遣憫
柳琴
冉冉澇炎盡
依依秋意生.
落暉紅靄散
高柳獨蜩鳴.
世事多堪歎
腐儒足不平.
滄浪何處在
去欲振長纓.
(1) 견민(遣憫) : 번민을 떨치다. 답답한 가슴을 떨치다.
(2) 유금(柳琴, 1741~1788) : 자는 연옥(連玉) 또는 탄소(彈素)이며, 호는 기하실(幾何室) 또는 착암(窄菴)이다. 조선 후기의 시인이자 실학자로 연암 학파(백탑파)의 일원이다. 시를 잘 지었으며, 기하학, 천문학을 비롯하여 여러 학문에 밝았으나 서얼이어서 평생 불우하게 살았다.
(3) 염염(冉冉) : 천천히, 서서히, 슬금슬금, 한들한들, 하늘하늘 등으로 문맥에 따라 해독한다. 여기서는 ‘서서히’, ‘슬금슬금’ 등으로 옮길 수 있다. 노염(澇炎) : 끈적끈적한 더위, 곧 무더위를 말한다.
(4) 의의(依依) : 한들한들, 가만가만, 푸릇푸릇, 어슴푸레 등 문맥에 따라 해독한다. 여기서는 ‘조금조금’, ‘가만가만’ 등으로 옮길 수 있다. 추의(秋意) : 가을이 오는 기미.
(5) 낙휘(落暉) : 낙일(落日)과 같은 뜻이다. ‘해가 지다’라는 뜻이다. 홍애(紅靄) : 애(靄)는 본래 아지랑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놀을 가리킨다. 붉은 놀을 말한다.
(6) 조(蜩) : ‘매미’ 또는 ‘쓰르라미’로 옮긴다. 저녁에 우는 것은 주로 ‘쓰르라미(저녁매미)’이므로 여기서는 ‘쓰르라미’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7) 부유(腐儒) : 썩은 선비. 여기서는 시인 자신을 낮추어 하는 말이다.
(8) 창랑(滄浪) :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말로, “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창랑의 물이 맑으면 가히 그것으로써 내 갓끈을 빨 것이요, 창랑의 물이 흐리면 가히 그것으로써 내 발을 씻으리라.)”가 원문이다. 세상이 맑으면 나가서 벼슬을 할 것이요, 세상이 혼탁하면 발을 씻고 떠나 버리겠다는 절조가 담겨 있다.
(9) 장영(長纓) : 긴 갓끈. 가슴속 포부를 떨칠 만한 높은 벼슬을 나타낸다.
답답한 가슴을 떨치다
유금
슬금슬금 무더위 다하고
가만가만 가을 기미 솟아나네.
해 질 녘 붉은 놀 널리 퍼지는데
버드나무 높은 곳에 쓰르라미 울음소리뿐.
세상일 탄식할 것 많아서
썩은 선비 불평이 넘쳐 나누나.
창랑(滄浪)은 어디에 있는가,
가서 긴 갓끈 씻고 싶은데.
첫댓글 감탄(堪歎)을 "감히 탄식할 일"이라고 한 것은 좀 어색하네요. 勘자의 대부분 용례가 곰곰히 생각한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자면 해석이 좀 달라져야 할 듯..."생각해보면 탄식할 일 많아서" 혹은 "생각하고 탄식할 일 많아서" 정도가 되지 않을꽈요?
"勘歎"이 아니라 "堪歎"입니다. 堪은 ㉠견디다 ㉡뛰어나다 ㉢맡다 ㉣하늘 ㉤천도 등으로 쓰이니까 "탄식할 만하다" "개탄하다" "한탄스럽다" 정도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요? <명심보감>에 "堪歎人心毒似蛇"이라는 말이 있는데, 예전에 "사람 마음 독하기가 뱀 같음을 탄식하노라."라고 배웠는데요. 어쨌든 제가 문집에서 "堪"을 베껴 쓰면서 "敢"으로 잘못 읽었네요. 나중에 글자는 옳게 교정했는데, 생각(선입견)을 교정하지 못해서 시가 삼천포로 빠졌네요. 죄송합니다.
堪과 勘이 헷갈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