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선중 수녀님<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강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 하나원이란? -- 탈북 새터민 남한 적응 교육 시설입니다 ---註釋
몇 달 전 하나원에서 만난 분다(베네딕타) 할머니는 유아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다가 6.25 전쟁이 나는 바람에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가 하나원에서 처음 미사를 하고 영성체하시며 우는 모습을 뵈었습니다.
북한에 계실 때는 딸한테조차도 신자임을 숨겼다고 합니다. 중국에 나와서야 맘놓고 십자 성호 그으시는 모습에 딸이 하도 놀라기에 그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는 북한에 계실 때 미사를 한 번만이라도 드리고, 신부님·수녀님을 한 번만이라도 뵈었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을 늘 하시면서 힘겨운 일을 당하거나 곤란해질 때면 이불 속에서 또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성호를 그으면서 하루빨리 하느님을 외쳐 부를 수 있는 그날이 오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딸이 먼저 남한에 와서 생활을 하다가 여러 경로를 통해 마침내 어머니와 연락이 닿았는데 그때도 어머니는 이런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57년 만에 하나원에서 드린 첫 미사는 바로 할머니의 오래고 간절한 기도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신앙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우리 순교성인들의 대축일입니다. 분다 할머니야말로 순교자의 후예답게 신앙을 지킨 오늘날의 살아 계신 순교자임에 틀림없다고 여겨집니다. 할머니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예전에 할머니께서 신앙생활하실 때의 모습과 요즘 본당에서 신자들이 신앙생활하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고요. 그리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남한 사회의 모습과 북한 사회의 모습을 비교해 볼 때 하느님께서 할머니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알 것 같다고 하면서 우리 북한 동포들도 하루빨리 이렇게 좋은 남한 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기를 기도한다고 합니다.
지금도 분다 할머니처럼 침묵 중에 주님의 이름을 외쳐 부르고 있을 북한의 우리 교우들에게 하루빨리 신앙의 자유가 오기를 기도하고 싶습니다. 주님, 저희 모두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며 하나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