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떠 있는 집
-박종영
소나기 한차례 지나가고
무지개 선 자리 집 앞 무논에
기와집 한 채 지어졌다.
한나절쯤,
둥둥 떠서 들려오는
행랑채 어머니 수심가 소리 애잔하여
솟을대문 삐걱이 세월 열고 가는 소리,
추녀 끝엔,
모란의 웃음이 곱게 오월을 춤추고
한 줌 바람이 달려드니
무너질 듯 뒤틀리고 위태롭다.
제비 한 쌍이 물장구치며
흔들리는 집 바로 새워주고 나르는
저 유연한 몸짓,
빛이 사라지는 노을 속으로 떠가는
어머니의 그리운 집 한 채.
---------------------------------------------------------
그림자의 틈새
-박종영
어둠에서는 숨어 숨 쉴 수 있어도
빛 앞에서는 떨쳐내지 못하고 졸졸 달고 다니는
내 분신의 그림자,
지치지 않고 견고하여 질긴
저토록 가벼운 몸뚱이 한 개를
오랜 축복의 영혼으로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실존의 버거운 질량의 혼백 같은
외로운 육신의 한쪽,
단단한 근육질에 옹골차게 박혀 있을
온갖 욕망의 현명한 길잡이같이
어떤 틈새도 보여주지 않는 회색의 분신,
그리움의 무게로 서 있는 그림자 하나.
--------------------------------------------------------
박종영(필명 옥매산)
문예사조 등단
시집 - 2005. 1. 그대 아름다운 이별쟁이
2009. 4. 소리의 춤
수상 - 2010. 제13회 공직문학상 은상수상
첫댓글 감사합니다. 편집실로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