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미드(미국드라마)를 자막없이 본다더라, 누구는 NY TIMES를 어려움없이 술술
읽는다더라하는 부러움 섞인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있어 영어로 적힌 기사나 잡지를 읽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하나의 목표이자 로망이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목표는 이루기가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냐?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이 어려울까?
일단 어휘나 표현 자체가 어렵다. 또한 우리가 평소에는 별로 신경쓰지 않은 소재를 다루거나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바탕이 된 글도 있다.
그리고 영문(특히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영자 신문을 읽는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영자신문이나 잡지를 술술 읽어보고 싶은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기꺼운 마음으로 필자가 생각하는 '영자신문 핵심 포인트'를
전달하고자 한다.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기 전에 내 경험 하나를 나누도록 하겠다.
시간은 나의 군 복무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나는 우연치 않게 선임이 읽던 TIME지를 읽어 볼 기회가 생겼다.
태어나서 영어로 된 잡지를 읽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는데, 처음 TIME을 읽은 경험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래도 제법 영어는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이 철저하게 부끄러워질 만큼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우선 단어나 표현 자체도 모르는 것이 많았지만 더 당황스러웠던 점은 뜻을 사전에서 찾아 보더라도
한 문장 한 문장이 당최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잡고 시간을 충분히 가지면서 TIME지 한 권 한 권을 표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한 글자도
빼먹고 않고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공급되는 잡지 권 수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점도 있다.
이해가 안되면 다시 읽고, 소리 내어서 읽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보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총 동원해서 의미를
생각하며 계속 읽어 나갔다.
그렇게 3개월을 보냈다. 총 3권 정도를 읽었으니 한 권 당 한 달을 보낸 셈이다.
(TIME지는 일반적으로 30장이 안되는 얇은 잡지다.)
무식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효과는 제법 분명하게 나타났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조금씩 문장이 의미단위로 받아드려지기 시작했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처음 TIME지를 봤을 때는 문장을 끊어 읽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점차 하나하나 의미를 깨달아가는 즐거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제는 TIME 한 권을 하루에 읽으며, 관련된 다른 영문자료를 함께 찾아보는 것도 그닥 벅차지 않다.
영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영어로 쓰여진 정보를 보게 되었다.
(완전 재수없다. ㅋㅋㅋ)
이상 필자의 TIME 경험담이었다.
물론 단순하게 잘난 척 하려고 이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다.
나의 경험에는 영자신문 읽기를 가능하게 만들어 줄 단서가 들어 있다.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오늘 나는 그 중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하나는 영문에 자신을 노출하는 빈도이고, 다른 하나는 배경지식의 중요성이다.
우선, 최대한 영문을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꾸준히 읽어야 한다.
어느 정도 영어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조금 어렵더라도 읽고자 마음먹은 신문이나 잡지에
자신을 최대한 자주 노출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신문/잡지의 문장 스타일이나 어휘 등과
될 수 있는한 친근해지고 더불어 부담을 줄이며 이해력을 높히기 위해서 특히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영문 신문/잡지를 읽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교과서나 영어 시험에서 보던 문장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 교과서나 시험에 등장하는 영문은 가장 표준에 가까운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반면, 신문/잡지에 등장하는 문장은 생략, 삽입 등이 많아 평소에 단련이 되지 않은 사람은
'누가 뭘 하는지(주어, 동사 찾기)' 잡아내기도 벅찰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이 그리고 오래 읽어서 신문/잡지의 문장 스타일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읽다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한국인들이 영어를 공부하면서 그렇게 골머리 썩던 각종 문법 기준을
끼워 맞추느라 힘 빼고 있을 겨를이 없다. 그렇다고 문법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올바른 문법은 영문을 제대로 읽는데 분명 필수적이다. 다만,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기본적으로 문장을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해가 되었으면 넘어가면 되지 굳이 발목을 잡혀 분석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영자 신문/잡지를 읽는데 필요한 또 하나의 필수 요소는 '배경지식'이다.
배경지식의 힘은 그야말로 엄청나서 그것을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격차는 매우 크다.
왜, 우리 말에도 '때려 맞춘다'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일단 뭔가 아는 게 있으면 그만큼
이해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 대한 현황과 개념 등을 알게 되면 몇몇 표현을 단서로 전체의 내용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고 그만큼 부담감도 감소하게 된다.
또 기사의 제목(많은 경우 제목은 중의적이고 상징적이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이는 이해가 불가능하며
이해했다고 해도 의미를 놓칠 수도 있다.)을 보다 잘 이해하고 본문의 의도를 잡아가며 내용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사전에 머리 속에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영어적 실력은 뛰어나나(회화도 잘하고 시험보면 문제도 잘 푸는) 막상 text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가지고 있는 영어 실력이 100% 발휘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된다.
쉬운 예를 들어, 환율이 경제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모르는 사람은 사람은, '원화가치 절상으로 인해 국내기업들의
해외시장 경쟁력이 저하된다.'는 글이 쓰여 있으면 당황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게는 '원화가치가 올라가면
환율이 떨어진다는 말이고 그만큼 국내기업이 만든 제품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는 경제 원리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왜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언급이 되었는지 모르게 되고 자신이 이해한 바에 문제가 없는지
의심하게 되어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발목을 잡힌다.
추가로 퀴즈 하나!
어떤 블로거가 본인의 글에서,
'축구에 지저분한 정치적 논리가 스며드는 불상사가 읽어나서는 안된다. 듣고 있냐, 프랑스 정치인들아?!'
라는 말을 했다고 치자. 여기서 그는 왜 프랑스 정치인들을 들먹였을까?
만약 당신이 최근 월드컵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었다면 이 질문은 코웃음치며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했던 긴 소리를 간단히 정리하면,
영문 신문/잡지를 술술 읽고 싶으면 많이 읽고 공부하란 뻔한 소리였다!
첫댓글 I agree. To write well, one must read extensively. And to speak well, one must listen carefully.
감사합니다. 마음에 좋은 충고네요.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아는사실이지만 더욱 열심히하자라고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