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부부
김복수
우리 부부
서울 상계동 판자촌 사글셋방에서
사과 궤짝 살강 위에 밥그릇 두 개 숟가락 젓가락 냄비 얹어놓고
소꿉장난 같은 살림을 시작했다
그리고 백 원을 쓸 때는 묻지 말고 쓰고 천 원 부터는 상의하며 쓰자 했다
해가 서너 번 바뀐 뒤
우리는 도봉동 옥탑방에 전세를 얻어
천 원을 쓸 때는 묻지 말고 쓰고 만 원 부터는 머리를 맞대며 쓰자 했다
그리고 또 십여 년이 흐른 후
우리는 쌍문동 조그만 한옥에 문패를 달았다
그리고 천 원 이고 만 원이고 금전 출납장에 꼭꼭 적으며 쓰자 했다
다시 십여 년이 지난 후
우리는 고향 시골에 조그만 농장을 마련하고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지금은 남에게 베풀 때는 물 위에 새기듯이 주고
받을 때는 가슴에 새기자 했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은
우리가 동전의 둥근 의미를 알았기 때문이리라
기해년 한해를 보내며
뒤돌아보니
무화과처럼 아름다운 열매만 아슴아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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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수 시인은 장성출생으로 김소월이후 한국 서정시단의
면모를 이어주는, 우리말 우리가슴의 서정시인이다. 올해의 소월문학상, 만해문학상 후보시인이다.
하나 하나 우리 것으로 우리 얼로 직조한 뭉쿨한 사랑을 일으켜주는 시,
장성에 가면 편백나무 울창한 맑은 산천의 한곳에, 김복수 시인의 농장이 있다...
오다가시다 들리면 우리의 정을 느끼게해주는 분의
서정, 새해에는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라고, 시사랑사람들에게 시를 보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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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맙습니다 선생님
찾아 뵙지 못한 불충 용서 바랍니다
새해 인사를 이곳에다 올립니다.
선생님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