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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진詩人의 시하늘 시통신 스크랩 [권순진추천] 오라, 거짓 사랑아/ 문정희
논시밭에 망옷 추천 0 조회 122 16.07.24 12:4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라, 거짓 사랑아/ 문정희


 

꽃아, 너도 거짓말을 하는구나

어제 그 모습은 무엇이었지?

사랑한다고 말하던 그 붉은 입술과 향기

오늘은 모두 사라지고 없구나.

꽃아, 그래도 또 오너라.

거짓 사랑아.

 

- 시집 오라, 거짓 사랑아(민음사, 2008)

..............................................................

 

  꽃도 꽃 나름이고 사람도 사람 나름이다. 어떤 이에겐 단 하룻밤 사랑이지만 다른 어떤 사람에겐 12년일 수 있고 10년 넘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가면 사랑이란 감정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것이 불변의 진리이며 사랑이 갖는 환멸적 속성이다. 처음의 그 느낌을 그대로 지속시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누군가 변치 않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다면 그건 100% 거짓이라고 보면 된다. 이 시대의 사랑은 그 유효기간마저 점점 짧아진다고 한다. 사랑은 결국 속고 속이는 게임이며 순간의 진실만 남는다. 육체의 욕망에서 비롯한 순간의 진실만이라도 오롯하면 다행이겠는데, 그 순간마저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


  한 순간의 열정과 도취나 뭣도 아닌 처음부터 쾌락과 계산으로 거래를 턴 것이라 거짓 사랑이라 둘러대지도 못할 처지다. 지난 두 달 사이 연예인들의 성 추문이 끊이지 않아 방송가와 연예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혹시나 숨어있던 다른 추문들이 고개를 들어 향후 제작할 드라마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톱클래스의 연예인까지 논란에 휩싸이다보니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최근의 성 추문과 관련해 누구도 고소했으니 나도 질러보자라는 심리가 일부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누가 연예인과 성 추문을 터트리고 몇 억 원을 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 고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정이야 어찌됐든 성 추문은 그 특성상 진위를 떠나 일단 추문에 휩싸이는 것만으로 당사자는 큰 타격을 입는다. 아무리 사회의 성 인식이 자유롭게 바뀌면서 관련 범죄도 늘었다지만 대중의 사랑을 먹고사는 연예인이 먼저 그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옳지 않다. 유명 연예인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주위에 여성들이 널려있고 늘 자신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지만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하면 스타의 자격이 없다. ‘좌회분란(坐懷不亂)’이란 말이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고사로 미인을 품에 안고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황진이의 온갖 유혹을 물리친 화담정도면 모를까 보통 남자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노릇이다. 하지만 왕관의 무게를 견디듯 그들은 그것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문정희 시인은 같은 시집 <러브호텔>이란 시에서 내 몸 안에 러브호텔이 있다/ 나는 그 호텔에 자주 드나든다/ 상대를 묻지 말기를 바란다/ 수시로 바뀔 수도 있으니까라고 했다. “러브호텔에는 진정한 사랑이 있을까의혹을 품으면서도 오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며/ 나는 오늘도 러브호텔로 들어간다며 지극히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사랑의 영역으로 성큼 발을 옮긴다. 미심쩍은 거짓 사랑이지만 따뜻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달관과 아량이 배어 있다. 사랑의 기저에 설령 거짓이 있다고 해도 무가치하거나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살갗의 노출과 함께 사랑에 노출되기도 쉬운 계절이다. '거짓 사랑'이라도 불러들이고 싶은 심정 또한 없지 않다.


 그러나 비록 거짓사랑일지언정 더운 심장 가진 사람으로서 한번이라도 노을빛으로 가슴을 데운 사랑이라면 다음날 바로 원수로 돌변하는 일만은 없어야겠다육체에 대한 욕망은 채워지면 바로 결핍의 자리로 돌아눕기 마련이다. 결핍은 이내 새로운 욕망을 부르고, 또 다시 결핍이 된다. 그렇듯 세상의 모든 연애는 타오르는 불꽃과 서로에게 싫증을 느끼는 권태가 반복된다. 너무 쉽게 만났기 때문에 헤어짐도 쉬울 수 있고 한순간 사랑이 싸늘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아니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짓사랑을 포함해 이 세상 모든 사랑이 무죄가 되려면 적어도 함께한 시간을 단박에 폐허로 처박을 수는 없는 것이다.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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