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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진詩人의 시하늘 시통신 스크랩 [권순진추천]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정희성
논시밭에 망옷 추천 0 조회 231 16.07.24 12:4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정희성

 

이런 시대에 사는 것 자체가 죄인데

나라 없던 시절의 친일행적이나

독립투쟁이 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공이 있으면 과도 있게 마련이라고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기념하잔다

건국 이전은 글자 그대로 선사시대니까

건국 이전은 바람 부는 만주 벌판이니까

건국 이전은 말하자면 캄캄한

시베리아 벌판이나 다름없을 테니까

우리는 나라를 두 번이나 빼앗겼다

한번은 제국주의 일본에게

또 한번은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은

혹은 당당하게 미화시키고 싶어하는

이 땅의 친일 친독재 세력에게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개똥이 개똥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절망이 절망을 반성하지 않는 것처럼

 

? 계간 창작과 비평2016년 봄호

........................................................

 

  어제가 우남 이승만의 51주기였다. 51년 전 1965719일 자정을 막 넘긴 시간 망명지 하와이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이승만은 구순의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추모식에 참석한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지난 50주기 때 이승만 대통령이 안 계셨으면 우리나라 건국이 안 되었고, 우리나라 건국이 안 되었으면 우리는 지금 공산 치하에 있어야 된다.”라고 한데 이어 올해도 공과가 있지만 어제에는 어제의 역사가 있고, 오늘에는 오늘의 역사가 있다한국은 국가는 존재해도 국부는 존재하지 않는 부끄러운 나라다. 이제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이승만 건국 대통령을 국부로 모실 때가 됐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의 줄기찬 이승만 예찬과 국부논란은 8·15 정부수립일을 건국절로 지정하자는 주장 및 국정교과서 문제 등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대대적인 건국60행사를 치룰 때부터 지난해 광복70년을 거쳐 지금까지 보수 세력들이 똘똘 뭉쳐 이의 관철을 시도하고 있다. 조직적인 움직임은 21년 전 조선일보에 의해 시작되었다. 해방 50년을 맞이해 보수단체 일각에서 벌였던 '이승만 되살리기 운동'과 연계해 '이승만의 나라 세우기'라는 제목으로 특집기사와 함께 전시회를 개최한 게 그것이다. 하지만 4월 혁명정신을 모독하고 역사를 거꾸로 되돌려 놓으려는 망동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민주사관을 가진 일반인들의 대체적 인식이어서 수구꼴통언론이란 낙인만 진하게 찍힌 채 큰 반향은 얻지 못했다.


  이승만이 미국에서 귀국한지 얼마 되지 않아 측근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우리네 조선 사람들은 대개가 미개하여 정신부터 개조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봅네다. 내가 서울 와서 보니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입을 헤 벌린 채 걷고 있으며 아무데나 침을 뱉고 그럽디다.” 어쩌면 이러한 생각의 기반에서 당시 백성을 얕잡아 보고 오만과 독선으로 그의 정치가 점철된 게 아닐까. 그는 철저한 기회주의자이고 자신이 언제나 중심의 자리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진정으로 존경받는 초대 대통령을 갖지 못한 것은 유감스러우나 억지 국부를 만들고자 역사를 왜곡함은 또 다른 우민화가 아닌가.


  공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반민족 반민주적 독재자의 전형인 인물을 굳이 국부로 세우려하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면서 온 나라를 낡은 이념논쟁에 휩싸이게 하고,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우리나라를 '건국60'밖에 안 되는 초라한 신생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의도는 무언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자기모순에 빠지게 하면서까지 얻는 유익이 있을까. 임시정부의 존재를 보잘 것 없는 '망명정부' 신세로 전락케 하고, 대한민국에서 북한의 존재를 배제해 버림으로써 분단과 대결구도를 영구화하고, 식민의 역사와 친일파의 죄상을 덮어버리고 대한민국에서 제외시킴으로서 득을 보는 세력이 과연 누굴까.


  아무리 기득권 유지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단군 건국역사의 뿌리까지 잘라버리려 드는 세력이란 걸 알지만 설마하니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 이념을 계승하고...”이렇게 명문화된 헌법 전문까지 뜯어고칠 생각이었을까. 하지만 일련의 조짐들에서 불안감을 감출 수 없음은 왜일까. 남북통일의 당위성마저 없애버리려는 숨은 의도가 있지는 않을까. 그리 생각하고 싶진 않지만 이런 식이니 심지어 사드의 한반도 배치마저 순수한 국가안보 용도로만 보지 못하는 것이다.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는 김수영의 시구가 환기되어서일까. ‘그러나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차라리 서로에게 체념하면 속이라도 편하겠건만.


권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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