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3 --이성복
그곳에 다들 잘 있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어쩔 수 없이 다들 잘 있다고 나는 말했지요
전설 속 에서처럼 꽃이 피고 바람 불고
십리 안팎에서 바다는 늘 투정을 하고,
우리는 오래 떠돌아 다녔지요.
우리를 닮은 것 들이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나 가까워 졌지요.
영락없이 우리에게 버려진 것들은
우리가 몹시 허할 때 찾아와 몸을 풀었지요.
그곳에 다들 잘 있냐고 당신은 물었지요.
염려마세요.
어쩔 수 없이 모두 잘 있답니다.
'Dreamer' Dinh Quan
....출처, 즐거운 편지 -황동규시인, 휴먼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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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헤어짐은 무릇 살아가는 동안 반복된다,
산다는 것은, 살아야하는 당위이지만 숨이 있으니 행복이다,
그대의 어깨에 다가가서 손을 얹고 밤새도록 광화문의 불빛이 꺼지기를 바라다 본다, 아니다,
쌩쌩 달리는 차들의 행군들, 경적 소리,
각자의 이물들이 지닌 이 한순간의 감성은
각자의 땀이다, 각자의 고민이다. 사노라면 그래서 만나는 것
사노라니 그래서 어깨를 부딛히는 것, 만남이다.
같이 이루어 만남이란 것에 들 떠 있었을 적에
헤어짐도 알았던 것일까,
어쩔 수 없이 세월을 지나면서 문득
가슴에 짚히는 얼굴을 또 무엇인가,
우리를 닮는 것들이 싫어서..다들 잘 있느냐고 물을때
어쩔수 없이 잘있다 고 전하려는 가슴을
오늘은 어디다 둔다.
우리는 오래 떠돌아 다녔지요.
우리를 닮은 것 들이 싫어서...
李旻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