答李推官書(답이추관서)-장뢰(張耒)
이추관에게 답하는 글
南來多事(남래다사) : 남쪽으로 와 일이 많아
久廢讀書(구폐독서) : 오랜 동안 독서를 못하고 있었는데
昨送簡人還(작송간인환) : 어제 편지를 배달하는 사람이 돌아오는 편에
忽辱惠及所作病暑賦及雜詩(홀욕혜급소작병서부급잡시) : 문득 욕되어도 지으신 병서부와 잡시들을 보내주신 것을 받아
誦詠愛歎(송영애탄) : 외우고 읊으며 좋아하여 탄식하면서
旣有以起竭涸之思(기유이기갈학지사) : 바로 물이 다 마르는듯한 생각이 일어나기도 했었고
而又喜世之學者(이우희세지학자) : 또 세상의 학자들이
比來稍稍追古人之文章(비래초초추고인지문장) : 근래에는 조금씩 옛 사람들의 문장을 좇아서
述作體製(술작체제) : 지은 글의 체제가
往往已有所到也(왕왕이유소도야) : 더러는 옛 수준에 이르게 되었음을 기뻐하게 되었습니다.
耒不才(뢰불재) : 저는 재주는 없지만
少時喜爲文辭(소시희위문사) : 젊었을 적에 글짓기를 좋아하고
與人遊(여인유) : 사람들과 어울릴 적에는
又喜論文字(우희논문자) : 또 문장을 논하기를 좋아하였으니,
謂之嗜好則可(위지기호칙가) : 제가 글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은 괜찮지만
以爲能文(이위능문) : 글을 잘짓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則世自有人(이위능문칙세자유인) : 세상에 달리 잘 하는 사람이 있으니
決不在我(결부재아) : 절대로 내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足下與耒(족하여뢰) : 선생께서는 저와
平居飮食笑語(평거음식소어) : 평소에 마시고 먹고 웃고 얘기할 적에
忘去屑屑(망거설설) : 제가 불안하게 행동하던 일은 잊어버리시고
而忽持大軸(이홀지대축) : 갑자기 큰두루마리에게가
細書題官位姓名(세서제관위성명) : 가늘게 저의 벼슬과 성명까지 적으셔서
如卑賤之見尊貴(여비천지견존귀) : 마치 미천한 사람이 존귀한 사람을 대하듯 하고 계신다니
此何爲者(차하위자) : 이건 어찌된 일입니까
豈妄以耒爲知文(기망이뢰위지문) : 어찌 망령되이 제가 글을 안다고 잘못 생각하시고
繆爲恭敬若請敎者乎(무위공경약청교자호) : 가르침을 청하는 사람처럼 공경하는 것은 아닌지요
欲持納而貪於愛玩(욕지납이탐어애완) : 글을 받아들이고 싶기도 하고 좋아하여 완상하기를 탐하고 있어
勢不可得捨(세불가득사) : 그것을 버릴 수 없는 형세이니
雖怛然不以自寧(수달연불이자령) : 비록 걱정스러워 스스로 편히 지낼 수 없다해도
而旣辱勤厚(이기욕근후) : 이미 간곡하고 진실한 부탁을 받았으니
不敢隱其所知於左右也(불감은기소지어좌우야) : 옆 사람들에게 알고 있는 것을 감히 숨김 수 없게 되었습니다.
足下之文(족하지문) : 선생의 글은
可謂奇矣(가위기의) : 기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損去文墨常體(손거문묵상체) : 문장의 일반적인 체례를 버리고
力爲瓌奇險怪(역위괴기험괴) : 힘써 기특하고 험괴하려 하여,
務欲使人讀之(무욕사인독지) : 사람들로 하여금 그 글을 읽으면
如見數千歲前科斗鳥跡所記弦匏之歌(여견수천세전과두조적소기현포지가) : 마치 수 천년 전의 과두문이나 새발자욱을 본뜬 글씨체로 기록한 악기를 울리며 노래하던 가사와
鍾鼎之文也(종정지문야) : 여러 가지 동기에 새겨진 글을 읽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足下之所嗜者如此(족하지소기자여차) : 선생께서 좋아하시는 것이 이러하다는 것은
固無不善者(고무불선자) : 본시 좋지 않을 것은 없는 것이지만
抑耒之所聞所謂能文者(억뢰지소문소위능문자) : 그러나 제가 듣고 또 말하고자 하는 글을 잘 짓는다는 것이
豈謂其能奇哉(기위기능기재) : 어찌 글을 기특하게 짓는 것을 뜻하겠습니까
能文者固不以能奇爲主也(능문자고불이능기위주야) : 글을 잘 짓는다는 것은 본시 기특한 것을 위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夫文何爲而設也(부문하위이설야) : 문장이란 무엇 때문에 마련된 것이겠습니까
不知理者(부지리자) :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不能言(불능언) : 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인데
世之能言者多矣(세지능언자다의) : 세상에는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而文者獨傳(이문자독전) : 그러나 문장이라는 것만이 전해지게 되는데
豈獨傳哉(기독전재) : 어찌 오직 전해지기만 하는 것이겠습니까
因其能文也而言益工(인기능문야이언익공) : 글을 잘 짓는 것으로 말이암아 말도 더욱 잘하게 되고
因其言工也而理益明(인기언공야이리익명) : 말을 잘하는 것으로 말이암아 이치도 더욱 분명해지는 것이니,
是以聖人貴之(시이성인귀지) : 그래서 성인들이 글을 귀중히 여기셨던 것입니다.
自六經(자육경) : 육경으로부터
下至于諸子百氏(하지우제자백씨) : 아래로는 제자백가들의
騷人辯士論述(소인변사논술) : 저술과 시부위 작품과 변사들의 논술이
大抵皆將以爲寓理之具也(대저개장이위우리지구야) : 대체로 모두가 이치를 실어 표현하는 용구로 삼으려던 것이었습니다.
是故理勝者(시고리승자) : 그런 까닭에 이치에 뛰어난 사람은
文不期工而工(문불기공이공) : 글을 잘 쓰려하지 않아도 잘 쓰게 되고
理媿者巧於粉澤(리괴자교어분택) : 이치에 어두운 사람은 글을 꾸미는 일에 능하다 하더라도
而間隙百出(이간극백출) : 빈틈이 여러 가지로 생기는 것입니다.
此猶兩人(차유양인) : 이것은 마치 두 사람이
持牒而訟(지첩이송) : 고소장을 써가지고 소송을 함에 있어서
直者操筆(직자조필) : 정직한 사람은 붓을 잡고
不待累累(부대루루) : 번거로이 생각하며 쓰려하지 않았으되
讀之如破竹(독지여파죽) : 그것을 읽어보면 대쪽이 가라지듯이 거침이 없고
橫斜反覆(횡사반복) : 옆으로 빗겨보고 되풀이해 보더라도
自中節目(자중절목) : 자연스럽게 절목들이 딱 들어맞지만
曲者雖使假辭於子貢(곡자수사가사어자공) : 비뚜러진 사람은 비록 자공에게서 말재주를 빌리고
問字於揚雄(문자어양웅) : 양웅에게 글솜씨에 대하여 물었다 하더라도
如列五味(여열오미) : 마치 여러 가지 양념을 늘어놓기만 했지
而不能調和(이불능조화) : 조화를 시키지는 못하여
食之於口(식지어구) : 그것을 입에 넣고 먹어보면
無一可愜(무일가협) : 하나도 뜻에 맞는 것이 없는거나 같습니다.
何況使人玩味之乎(하황사인완미지호) : 어찌 그것을 하물며 사람들에게 환상하고 맛보도록 할 수가 있겠습니까.
故學文之端(고학문지단) : 그러므로 글을 공부하는 단서로서는
急於明理(급어명리) : 이치에 밝게 되는 일이 다급한 것입니다.
夫不知爲文者(부불지위문자) : 글을 지을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無所復道(무소부도) : 다시 말할 것도 없거니와
如知文而不務理(여지문이불무리) : 만약 그을 알면서도 이치에 대하여는 힘쓰지 아니하고
求文之工(구문지공) : 글이 잘 지어지기를 추구한다면
世未嘗有是也(세미상유시야) : 세상에 일찍이 된 일이 없었던 짓을 하는 것입니다
未決水於江河淮海(미결수어강하회해) : 장강, 황하, 회수와 호수의 물이 터져서
水順道而行(수순도이행) : 물이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서
滔滔汨汨(도도골골) : 도도히 콸콸
日夜不止(일야부지) : 밤낮을 쉬 않고 흘러,
衝砥柱(충지주) : 지주산에 부짖히고
絶呂梁(절여량) : 여량산을 무너뜨리기도 하면서
放於江胡而納之海(방어강호이납지해) : 강물과 호수를 이루면서 바다로 흘러들어갈 적에,
其舒爲淪漣(기서위윤련) : 서서히 흐르는 곳에서는 잔물결 치고
鼓爲濤波(고위도파) : 세차게 흐르는 곳에서는 큰 물결 치며
激之爲風飆(격지위풍표) : 회오리 바람이 불면 격동하기도 하고
怒之爲雷霆(노지위뢰정) : 우뢰가 치면 성난 듯이 움직이기도 하며,
蛟龍魚黿(교룡어원) : 교룡과 용과 물고기와 큰 자라들이
噴薄出沒(분박출몰) : 용솟음치며 나왔다가 들어갔다 하는데
是水之奇變也(시수지기변야) : 이것이 물의 기특한 변화인 것입니다.
而水初豈如此(이수초기여차) : 그러나 물이 처음부처 어찌 그러한 것이겠습니까
順道而決之(순도이결지) : 물길을 따라 터져 흘러가면서
因其所遇而變生焉(인기소우이변생언) : 물이 만나는 것들로 말미암아 변화가 생기는 것입니다.
溝瀆東決而西竭(구독동결이서갈) : 도랑 물은 동쪽으로 터졌다 하면 서쪽은 말라버리고
下滿而上虛(하만이상허) : 아래 쪽이 찼다 하면 위 쪽은 비게 되며
日夜激之(일야격지) : 밤낮으로 그 물을 격동시켜
欲見其奇(욕견기기) : 기특한 모습을 드러내 보고자 하더라도
彼其所至者(피기소지자) : 거기에 몰려드는 것들이란
蛙蛭之玩耳(와질지완이) : 개구리나 거머리 따위인 것입니다.
江淮河海之水(강회하해지수) : 강수, 황하, 회수, 호수의 물은
理達之文也(리달지문야) : 이치에 통달한 글과 같아서
不求奇而奇至矣(불구기이기지의) : 기특함을 추구하지 않아도 기특함에 이르고 있습니다.
激溝瀆而求水之奇(격구독이구수지기) : 도랑 물을 격동시켜 물이 기특하기를 추구하는 것은
此無見於理(차무견어리) : 바로 이치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면서도
而欲以言語句讀(이욕이언어구독) : 말과 글귀만으로
爲奇之文也(위기지문야) : 기특한 글을 지으려는 것이나 같은 일입니다.
六經之文(육경지문) : 육경의 글로서는
莫奇於易(막기어역) : <역경>보다 더 기특한게 없고
莫簡於春秋(막간어춘추) : <춘추>보다 더 간결한게 없습니다.
夫豈以奇與簡爲務哉(부기이기여간위무재) : 어찌 기특함과 간결함에 힘써서 그런 것이겠습니까.
勢自然耳(세자연이) : 형세가 자연히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傳曰(전왈) : <역경>에 이르기를,
吉人之辭寡(길인지사과) : “길한 사람은 말이 적다.”하였지만
彼豈惡繁而好寡哉(피기악번이호과재) : 그들이 어찌 번거로움은 싫어하고 적은 것을 좋아하여 그렇게 되는 것이겠습니까.
雖欲爲繁而不可得也(수욕위번이불가득야) : 비록 번거롭게 말을 하려 하더라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自唐以來至今(자당이래지금) : 당나라 때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文人好奇者不一(문인호기자불일) : 문인들 중에는 기특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하난 둘이 아닙니다.
甚者或爲缺句斷章(심자혹위결구단장) : 심한 경우에는 간혹 한 구절을 빼먹거나 글귀를 중단하여
使脉理不屬(사맥리불속) : 문맥이 이어지지 않도록 만들기도 하고,
又取古人訓誥(우취고인훈고) : 또는 옛 사람들의 해석으로써
希於見聞者(희어견문자) : 보고 듣기 어려운 것들을 취하여
衣被而綴合之(의피이철합지) : 겉을 꾸미고 서로 이어놓기도 합니다.
或得其字(혹득기자) : 혹시 그 글자 뜻은 맞는다 하더라도
不得其句(불득기구) : 그 구절의 뜻은 이루지 못하며
或得其句(혹득기구) : 혹은 그 귀절의 뜻은 맞는다 하더라도
不得其章(불득기장) : 그 대목의 뜻은 이루지 못하며
反覆咀嚼(반복저작) : 되풀이하여 음미해 보아도
卒亦無有(졸역무유) : 끝내 아무것도 없으니,
此最文之陋也(차최문지루야) : 이것이 가장 글 중에도 비루한 것입니다.
足下之文(족하지문) : 선생의 글은
雖不若此(수불약차) : 비록 그러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然其意靡靡(연기의미미) : 그 뜻이 애매하여
似主於奇矣(사주어기의) : 마치 기록함을 위주로 한 것 같습니다.
故預爲足下陳之(고예위족하진지) : 그래서 미리 선생께 그 점을 말씀 드리는 것이니,
願無以僕之言質俚(원무이복지언질리) : 바라건대 제 말이 질박하고 이속하다 해서
而不省也(이불성야) : 살피지 않은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