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현암은 이제 바위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암장 중 하나인 이곳은 자유등반 루트가 60여 개 개척되어 있다. 작고 아담한 암장이 국내 최고의 자유등반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간현암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리 국민관광지 내에 자리하고 있다. 원주 8경 중 하나인 이곳은 섬강과 삼산천이 합류되고 산과 잘 어우러지는 간현유원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유원지 입구에서 간현암을 가기 위해서 나룻배를 타고 섬강을 건너갔다. 지금은 다리가 놓여 나룻배를 타는 정취는 없어졌지만 차를 타고도 건너갈 수 있다.
간현암이 프리클라이밍 명소로 굳어진 것은 클라이머들이 요구하는 편리함이 골고루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유원지 매표소에서 약 4km 떨어진 동화역까지는 열차를 이용할 수 있으며 승용차로 직접 암장 앞까지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곳은 유원지기 때문에 7월 2일부터 8월 15일까지 여름 성수기에는 차량을 통제한다. 이 시기에는 간현유원지 입구에 있는 주차장(당일 주차요금 2,000원)에 차를 세우고 걸어서 이동해야 한다.
- ▲ 간현암을 개척한 원주클라이머스 김상태씨가 ‘챌린지’(5.13a-b)의 천장 크럭스 구간을 오르고 있다.
- 암장 건너편의 야영장에는 화장실과 매점, 식수대 등 편의시설이 있고 그늘이 져 더위를 피할 수도 있다. 삼산천 맑은 물이 암장과 야영장 사이에 흐르고 있어 가족과 함께 물놀이와 피서지로 손색이 없다. 더불어 클라이밍까지 할 수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하겠다.
예전에 간현유원지는 한여름 피서객이나 대학생 MT모임, 술 파티를 즐기는 일반인들이 주 고객이었다. 하지만 간현암에 암벽루트가 열린 후부터 완전히 변했다. 봄, 여름, 가을철 주 고객은 바위꾼들로 바뀌었다. 입구보다는 간현암이 자리하고 있는 유원지 깊숙이 야영객들이 더 북적거린다. 따라서 유원지 측에서는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건전한 관광상품이 생겼고, 바위꾼들은 가족동반 피서지로 이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간현암은 5.6~5.13급대의 다양한 난이도를 지니고 있어 서울·경기 수도권과 강원지역 최고의 암장이다. 이곳은 1993년부터 원주클라이머연합회의 임형택, 김상태, 전양표, 서강호, 김영진, 이승진, 전진택씨 등 회원들이 참여해서 개척했다. 개척을 주도한 원주클라이머스 회원들은 지금도 간현암의 루트를 보수하고 관리해 항상 쾌적하고 즐거운 등반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 ▲ ‘깍쟁이’(5.10b)를 오르고 있는 이지민씨. 동굴 오른쪽에 있는 루트로 몸 풀이 등반로로 인기 있다.
- 원주클라이머연합회 회원들은 이곳 간현암을 시작으로 원주시 소초면 수암리 우리암에 16개, 원주시 회성군 서원면 옥계2리 대답바위에 28개 등 수많은 자유등반 루트를 개척한 열정적인 클라이머들이다. 간현암은 개척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국내 최고의 암장으로 인정되는 곳으로 5.12~13급 중상급자들의 도전장을 받는 대상지이다.
간현암은 총 5개의 바위로 구분된다. 야영장에서 바라보면 5개의 바위가 있는 곳에 있다. 간현암은 대부분 수직벽과 오버행을 이루고 있으며 산세가 가파른 곳에 자리하고 있다. 주로 한 피치의 자유등반 목적으로 개척되어 있지만 몇 개의 루트는 두세 피치까지 이어지는 루트도 있다.
우벽
우벽은 섬강 다리를 건너 삼산천을 건너가면 매점 몇 개가 나온다. 여기서 100여 m 더 가면 철교가 보이고 철교 바로 위쪽으로 삼산천을 건너가는 교각이 없는 작은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 우측 작은 바위에 3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다리 입구에서 물가에 있는 바위를 바라보면 볼트가 보인다.
이곳은 1993년 9월 원주클라이머연합회 길민영, 이승진, 김은희씨 등이 개척했다. 등반길이 20여 m 한 피치로 끝나며 약 80도 경사를 유지한다. ‘미래도(5.9)’는 김은희, ‘만남(5.10a)’은 이승진, ‘입영전야(5.9)’는 김민영씨가 개척한 루트로 퀵드로 6개가 필요하다. 5.9~5.10급의 비교적 쉬운 루트임에도 등반자는 거의 없다. 루트가 많지 않고 물가에서 시작되어 확보하기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늘벽
하늘벽은 간현암을 좌측에 두고 우측 산비탈 길로 따라 능선 가까이 오르며 나온다. 다리 입구에서 하늘벽까지 약 8분 소요된다. 또 다른 접근로는 클라이머들이 가장 많이 붐비는 매점 앞 야영장 건너편에 있는 간현암에서 우측으로 나 있는데 물가를 따라 비탈을 타고 횡단해 접근할 수 있다. 약 5분 소요.
- ▲ ‘형수2’(5.12b-c)를 오르고 있는 김용기등산학교 김영근 강사./ ‘물결’(5.12a)을 오르고 있는 K2익스트림라이더 강사 김효정씨. / 야영장에서 다리를 건너 간현암으로 갈 수 있다.
- 야영장에서 쳐다볼 때 능선 가까이 하늘벽이 보인다. 간현암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하늘벽은 1994년 7월 원주클라이머연합회 김상태, 서강호, 신영조, 이석형, 홍성노, 신명환, 조인순씨 등이 총 10개의 루트를 개척했다.
개미둥지 크랙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3피치로 이어지며 크랙을 따라 등반한다. 프렌드 2, 3호가 필요하며 등반자는 프렌드 1조를 휴대하는 것이 좋다. 나머지 루트들은 5.8~5.10급으로 중급 수준이면 등반이 가능한 재미있는 루트들이다. 암장이 높이 있기 때문에 전망이 좋으며 고도감도 최고다. 그러나 이곳 역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등반자들이 별로 없다. 하지만 오히려 붐비지 않아 조용함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현암(새로운 도약의 길)
1993년 원주클라이머연합회 김상태, 서강호, 이승진, 한인숙, 이안식, 전진택, 박용환, 김영진, 조영순, 정찬복, 이용대씨 등이 총 37개의 루트를 개척했다. 간현암을 대표하는 인기 암장으로 야영장에서도 등반 모습이 훤히 보일 정도로 가깝다. ‘간현암’ 하면 주로 이 바위를 뜻한다.
평일에도 항상 클라이머들이 매달려 있으며 주말이면 100여 명의 클라이머들이 다양한 등반을 즐긴다. 바위 바로 앞에는 삼산천 맑은 물이 항상 흐르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클라이머들이 수영을 즐기면서 땀을 식히기도 한다.
간현암은 국내 최대의 프리클라이밍 낙원이자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암장이다. 한국의 프리클라이밍의 메카를 꼽으라면 고창 선운산의 투구바위와 속살바위, 그리고 이곳 간현암을 들 수 있다. 이곳은 하루 종일 해가 들고 바람이 많지 않아 봄 여름 가을은 물론 초겨울까지 등반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바위 아래 시원한 그늘을 제공해 주는 큼직큼직한 나무들이 있으며 맑은 물이 한여름에 바위를 오르는 이들의 땀을 식혀 준다. 또한 바위 아래 급경사진 곳에 테라스를 만들어 놓아 이곳을 찾는 클라이머들의 편의를 도모했다.
- 암장의 높이 70m 폭 70m 정도며, 70~130도의 경사를 이루고 있다. 5.7~5.13급의 다양한 루트가 있어 초급자부터 상급자까지 다양한 등반이 가능하다. 경사 또한 완경사부터 오버행까지 다양하다. 홀드도 다양해 세로형, 가로형, 각진 홀드, 포켓홀드, 미세한 홀드, 언더홀드, 크랙 등 온갖 다양한 홀드들이 형성되어 있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홀드를 접하며 기량 향상이 가능한 곳이다.
이 암장의 우측에 있는 동굴형 오버행 진 곳에 집중적으로 고난도 등반 루트들이 있다. 좌측으로 갈수록 쉬운 루트들이 있으며 가장 우측에도 5.9~5.11급의 루트 5개가 열려 있다. 이곳의 루트는 8~20m 정도이며 몇 개의 루트는 제3피치까지 이어진다.
등반이 끝나면 확보용 쌍볼트에서 직접 하강하거나 한 피치 루트는 로프를 확보용 고리에 통과시키고 톱로핑 스타일로 밑에 있는 확보자가 하강시켜 줄 수도 있다. 퀵드로는 3~10개가 필요하며 프렌드는 필요 없다.
엘리다(5.10b) 간현암에서 가장 인기 있는 루트 중 하나로 하루 종일 클라이머들이 붐빈다. 오버행을 통과하면서도 5.10급의 난이도를 지녔다. 낮은 등급의 오버행 등반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클라이머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일 것이다.
중앙에 있는 루트 안내판에서 좌측으로 첫 번째 시작하는 루트다. 큼직한 홀드와 완경사를 올라서 약 5m쯤 가면 오버행을 좌측으로 횡단하는 오버행 부분을 만난다. 큼직큼직한 홀드를 잡고 후킹하면서 이동하다 곧바로 직상하게 되는데 좌측 칸테(모서리) 부분을 이용할 수 있으며 홀드 또한 좋아서 쉽게 오를 수 있다.
- 홀드는 양호하나 하단 오버행에서 힘이 빠질 수도 있으니 좋은 홀드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면서 힘을 조절해야 한다. 오버행을 넘고 나면 약 90도의 경사가 유지되며 마지막 3~4m 남겨놓고 약간 우측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의외로 이곳의 홀드가 분명치 않다. 끝까지 방심하지 말고 등반에 임한다면 재미있는 등반이 가능하다.
형수2(5.12b-c) 1994년 이승진씨가 개척했다. 길이 15m에 퀵드로 8개를 필요로 하는 형수2는 고수들에게 사랑받는 루트다. 첫 출발 지점부터 오버행으로 시작되고 중단부까지 연속적인 크럭스가 이어지며 상단부로 갈수록 쉬워진다.
암장 중앙부 안내판 바로 옆 동굴 쪽으로 진입해 시작된다. 약 95도 경사의 미세한 홀드를 이용해 3m 정도 오른 다음 오버행 크랙을 오른손으로 잡고 왼손으로 허공에 매달린 카라비너에 두 번째 로프를 통과시킨다. 계속 오버행 크랙을 두 세 동작 오른 다음 튀어나온 벙어리형 크랙의 모서리를 왼손으로 잡고 우측 오버행 끝 턱 부분에 있는 볼트에 걸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세 번째 퀵드로를 빨리 통과하지 못하면 여기가 1차 크럭스가 된다. 이곳에서 팔에 힘이 많이 빠져 네 번째 퀵드로까지 최대의 크럭스가 되는 것이다. 네 번째 볼트 바로 위쪽에 손가락 끝이 간신히 걸리는 가로형으로 각진 작은 홀드가 마지막 크럭스다. 이 부분만 통과하면 홀드가 좋아지며 경사가 한결 부드러워진다.
신토불이(5.13a) 1994년 서강호씨가 개척했다. 간현암에서 두 번째로 어려운 루트로, 길이 14m, 퀵드로 7개가 필요하다. 루트 안내판에서 우측으로 두 번째 시작되며 ‘형수2’ 바로 우측의 루트다. 이 루트는 개척 당시에는 엄청나게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실력 향상으로 5.13급의 클라이머가 많지만 당시에는 몇 명 없었다. 실력 없는 클라이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신토불이는 출발 지점부터 천장 형태로 되어 있다.
- 홀드는 대형이지만 천장으로 직상하며 올라설 때 동작을 과격하게 하면 손이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유연하고 정확한 손과 발의 동작이 필요하다. 만약에 손과 발이 엇갈려 엉키거나 헛손질을 한다면 돌파하지 못하고 결국 떨어지게 된다. 이 루트 역시 오버행 넘어가는 곳까지 크럭스가 연속되며 상단부로 갈수록 쉬워진다.
좌벽
좌벽은 간현암에서 좌측으로 60m 정도 돌아올라 가면 있다. 높이 20m, 폭 30m 정도이며 경사는 80~90도 된다. 좌벽에는 1994년 7월 원주클라이머연합회가 크랙 루트 1개와 페이스 루트 4개 등 5개 루트를 개척했다. ‘바라사부(5.10c)’는 김상태씨가 개척했으며 등반길이는 10m, 프렌드 2호가 필요하다. 바위 좌측면 첫 번째 루트로 크랙을 타고 오르는 비교적 짧은 루트다.
숨은벽
좌벽에서 좌측 능선 쪽으로 5분 정도 올라가면 있다. 숨은벽은 멀리 숨어 있다 하여 이름이 붙었는데, 1995년 6월 문막산악회 이광섭씨가 6개, 김석년씨가 1개를 만들어 총 7개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30m 길이의 ‘만경’과 ‘만건’ 외에는 대부분 8~9m 길이다. 퀵드로 3~5개가 소요되며 중급자에게 적합한 루트들이다. 이건섭씨가 ‘백호’(5.11a), ‘이라’(5.10a), ‘도새기’(5.10d), ‘아라’(5.10c~d), ‘만건’(5.11a), ‘만경(5.10b)’ 등을 개척했고, 김석년씨가 ‘미완성’(5.10c) 등을 개척했다.
- 필자 약력
설악산 4대 빙폭, 당일등반. 설악산 전국 빙벽등반대회 1, 2, 3회 연속 우승.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대회, 프랑스 난이도경기, 공동 1위. <한국암장순례> 중부권/남부권 저자. <실전 암벽빙벽등반> 기술서 저자. 네파 종로점 대표. 김용기등산학교 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