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인수봉 하늘길
하루 종일 등반자 몰려 기다려야 오를 수 있는 루트
남면에서 시작하여 하늘을 향해 정상으로 오르는 크랙의 향연
인수봉에서 ‘하늘’길을 올라보지 않고 인수봉을 올랐다 하지마라
‘우두둑!, 으악!!’,
‘줄당겨!, 우두둑!’,
‘우두둑!’, 연거푸 서 너 번을 사정없이 미끄러지면서 떨어진다.
밑에서 쳐다보는 갤러리들도 숨을 죽이며 쳐다본다. 하지만 떨어지는 사람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밑에서 쳐다보던 일행 아주머니가 큰소리로 주문을 한다. 오른쪽 발은 밀어주고 왼발은 높게 디디고 힘 것 당기라고 하지만 정신없이 몇 번 떨어지고 나니 앞이 캄캄하고 맥이 빠져버린 모습이다. 할 수없이 자존심이 상하지만 위를 쳐다보면서 ‘줄당겨!’를 외쳐보지만 위에서 확보 보는 아주머니가 힘 것 당겨보지만 당기는 요령이 없어서인지 겨우 줄이 팽팽하게 할뿐이다. 이래도 안 되고 저래도 안 되니 아주머니 입에서 ‘에이 씨’자 까지 나오며 열이 받아 투덜댄다. 30여분을 사생결단을 하고나서 겨우 올라간다. 두 번째 등반자가 출발한다. 아까, 발은 이렇게 하고 손은 저렇게 하라고 코치를 하던 사람이다. 이사람 역시 알고 보니 별 볼일 없는 똑같은 초보자였다. 앞서 올라가던 사람한테 목소리를 높여 주문을 하더니만 정작 자신도 맥을 못추고 몇 번을 연거푸 떨어하면서 자존심이 무너지며 겨우 올라간다.
이 광경은 일요일 ‘하늘’길 첫 피치 수직크랙(바위가 갈라진 곳)의 모습이다.
인수봉 남면 ‘하늘’길 무대에서 클라이밍(암벽을 올라가는 행위) 배우들이 실감나는 연극을 하듯 자나가는 사람들에게 눈요기 거리를 제공한다. 크랙에 붙어있는 사람은 오로지 오르고자 하는 열정으로 온힘을 다하며 힘을 써보지만 어디 그것이 마음대로 되는가, 마음만 간절하고 눈앞이 캄캄할 뿐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관객들이 한마디씩 한다.
‘아이고, 저렇게 힘든 것을 뭐하러 하나, 저것이 저렇게 재밌나?, 아주머들이 무슨 힘이 있다고 위험하게 저런 짓을 하노....’
사실 이곳 인수봉 ‘하늘’길 첫 피치의 크랙 난이도는 5.10a(암벽등반 어려움의 수치)다. 하지만 초보자들로서는 엄청나게 어려운 크럭스가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크랙등반의 기술이 없으면 난이도는 훨신 더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앞에 올라가버린 대장님은 뒤따라오는 사람의 실력을 아랑곳 하지 않고 자기만 횡 하고 올라가 버리니 뒤 따라 올라가던 초보자님들은 스스로 터득하면서 사생결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등반이라는 것이 자신에게 적당한 루트(암벽등반의 길)를 올라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에게 무리한 루트를 오를 때, 공포심과 두려움으로 인해 재미도 없고 아픈 추억만 남는 것이다.
그러나 초보자님들을 수 십 명씩 줄줄이 데리고 올라가야 하는 대장님들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등반스타일은 가급적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인수봉 남면에 자리하고 있는 ‘하늘’길 첫 피치는 인기도 많지만 추락도 가장 많이 하는 루트로 유명하다.
인수봉 ‘하늘’길은 1969년 9월에 우정산악회 박창규, 장경린, 강영택 회원 등이 개척한 루트이다. 당시에 클라이밍 열정으로 뭉친 우정산악회는 1969년 인수봉에 우정 A.B를 개척했으며 9월에는 ‘하늘’길, 10월에는 ‘서면슬랩’, 선인봉에 ‘하늘’길 등 수많은 루트들을 개척하고 열정적인 활동을 한 산악회로 유명하다.
‘하늘’길은 인수봉 남면에서 출발하게 되며 총7피치로 구분하고 총길이 190여m, 최고난이도 5.10c 평가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중상급자 루트로 평가하지만 인수봉에서는 최고의 인기루트로 꼽힌다. 전체적으로 크랙위주이지만 제1-3피치까지가 크랙이고 제4피치가 슬랩, 제5피치가 ‘크로니’길하고 같이 올라가는 크랙, 제6피치와 제7피치는 슬랩으로 되어있다.
제1피치
제1피치는 총길이 23m 이며 난이도는 5.10a이다. 바닥에서 출발해서 우측으로 약3m 정도 트레버스 한 다음 수직크랙으로 올라야 한다. ‘하늘’길의 하이라이트 피치가 바로 이곳 출발점인 5m의 수직크랙인 것이다. 난이도는 5.10a이지만 이곳에서 초보자들은 최대의 크럭스가 되고 추락을 많이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서너 번 추락하고 나면 팔의 힘이 빠져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곳 출발점 수직크랙은 초보자님들한테는 한마디로 쥐약(?)이다. 이곳 수직크랙 출발점 우측에 볼트가 하나 박혀있는데 1990년대 중반에 설치한 볼트다. 이곳 크랙은 개척당시 인공등반으로 오를 수 있는 스타일로 하켄이 몇 개 박혀있었으나 1980년대 자유등반의 열풍으로 하켄(바위가 갈라진 곳에 설치하는 바위못)은 제거되고 캠을 설치하며 자유등반을 하곤 하였으나 90년대 중반에 등반자가 캠을 설치하고 오르다가 추락을 했는데 캠(바위가 갈라진 곳에 설치하는 장비)이 빠져 추락사한 사건이 일어난 뒤 할 수없이 당시 ‘서울 자유등반협회’에서 볼트를 한 개 설치한 것이다.
사실 지금도 이곳 볼트가 없었다면 엄청난 부상자와 사건사고가 있었을 것이다. 크랙은 손가락 이 바듯하게 들어갈 정도의 크기이며 좌측으로 비스듬하게 사선을 하고 있고 각이 좋아 손가락 끝이 잘 걸린다. 하지만 수직벽을 이루고 있어 발동작을 잘해야 미끄러지지 않고 잘 올라갈 수 있다. 이곳 크랙의 동작중 핵심은 발동작이다. 오른발은 크랙사이를 밀어주고 왼발은 가급적 높게 디디며 엉덩이를 왼발 쪽으로 앉듯이 힘을 실어주면 왼발이 밀리지 않는다.
양팔은 크랙을 잡고 왼쪽으로 몸을 뉘이면서 반 레이백 자세를 하면 쉽게 갈 수 있다. 수직크랙을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큼직한 크랙과 완경사로 이어지기 때문에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중간에 캠을 2개정도 설치해야 한다.
제2피치
제2피치는 길이 17m, 5.10a의 크랙으로 이어진다. 비교적 완만한 경사에 좌측방향으로 사선크랙이다. 크랙은 각이 좋아 군데군데 잡을 곳이 많고 크랙 상단 마지막구간이 벙어리 크랙이어서 제2피치의 크럭스가 된다. 전체적으로 몸을 좌측으로 뉘이면서 오른발을 크랙에 재밍하고 왼발을 밖으로 딛고 오르면 안정되게 갈 수 있다. 이곳 마지막구간에 볼트1개가 있으며 크랙초임과 중단에 캠을 설치하면서 올라야 한다. 이곳 크랙은 몸을 좌측으로 과감하게 뉘이고 오른발을 재밍하면서 오르는 것이 핵심이다.
제3피치
제3피치는 길이 20여m, 5.8정도의 크랙으로 이어진다. 제3피치의 볼트는 출발점에 1개가 있고 약5m 지점에 두 번째 볼트가 있으며 상단부 크랙은 캠을 설치하면서 가야한다. 전체적으로 홀드가 양호하고 크랙이 잘 형성되어있어 쉽게 오를 수 있는 피치이다.
제4피치
제4피치는 길이 40여m, 난이도는 5.8, 슬랩과 크랙으로 되어있다. ‘거룡’길에서 이어져 가는 큰 밴드(바위 띠)를 따라 오른쪽으로 ‘거룡’길 제2피치의 쌍볼트를 지나 곳바로 슬랩으로 오르다 우측에서 이어지는 ‘크로니’길과 만나게 되며 완경사 쉬운 크랙을 같이 이용하며 오르게 된다. 제4피치 확보지점 역시 ‘크로니’길과 같이 사용한다. 제4피치의 슬랩은 완경사로 이어지며 우측의 상단부 크랙도 양호하여 쉽게 오를 수 있으며 제4피치의 확보지점은 약1m의 평평한 테라스로 되어있어 편리하다. 이곳 피치 쌍볼트는 ‘크로니’길과 같이 사용하게 된다.
제5피치는 길이 31m이며 난이도는 5.10c로 평가한다. 이곳 피치는 ‘크로니’길과 같이 사용하게 되며 크랙 마지막부분에서 좌측의 턱을 올라서서 피치를 끊는다. 크랙은 5.6정도의 쉬운 수직으로 올라가는 완경사 크랙이며 마지막 부분의 좌측 턱을 넘어가는 것을 5.10c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턱을 올라서서 완만한 슬랩(40-60도 경사의 바위면)의 쌍볼트에서 확보한다.
제6피치 길이 40여m, 난이도 5.9로 평가한다. 이곳 제6피치는 전체 슬랩으로 올라야 하며 중간에 개척 때 설치한 볼트가 노후 되어 불안하다. 이곳역시 안전을 위하여 볼트를 교체해야 할 곳이다. 예전에는 중간에 박혀있는 쌍볼트에서 피치를 끊었으나 요즘에 한 번에 올라간다.
제7피치
제7피치는 길이 20여m이며 마지막 슬랩 구간이다. 전체 슬랩으로 이어지며 쌍볼트에서 좌측방향 볼트쪽으로 진입하여 오르게 되는데 이곳의 난이도가 5.10c로 어려운 구간으로 평가하고 있다. 곳바로 슬랩을 오르면서 볼트3개를 통과하고 밴드를 따라 좌측으로 걸어간다.
밴드가 끝나면 이미 인수봉 정상 하단부가 되며 등반은 끝이 난다. 이곳에서 10여m 서쪽으로 가면 서면 하강지점이다.
등반 길잡이
‘하늘’길은 총190여 m 이며 총7피치로 구분된다. 최고난이도는 제7피치 슬랩 5.10c로 평가한다. 하지만 제1피치 크랙에서 가장 많이 추락한다. 중급자 2인 기준으로 약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늘’길은 인수봉을 바라볼 때 남면의 중간쯤에서 출발하는 루트이다.
‘하늘’길은 등반을 마치고 서면 하강지점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서면 하강지점에서 하강하는 것이 좋다. 하강방법은 60m 로프 2동을 이용하여 한 번에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으며 로프 60m 1동으로 내려간다면 위에서 아래로 볼 때 좌측 하강 라인을 따라 3회 하강으로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다. 장비는 퀵드로우(볼트에 걸어서 쓰는 확보물) 10개와 로프 60m 2동, 캠1세트 등이 필요하며 개인장비가 필요하다.
인수봉은 허가 없이 등반이 가능하며 암장에서 200여m 아래 지점에 야영장이 있다. 야영을 할 때는 야영허가를 얻어야 하며 21야영장에 경찰구조대가 상주하고 있고 식수는 야영장 샘터에서 구할 수 있으나 마를 때도 있어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인수봉 찾아가는 길
인수봉을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지하철 4호선(상계방면)을 타고 수유역에서 내려 버스 153번, 120번을 타고 우이동종점에서 내린다.
승용차는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264번지 도선사주차장으로 간다. 도선사 주차장(무료)은 30여대의 주차공간이 있지만 평일은 주차가 가능하고 휴일에는 자리가 없다. 따라서 우이동 버스종점 앞에 있는 사설주차장(당일10,000원)을 이용하고 택시를 타거나 걸어서 도선사주차장까지 올라가야 한다.
우이동 버스종점에서 합승 택시를 이용한다면 올라갈 때는 1인당 2000원, 내려갈 때는 1,000원을 받는다. 도선사주차장에서 백운대방향으로 어프로치가 시작되며 하루재를 넘어서면 인수봉이 바라보이며 ‘경찰구조대’와 ‘국립공원사무실’을 좌측에 두고 인수봉이 보이는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도선사주차장에서 인수봉까지는 약1시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