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06년5월25일부터 19일간
록키님(OD캠프, 7일간)과 저 2명
모두 산타크루즈 블러(풀서스펜션)
비박장비, 1인 취사구, 작은 뒤 페니어(자전거 거치 가방 - 저만)
일본 동북지역 센다이공항 출발 원점회귀
이면도로, 산악임도, 해안도로 이용
주로 자전거, 때로 기차와 버스
GPS 60cs, legend - 일본 mapview25000 img파일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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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오카 공원
가까운 나라 일본여행은 처음.
록키님이 일어를 잘하시니 처음 일주일간은 아주 편했다
록키님이 떠나고 나머지 나날은 혼자서 별 말없이 지냈다
술집에서
소도시에 들르면 어김없이 술집에 들렀다
어떤 날은 혼자서 하룻밤 술집 세군데를 전전하기도 했다
비오는 날 쉰다고 마시고 여러날 고됐으니 하릴없이 마시고,
일본어 단어장에서 몇개 단어 나열하며 소주에 취기 오르니
한국손님 처음이라고 4천엔 술값이 공짜인 집도 있었다
바에 앉아 기웃대며 옆사람 재놓고 마시는 좋은 술
염치없이 넙죽넙죽 받아 먹다보니 이자까야에 맛이 들렸다.
투어 이튿날부터 비가 내리는데
열평도 안되는 한 주점에 들러 우리노래를 실컷불렀다
술집 마담의 구성진 일본가락에 우리는 넋잃고 앵콜을 주문했다
배 나온 주객과 마담이 듀엣으로 열창하는데
구성진 가락 새소리처럼 간들어지는 고운 음색과 하모니에 또 취해들었다
한국노래 답가가 오가며 비 그친 저녁
센다이 밤공기가 참 좋다
일본 동북 해안가를 따라 북으로 이동하는 터라 하루도 빠짐없이 회를 먹었다
내륙 모리오카라는 도시에 오니 냉면으로 유명한 도시란다.
고무줄처럼 질긴 모리오카냉면을 종류별로 맛봤다.
투어 마지막 날 센다이 동쪽 아끼오온천 여관의 잊을수 없는 저녁성찬까지
秋保온천여관
극상림의 숲
숨 쉬는게 참 맛있다
특히 해거름녘과 이른 아침에.
아직 밤공기가 차지만 밤새 창을 열어놓고 잔다
텐트에서도 방충망만 치고 잤다
침엽수 중 삼나무를 많이 조림해놓고 있어 피톤치튼가 하는...
하지만 대부분의 산악은 가파르고 험해 빼곡한 활엽수로 극상림을 이루고 있다
침엽수를 방치하면 모두 활엽수종으로 바뀌어버린다
해안가에는 붉은수피의 소나무가 참 많다
일설에 일본은 소나무재선충으로 90몇 퍼센트의 소나무가 사라졌다고 들었는데
100년 넘게 보이는 소나무들로 빼곡한 산이 곳곳에 많이 보인다
왜 낭설을 우리 신문에서 그리도 많이 떠들어댔을까
모리오카 공원
굵은 톤의 까마귀 소리는 좀 거슬리지만
온갖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는 듣기좋다
1만엔 넘는 호텔보다 캠프장이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2년전 우리 대청호 주변을 자전거로 돌면서 오동나무꽃을 한창 봤던 기억이 있는데
여기 해안가 도로주변과 마을 곳곳도 보라빛 오동나무꽃과 등나무꽃과 백색의
백당나무꽃 고추나무꽃이 도로가에 한창이다
우리 숲에는 없는 칠엽수 꽃대가 숲속 어디에도 쉽게 보이는게 이색적이다
꽃을 좋아하는 일본인
일본은 거의 광적으로 꽃을 심고 가꾼다
향나무 울타리에 뜰과 정원이 있고 반드시 화단에 계절별 꽃을 정성들여 심는다
자생종은 물론이고 한대지방 열대지방 가리지 않고 이쁘면 모두 심는 것같다
논뚝길에 연붕홍 개망초를 그냥 둔다
묵밭의 개망초라면 잡초로 어지러워 보이지만 파란 하늘빛, 모내기 마친 논뚝의
개망초는 파란 하늘빛과 잘 어울린다
밭에도 화단을 만든다
싸리비질을 한듯 정갈하게 흙을 고른 밭에
한 이랑 전부를 꽃으로 심어놓은 밭을 찾아보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같으면 구석 자투리 여백에 콩이나 들깨라도 심을텐데..
시골길에 들면 90도로 허리굽은 노인을 쉽게 본다
그만큼 노동의 양이 많은 탓이다
우리는 제초제 남용 탓에 그리 많지 않은 것같은데..
화단이 따로 없고 길가 빈 자투리 공간만 있으면 내것이 아니더라도
자생하는 꽃을 그대로 살려두며 꽃 피우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허리가 휘고 손은 쉴 틈이 없다
편의점 화단에 은방울꽃이 지기 시작한다
(하늘)메발톱 조개나물 앵초류 쑥부쟁이 서양제비꽃 붓꽃 말고도 현란한 색의
외래종들을 경쟁적으로 심어놓았다.
바닷가라 해당화도 보이고 골무꽃과 처음 보는 노랗고 보랏빛의 붓꽃류도..
꽃을 즐기는건 여유의 상징인 것같다
공원 어디를 가나 해묵은 올드팝이 나온다. 아니면
6,70년대 흑백영화 주제가, 세미클래식 같은 잔잔한 고전음악을 틀어놓는다
변하지 않은 꽃과 같은 이쁜 음색을 좋아하기 때문인가
산속 계곡길을 하루종일 달렸다
드문드문 농가와 자판기 말고는 가게 하나 없는 한적한 길이었다
1천미터 넘는 산길이 가파르게 시작하는 갈림길에
빵과 소바를 파는 작은 가게에 들렀다
한 아주머니는 집에서 빵을 직접만들어 오고
또 다른 아주머니는 메밀국수를 만들어 내다 팔고 있다
아이 손바닥만한 케익을 120엔에 파는데 참 맛있다
구멍가게 품격에 과분하게 두분 다 곱게 화장한 귀부인스타일.
꽃 사진 액자와 사진집이 있어 참 재밌게 말을 나누었다
캄차카에서 봤던 이반차이, 분홍바늘꽃이 화제가 됐다.
초등학교 의자보다 작은 나무걸상에 앉아
쉬어가는 길손들 말벗해주고
떠나 가는길 웃는 낯으로 두손 모아 서서 배웅해준다.
뒷곁에는 두루미꽃이 한창이다
한번은 한 신사 뜰에 아주 큰 동백나무가 있어 좀 놀랬다
평양보다 훨씬 더 높은 위도 40도에 이르는 곳인데 동백이 있다니..
우리는 고작해야 충남 정도가 북방 한계인거 같은데
겨울 바닷물이 따뜻해서 그런가보다
그러고 보니 따뜻한 나라 외래종을 화단에 심은걸 보면..
산길
일본은 이쁜 곳이 많다.
대간을 이루는 산맥은 가파르고 높다
많은 화산이 만든 칼데라호, 드넓은 고원, 한대에서 아열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
오밀조밀한 하천과 인공호수들이 어우러져 전국이 관광지다.
주로 임도를 돌아보려 했다
듣던대로 많은 산림도로는 아스콘 포장이 돼있다
시중에 파는 지도책에도 포장과 비포장 구분은 없다
일본지리원 1:25000 등고선지도에도 노폭과 도로종명만 있을뿐
포장 비포장 구분은 없다
해안가 임도를 따라 해안선을 감상할수 있을까 했더니
숲으로 가로막혀 아무것도 안보인다
내륙으로 들어오니 비포장임도가 많았다
산악자전거 타기에 아주 좋은 울창한 숲의 산길이고
조붓하고 아기자기한 계곡길은 물맛도 좋다
역시 찻길은 짜증난다
특히 국도는 자전거도로는 물론 갓길도 없다
터널에 들어갈때면 축축한 노면에 가로등빛 없는 곳에서
자동차 바퀴소리는 공포감마저...
자동차들이 알아서 피해가고 자전거를 배려한다고는 해도
화물차와 같이 달리는 자전거 길은 맛이 없다
그래서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사람은 참 많이 보았는데
자전거 여행하는 사람은 스치듯 딱 두명만 봤다
"걷기에 좋은 길은 자전거 타기에도 좋다"
산에서 자전거타는 사람들의 그리고 나의 슬로건이다
헌데 초반 해안도로 상당거리는 국도말고 이면도로가 없었다
헌데 내륙은 자동차 드문 좁고 이쁜길이 많다
관광지
관광자원이 많은 일본이다
비율로 따져도 우리보다 산이 많다
섬과 하천이 많고 화산이 만든 칼데라호와 온천 인공호수도 많다
이쁘다싶으면 빼놓지 않고 관광할 명소로 다듬어 놨다
관광청과 자치단체가 만드는 정보지, 편의점에서 파는 지도에는
볼만한 곳을 자세하게 안내한다
단풍명소 사쿠라명소 드라이브명소 광광명소...
무엇보다 공기가 좋다
숨쉴때 공기가 맛있다는걸 느낀다
쏟아지는 별무리, 이른새벽 울어대는 새와 풀벌레 요란한 소리
열 며칠을 빨지 않아도 옷에서 냄새가 안난다
그래서 가능하면 캠프장을 이용했다
캠프장은 호수나 산속 볼만한게 있는 곳에 자리한다
한 캠프장에서는 사흘밤을 지내면서 주변 볼만한 곳을 돌아보기도 했다
3백엔에서 3천엔짜리 오토캠핑장까지 다양하다
텐트는 기본이고 모포 취사도구 샤워장을 이용하고
온천지역에서는 노천온천까지도 있다.
캠프장만 소개하는 책, 싼 숙소만 소개하는 책을 서점에서 판다
가이드가 필요없는 일본이다.
중국에서 놀다 귀국하면 문명국에 입성하는 기분인데
일본에서 놀다 귀국하니, 좋게 말해 다이나믹하다
모노톤 세미클래식에서 비트있는 하드락으로
FM라디오 주파수 허락없이 변경된 듯
센다이공항
첫댓글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일본 사진의 풍경과는 사뭇 많이 다르군요. 젊은이들이 찾는 도시의 사진이나 장년의 온천 사진이 주로 눈에 익은 사진이었는데, 두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한치의 전진도 없는 무임승차란 있을 수 없는 냉혹한(?) 세상에서 돌아오신 님의 그 노고에 번번히 고개가 숙여집니다.
좋은여행 즐겁습니다. 즐거운 여행 반갑고 내가 갔다 온 것 처럼 가슴이 설렙니다.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사진은 GPS가 방수주머니에 들어있는것 같은데 자전거에 고정은?
독일제 오토바이용 거치대 20 몇만원인가 한다길래 그냥 포기하구 궁여지책으로 핸들바 가방 지도케이스에 집어 넣으니 아주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