막지하게 쾌락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고 가정했으며 그것을 쾌락 원리라고 불렀다. 그는 그런 경향이 무의식에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 이드에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왜 그런 경향이 있는지 설명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프로이트에게는 그냥 그런 것이 존재하는 것이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번식에 심각한 장애가 되는 것이 있다면 자연 선택에 의해 제거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This experiment, and many others to be reviewed in this article, demonstrate also that motivated reasoning is not mere wishful thinking (a form of thinking that, if it were common, would in any case be quite deleterious to fitness and would not be coherent with the present theory). If desires did directly affect beliefs in this way, then participants would simply ignore or dismiss the test. Instead, what they do is look for evidence and arguments to show that they are healthy or at least for reasons to question the value of the test.
(Why do humans reason? Arguments for an argumentative theory
Hugo Mercier, Dan Sperber
http://ram.mrtc.ri.cmu.edu/_media/papers/arguments_for_an_argumentative_theory.pdf)
쾌락 원리나 소망적 사고가 만약 마음 속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면 번식에 심각한 해를 끼칠 것 같다. 소망적 사고가 인간의 본질적인 사고 왜곡 방식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 사람이 온갖 상황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상상해 보자.
1. 자식이 실종되었다고 하자. 자식이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은 괴롭다. 반면 자식이 실종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괴롭지 않다. 소망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식이 실종되지 않았다고 믿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자식을 찾아 헤매는 수고를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식을 찾아 헤매지 않으면 자식이 죽거나 심하게 다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그 사람은 제대로 번식하기 힘들다.
2. 동물에 곰 세 마리가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하자. 그 후 곰 두 마리가 나오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하자. 소망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이제 곰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안심할 것이다. 그리고 그 동굴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반면 냉철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곰이 한 마리는 있다고 생각하며 불안에 떨면서 그 동물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누가 더 잘 생존하겠는가? 생존하지 못하면 번식은 물 건너 간다.
3. 자신이 힘이 매우 세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다. 소망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자신보다 힘이 훨씬 센 사람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덤빌 것이다. 반면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사람은 그런 사람 앞에서는 굽신거릴 것이다. 누가 더 잘 번식하겠는가?
4. 폭이 5m나 되는 구덩이가 있다고 하자. 매우 깊어서 거기에 떨어지면 심각한 부당을 당하거나 죽을 수도 있다. 만약 그것을 쉽게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을 것이다. 다른 사람에 비해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믿는 사람은 실제로 구덩이를 뛰어넘으려고 하다가 빠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사람은 그런 무모한 짓을 안 할 것이다.
5. 소망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불쾌했던 경험은 쉽게 잊을 것이다. 매우 위험했던 경험을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과 그것을 잘 기억하는 사람을 비교해 보자. 그것을 잘 기억하는 사람은 쉽게 잊어버리는 사람에 비해 비슷한 위험을 피할 가능성이 클 것이다.
소망적 사고가 이렇게 번식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이 그런 방향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자연 선택은 번식 경쟁이지 쾌락 경쟁이 아니다. 즉 더 많은 쾌락을 느끼는 개체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번식하는 개체가 성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때로는 번식을 위해 쾌락을 포기하는 것이 적응적이다.
진화 심리학이 발달하기 전까지 심리학자들은 수 많은 사고 왜곡 사례들을 수집했다. 인간은 논리적 일관성이나 실증적 검증이라는 기준에 비추어 볼 때 매우 부실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정신분석은 이런 부실함의 기원을 무지막지한 쾌락 추구 경향에서 찾는다.
반면 진화 심리학은 그것이 사실은 부실함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논리적 일관성이나 실증적 검증이라는 기준 즉 고전적 합리성이라는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사고는 매우 부실하다. 하지만 번식이라는 기준 즉 생태적 합리성이라는 기준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사고는 그렇게 부실하지 않아 보인다. 자연 선택은 번식 경쟁이지 진리 경쟁이 아니다. 즉 더 많은 진리를 추구한 개체가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잘 번식하는 개체가 성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때로는 번식을 위해 진리를 포기하는 것이 적응적이다.
<추파, 뱀 그리고 질투>
여자가 남자에게 그냥 호의의 표시로 웃을 때에도 남자가 그 웃음을 추파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남자는 여자의 말, 행동, 표정 등을 추파로 오해하는 쪽으로 인지 편향을 보인다.
이것을 물론 소망적 사고로 해석할 수도 있다.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진화 심리학자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여자가 자신을 좋아해서 추파를 던지는데 그것을 간파하지 못하면 번식의 관점에서 볼 때 막대한 손해를 본다. 섹스 기회를 날릴 수도 있다. 반면 여자가 추파를 던지지 않았는데도 추파라고 잘못 해석해서 여자에게 접근하면 약간 민망해지는 손해를 볼 뿐이다. 따라서 남자가 웬만하면 추파로 해석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는 뱀과 관련된 인지 편향에 대해 살펴보자. 사람은 뱀과 어느 정도 비슷하기만 하면 일단 움찔한다. 그 후 뱀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확인하면 안심하게 된다. 남자가 툭하면 여자의 미소를 추파라고 해석하듯이 인간은 툭하면 뱀 형상이라고 해석한다.
뱀인데도 그냥 무시하고 있다가 물리면 번식에 막대한 지장이 생길 수 있다. 반면 뱀이 아닌데도 깜짝 놀라는 경우 약간의 에너지가 소모될 뿐이다. 웬만하면 뱀이라고 지각하는 것이 번식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인간이 그런 식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현상은 소망적 사고 가설과 모순된다. 추파라고 해석하면 기분이 좋아지지만 뱀이라고 해석하면 불안해진다.
질투의 경우에도 소망적 사고 가설과 모순되는 것 같다. 남자든 여자든 뭔가 수상한 낌새가 약간이라도 있으면 질투를 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실제로 상대가 바람을 피우는 빈도보다 질투를 하는 빈도가 훨씬 큰 것 같다. 이런 경향이 매우 심해지면 의처증이나 의부증으로 분류된다.
상대가 바람을 피웠는데도 알아채지 못하면 막대한 번식 손해를 본다. 반면 상대가 바람을 피우지 않았는데도 질투를 하는 경우에는 그보다는 훨씬 작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 같다. 따라서 웬만하면 질투를 하도록 인간이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은 소망적 사고 가설의 예측과는 모순된다. 질투는 불쾌한 감정이기 때문에 실제로 상대가 바람을 피워도 질투를 안 하는 것이 쾌락 원리나 소망적 사고 가설에 부합한다.
여기에는 자신에 대한 과대 평가, 추파, 뱀, 질투의 예만 살펴보았다. 하지만 사고 왜곡과 관련하여 진화 심리학자들은 적응론적 관점에서 수 많은 가설들을 내 놓았다. 그 가설들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쾌락 원리나 소망적 사고 개념에 기반한 정신분석 계열의 가설(또는 정신분석의 사고 방식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사람들의 가설)에 비해서는 훨씬 더 가망성이 커 보인다.
아래 글도 참조하라.
위안을 주기 때문에 믿는다?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225
불편한 진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진화 심리학을 싫어하는 것일까?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40
쾌락 원리 – 정신분석 vs. 진화심리학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91
인간이 정말로 제 눈의 들보는 못 보고 남의 눈의 티끌은 잘 보도록 설계되었을까?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420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 – 자기상의 왜곡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153
잘나고 착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하여 - 자랑, 수치심, 조롱 그리고 자기 기만
http://cafe.daum.net/Psychoanalyse/NSiD/297
Haselton, M.G., & Buss, D.M. (2009). Error management theory and the evolution of misbeliefs.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32, 522-523.
http://homepage.psy.utexas.edu/homepage/Group/BussLAB/pdffiles/Haselton%20&%20Buss,%202010.pdf
Haselton, M.G., & Buss, D.M. (2000). Error management theory: A new perspective on biases in cross-sex mind read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8, 81-91.
http://homepage.psy.utexas.edu/homepage/Group/BussLAB/pdffiles/Error_Management_Theory_2000.pdf
Why do humans reason? Arguments for an argumentative theory,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2011) 34, 57 –111
Hugo Mercier, Dan Sperber
http://ram.mrtc.ri.cmu.edu/_media/papers/arguments_for_an_argumentative_theory.pdf
Error Management and the Evolution of Cognitive Bias
Martie G. Haselton and Andrew Galperin
http://www.sydneysymposium.unsw.edu.au/2011/chapters/HaseltonSSSP2011.pdf
이덕하
2012-08-16
첫댓글 맞는말씀이십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동물농장에서 봤는데요. 동물원의 서열 최하위의 곰이 봉을 잘 돌려서 암컷에게 관심을 얻자 서열 1위 곰의 암컷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심기 불편한 1위 곰에게 당하고 말았죠. 또 하나는 고양이 카페인데요. 서열 1위에게 자주 싸움을 걸자 귀찮고 지친 1위 고양이가 상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겼다고 착각한 고양이는 다른 고양이를 괴롭히고 다니며 좋은 장소를 독점하다가 어느 날 1위 고양이가 진심으로 노려보자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러한 것을 소망적 사고라고 볼 수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오래 못가고 금방 깨닫는 것 같던데요. 아니면 자연적인 환경이 아니라서 나타나는 특수한 상황
고양이의 경우 1위 고양이가 상대하지 않았다면 이겼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죠. 소망적 사고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정말 이겼다고 착각했다면 노려본다고 그냥 고개를 숙이지는 않을 겁니다.
동물의 행동을 정확히 해석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동물농장의 해석은 대부분 웃자고 하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