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축구라는 여행을 시작한지 대략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8살의 겨울, 차가운 날씨속에서 야마나시의 한 초등학교 교정 한쪽 구석에서부터 그 여행은 시작되었다. 그 무렵에는 공을 차는 것에 열중해 필사적으로 슛을 넣는 것만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단지 게임을 즐겼다. 축구 공은 언제나 곁에 있었다.
이 여행이 이렇게 길어지리라고는 나 자신조차도 상상하지 못했다. 야마나시의 대표에서부터 간토 대표, U15, U17, 유스, 그리고 J리그까지. 그 후 나의 축구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으로 건너갔다. 올림픽 대표, 일본 대표팀에도 발탁되어 세계 어디에서 어떤 경기와도 싸워왔다.
축구는 언제나 내 마음의 중심에 있었다. 축구는 정말로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다. 기쁨, 슬픔, 친구, 그리고 시련을 주었다.
물론 편안하고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 동안의 모든 것이 나에게는 훌륭한 "경험"으로 "양식"이 되어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반년쯤 전부터 이번 독일 월드컵을 끝으로 약 10여년간의 프로 축구계로부터 은퇴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무언가 특별한 일이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은퇴의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프로 축구라는 여행을 끝내고 "새로운 나" 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 쭉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축구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그만큼 많은 팬들이 있고 또 많은 언론이 있다. 선수는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고 승리를 책임져야 한다. 어떤 때는 자신은 뭐든지 할 수 있을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칭찬을 받고 어떤 때는 자신은 아무 가치도 없는 듯한 비난을 받는다.
프로가 된 후, 「축구를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좋아요」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던 나의 모습도 있었다. 책임지고 싸우는 것의 고귀함에 감동을 느끼면서도 어렸을 적에 가지고 있었던 공에 대한 신선하고 아름다웠던 감정들은 없어져 갔다.
하지만, 프로로서 마지막 게임이 된 6월 22일의 브라질전 후 자신이 축구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정도로 마음속에서 복받쳐 온 감정. 그것은 마음의 깊은 곳에 다치지 않도록 감춰놓은 축구에 대한 생각. 두꺼운 벽을 쌓으며 지켜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주위의 여러가지 상황으로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해 어떤 때는 전혀 감정이 없는 것처럼, 또 어떤 때는 무뚝뚝하게 행동해왔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내 마음에 존재해 왔던 벽은 단번에 무너져 모든 것이 넘쳐 나왔다.
브라질전이 끝난 후 마지막 잔디의 감촉을 마음에 새기면서 울컥거리는 마음을 침착하게 다지려고 했지만 마지막 스탠드의 써포터들에게 인사하는 순간 다시 그 감정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세계 어느 나라, 어떤 스타디움이라도 와서 소리내어 전심전력으로 응원해 준 팬들-. 세계 각국 어디 그라운드에서도 들려왔던 「NAKATA」에 대한 성원-. 정말로... 모두가 있었기 때문에 10년이라는 긴 여행을 계속해 올 수 있었다고….
축구라는 여행중에도 일본 대표팀은 나에게 있어서 특별한 장소였다.
마지막이 된 독일월드컵에서는 선수들 스탭들 그리고 팬들 모두에게 「내가 도대체 무엇을 전할 수있을까」
그것만을 생각하며 플레이했다.
나는 이번 대회, 일본 대표팀의 가능성은 꽤 크다고 생각했다. 지금 일본 대표팀 선수들 개인의 기술 레벨은 정말 높고, 게다가 스피드도 있다. 단 한가지 유감인 것은 스스로 실력을 100% 발휘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 그것을 어떻게든 느끼게 해 주려고 나 나름대로는 4년간 노력해왔다. 어떤 때는 격려하며 가끔 고함도 치며 가끔은 상대를 화나게도 하며... 하지만 멤버들에게는 마지막까지도 잘 전달이 되지 않았다.
월드컵이 이런 결과로 끝나 버려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축구를 통해서 모두에게 무엇을 보여줬는지,무엇을 느끼게 할 수 있었는지, 이번 대회 후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솔직히 내가 조금이라도 무엇인가를 전할 수 있었는가… 조금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모두에게서 온 mail를 읽어 보며 내가 전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일본 대표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이해해 주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을 알게된 지금, 프로가 되고 나서의 나의 "자세"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아무 것도 전달되지 않은 채 대표팀 그리고 축구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기분을 알아 주고 있는 "모두"가 반드시 다음 대표팀, J리그, 그리고 일본 축구의 미래를 지지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안심하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품어 온 "자랑스러움"은 앞으로도 나의 인생의 기반이 될 것이고, 나 자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것은 모두로부터의 "응원" 덕분에 지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두의 응원을 가슴에 담고 자랑스러움을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새로운 여행에서 어떤 곤란한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새로운 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프로 선수로서 그라운드에 설 일은 없겠지만 축구를 그만두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여행지의 골목에서, 풀숲에서, 작은 그라운드에서, 누군가와 말을 주고 받는 대신에 공을 찰 것이다. 어릴 적 그 신선하고 아름다웠던 마음으로-.
지금까지 함께 플레이해 온 모든 선수들, 나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 그리고 끝까지 믿어주고 계속 응원해 준 모두에게 마음속으로부터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