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부부
김복수
우리 부부
서울 상계동 판자촌 사글셋방에서
사과 궤짝 살강 위에 밥그릇 두 개 숟가락 젓가락 냄비 얹어놓고
소꿉장난 같은 살림을 시작했다
그리고 백 원을 쓸 때는 묻지 말고 쓰고 천 원 부터는 상의하며 쓰자 했다
해가 서너 번 바뀐 뒤
우리는 도봉동 옥탑방에 전세를 얻어
천 원을 쓸 때는 묻지 말고 쓰고 만 원 부터는 머리를 맞대며 쓰자 했다
그리고 또 십여 년이 흐른 후
우리는 쌍문동 조그만 한옥에 문패를 달았다
그리고 천 원 이고 만 원이고 금전 출납장에 꼭꼭 적으며 쓰자 했다
다시 십여 년이 지난 후
우리는 고향 시골에 조그만 농장을 마련하고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지금은 남에게 베풀 때는 물 위에 새기듯이 주고
받을 때는 가슴에 새기자 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은
우리가 동전의 둥근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리라
기해년 한해를 보내며
뒤돌아보니
무화과처럼 아름다운 열매만 아슴아슴 보였다
첫댓글 시 사랑 사람들 회원님들 다가오는 경자년 새해에는 하시는 일마다
만사형통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가난한 옛날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