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8 - 2학기 개학 첫날
김지혜
무덥고 힘들던 여름방학이 지나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살만한 날씨가 되면서 학교(한을이도 나도) 개학을 하고 알트루사 재미있는 학교도 개학을 했다.
2학기 첫날, 그동안 한을이는 재미있는 학교 방학이 왜 이렇게 기냐면서 개학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오늘은 더구나 집근처 온수역에서 세훈이 엄마 (막내 여진이 낳고 얼마되지 않아 한동안 세훈이만 따로 만나서 갔었지만) 정은선 선생님과 세진이 여진이도 같이 만나서 오는 길이라 더 반갑고 새로웠다. 나는 잘 하지 못하는 정은선 선생님의 탐구(?) 덕분에 이전과 다른 곳에서 내려 마을버스를 타는 새로운 노선도 알아냈다. 평소와 다른 새로운 길로 가니까 선선해진 가을 아침 바람을 맞으며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조금 늦게 도착한 사무실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들이 모여 회의하는 시간동안 아이들끼리 노는 상황이 되는데, 그동안 이 시간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서로 어찌 지냈는지 이야기 하는 것이 반갑고 뜻 깊긴 하지만, 아이들이 방치되는 것 같아 어른들 회의는 짧게 하고 어찌 지냈는지 어린이들과 같이 이야기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아이들이 방학동안 어찌 지냈는지 이야기를 듣는데 그 아이의 변화와 특징을 생각하면서 들으니 재미있었다. 특히 한을이는 엄마와 다른 반응을 하는 (귀 기울여 잘 들어주는) 선생님들에게 하소연처럼 방학 지낸 이야기 하는데, 그런 한을이를 보면서 방학동안의 시간이 전환도 되고 한을이를 대하는 나를 반성하는 시간도 되었다. 한을이는 재미있는 학교에 와서 그나마 그런 하소연을 할 수 있는 걸 후련하게 느끼고 좋아하는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아닌 다른 선생님들의 반응과 관심을 어떻게 느낄까?
오후에는 어린이들끼리 있었던 갈등 상황에 대해서 모의재판이 진행되었다. 지난번 내 역할은 판사였는데 오늘은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였다. 변호하려니 평소보다 더욱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의재판은 역할에 따라 생각의 방향을 잡기가 매번 어렵다. 하지만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생각을 넓혀 나가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오늘은 오전 문지기를 했던 정은선 선생님이 일찍 가게 되어 오후는 내가 맡아서 문지기를 했다. 예전에는 잘 해야 할 거 같은 생각에 문지기가 많이 부담스러웠는데, 그것 때문에 내가 재미있는 학교를 부담스러워하면 우스운 것 같아 마음 닿는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더니 예전처럼 부담스럽지 않아 ‘내가 이제야 적응을 좀 하나보다~’ 싶어서 웃음이 나왔다. 4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참 적응이 느린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