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불교계의 고승이라고 하는 사람에게, “물으시오!” 그러니까, 봉암사 조실이고 또 큰소리치는 사람에게, “물으시오!” 하니까, 아무것도 못 물어요. 알아야 물을 거 아니야? 자기가 무엇인가 보고 알아야 물을 것인데, 그러니 궁금한 것도 없다, 이거야.
거리에 ‘서암 초청 대법회’라고 광고가 붙어있던데, 자기가 와서 뭐 할 거야? 모르는데 뭐 할 거야?
내가 6년 전에 만나서 그랬지. “너는 깨달음을 얻어서 너 자신을 구하라.” 그랬더니,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더라. 자기가 보살펴 줄 테니까 절에 머물러 달라고.
그러나 나는 “내가 갈 데가 없어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인연이 닿거든, 3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오겠다.” 그랬지.
그런데 내가 차비도 안 주는데, 뭐 하려고 자꾸 갈 거야? 그런데 그는 사람들이 돈을 갖다 주니까 모아 넣더라. 하루 저녁에 몇 십만 원씩 들어오던데, 내가 밥 두 그릇 얻어먹으려고 그곳에 뭐 하려고 갈 거야?
그 다음에 찾아갔더니, “당신이 이 민족을 위해서 앞장을 서시오.” 그러더군. 그러면 자기도 따르겠다고 그러데.
그래서 내가 그랬지. “당신 같은 사람도 나를 몰라주는데, 이 나라에서 누가 나를 따르겠느냐?” 그랬더니 서울 같은 데 정신문화원을 만들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장난이고 세계적인 정신문화원을 만들어 앞장서면, 자기도 권속을 데리고 따르겠다고 하더구먼.
그래서 내가 그 말을 듣고 그럴듯해서 문화부 장관을 만나려고 했더니, 장관부터 나를 만나려고 하지 않더구먼. 그러면 어디 가서 도움을 받을 거야?
어려운 세상에서는 그릇된 자가 잘 사는데, 그들이 뭐 하려고 밝은 세상을 만들려고 하겠어? 그러면 자기들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자기 죄가 드러나는데, 왜 그런 짓을 하려고 하겠어?
나라와 민족을 위하는 이야기를 하면, 차비도 안 주고 밥 한 그릇 먹으라는 이야기도 안 하고 다시는 안 만나려고 하지.
모든 것이 인연이다. 너희가 그런 게 있고 너희가 무지하니, 그런 것이다. 세상은 하나의 뜻 속에 있는데, 좋은 뜻을 거부했으니 어찌 좋은 세상이 있겠는가?
1992년 8월 9일 전포동 자택에서 여래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