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림
아찔한 무술 시범
연운에서 서안까지(3)소림무술, 소림사, 탑림, 백마사(8.19)
다른 날처럼 모닝콜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잠을 푹 자서인지 개운하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낸 후에 호텔레스토랑으로 갔다. 사실 하루의 식사중에서 가장 가벼우면서도 맛있게 할 수 있는 식사가 아침이었다. 계란 후라이와 빵 그리고 과일 한 두 조각과 주스 한잔으로 식사를 할 수 있길 때문이었다. 바쁜 일정으로 식사 후에 곧바로 가방을 챙겨야 했다. 눈만 뜨면 가방을 싸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는데 호텔 방문을 나서려하자 룸메이트가 옷장에서 바지를 챙겨주었다. 나는 웃으며 가방에 바지를 넣고 호텔 로비로 내려갔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기다리면서 차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분주히 오가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날보다 일찍 체크아웃이 끝났고 우리를 실은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이 지역은 산이 보였고 구릉지대가 많이 있었지만 초록빛 옥수수밭은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중간에서 토굴을 보아서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옛날에 사람들이 집이 없을 때 살았던 곳이라고 하는데 정부의 소유이기에 부술 수가 없다고 한다. 길가에는 리아카나 자동차에서 수박이나 복숭아를 파는 행상들을 볼 수 있었고 몸에 여행의 피곤함이 찾아드는 것을 느끼며 잠깐동안의 잠에 빠져들었다.
잠에서 벗어났을 때 멀리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텔에서 한 시간 넘게 버스를 탔을 때 산을 만났는데 중국의 5악 가운데 하나인 중악(中岳), 즉 숭산(崇山)이라고 한다. 소림사가 위치해있는 그 곳은 등봉이라는 곳인데 등봉은 하남성 정주시와 낙양시 사이에 약간 남쪽으로 쳐진 작은 현이다. 등봉에서 소림사로 가는 길에는 많은 무술학교가 있었다. 몇 곳에서는 소림무술을 배우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학비가 숙식비를 포함해서 일년에 만원(한국 돈으로 1,300,000원 정도)이라고 한다. 교육비가 비싼 편이지만 외국에서도 소림무술을 배우러 온다고 한다. 소림사까지 이르는 동안에 학교를 열 개도 넘게 볼 수 있었다.
주차장에 내려서 소림무술공연장까지는 걸어서 갔다. 십 분 정도 걸어가자 우측에 공연장이 있었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 이소룡의 영화 장면이 생각하면서 입장했다. 우리들은 중앙의 앞자리에 앉으려다가 제지당했는데 그 곳은 VIP석이어서 앉은 사람은 금방 쫓겨났다. 잠시 후 나는 좌측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사회자의 설명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했지만 무술 시범을 통해서 대충 알 수 짐작할 수 있었다. 열 살이 갓 넘은 아이들이 각종 무술을 마술처럼 시범을 보였다. 각목과 철판으로 머리 쳐서 자르기도 하고 사람의 배가 창끝에 머물게 했는데 아슬아슬했다. 핀으로 유리창을 통과해서 풍선을 터트리는 장면은 하이라이트였다. 사실 긴장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것을 보면 연출한 듯한 모습이 강했고 쇼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하나가 무술 시범이 끝났을 때 각목을 하나 남겨놓았는데 우리 팀 중에서 한 명이 그것을 한국까지 가지고 왔다. 무술시범을 본 후에 우리들은 소림사로 올라갔다. 중간에서 낙타를 가지고 있는 중국인이 있었는데 한번 낙타에 타고 사진을 찍는데 9위안이! 라고 했다. 그냥 지나쳐 앞으로 나가 드디어 소림사에 도착했다.
소림사는 하남성 등봉현의 북서쪽 소실산 북쪽 기슭에 세워진 선사이다. 북위 시대인 495년에 효문제가 인도승 발타선사를 위해 창건했고, 527년에 인도승 보제달마(菩提達磨)가 와서 선종을 시작한 절이라고 한다. 당 태종 이세민의 전국통일에 조력한 점 때문에 당 조정의 비호를 받아 발전하여 "천하제일의 명찰" 칭호를 얻었다고 한다. 산꼭대기에는 달마대사의 상이 있는데 올라가지는 못했다. 소림사에는 좌선을 위한 심신단련을 기본으로 한 권법이 있어 후에 "소림파"무술의 일파가 되었다고 한다.
소림사를 빠져나와서 잠시 옥수수 파티가 있었다. 중국돈으로 2원인데 내국인들에게는 1원에 판다고 한다. 맛은 우리 나라의 것과 비슷했으나 밋밋했다. 잠시 후 우리들은 탑림에 도착했다. 역대 화상들의 묘지와 석탑이 빽빽이 서있는 탑림(塔林)에서 우리들은 중국의 또 다른 면을 보았다. 셀 수 없는 탑이 장수들이 서 있 서 있는 것처럼 웅장하게 서서 나그네를 맞아주었다. 이 곳은 소림사 영화와 무협소설의 고수 대결지로도 많이 소개된다.
탑림을 본 후에 우리들은 전동차로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그 곳에서 주차장까지 1km 정도 되는데 왕복 10원이었는데 중국의 장삿속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주차장을 멀리 만들어 놓은 후 전동차를 탈 수 밖에 없도록 했는데 일부 중국인들은 걸어서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주차장으로 향하다가 기념품 판매점에 들렸다.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는 부르는 가격의 1/10부터 시작하라는 말을 듣고 깎는 재미를 얻기 위해 한 물건을 흥정을 시작했다. 처음에 25원이었던 것을 5월까지 깎았는데 중국에서 제 값을 주면 손해라는 의식이 생겨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림사를 출발해서 우리들은 낙양으로 향했다. 피곤했는지 나는 쉽게 잠들었다. 비몽사몽간에 잠에서 깨어 버스에서 내려 백마사에 닿았다. 입구에는 분수대가 설치되어있어 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중국사찰에 가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이 향을 많이 피운다는 것이었다. 향도 막대기 모양으로 무척 컸고 많았다.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이동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채로웠다. 그리고 신도로 보이는 중국인들은 대웅전 앞에서 두 줄로 서서 '아미타불'을 외치고 있었다.
백마사는 낙양시 동북쪽 12km 정도 떨어져 있는 한위(漢魏)의 낙양성내에 있는데, 서기 68년 중국 최초로 세워진 절로서 후한의 명제가 인도에 파견한 채석, 진경이라는 승려가 인도고승 두사람과 함께 백마를 타고 낙양에 돌아왔다고 해서 백마사라고 하였다고 한다. 그것을 뜻하는 듯 절 입구 양쪽에는 송(宋)나라 때 만들어진 두 마리의 백마상(白馬像)이 서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정면에는 천왕전(天王殿)이 서 있고, 그 뒤로 대불전, 대웅전 등의 건축물이 늘어서 있다. 대웅전에는 원(元)대에 조각된 십팔나한상이 안치되어 있었다. 일행들은 절 안쪽에 있는 백마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백마사에 왔다는 기념했다.
그 곳을 나와 동료 한 명이 화장실에 갔는데 중국돈 5각(65월 정도)이라고 한다. 물론 중국의 공중화장실에는 화장지가 없으니 미리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 했다.
백마사를 나와서 호텔로 가는 시간이 늦은 오후였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길옆에서 펼쳐지는 중국사람들의 여유로움을 만날 수 있었다. 노인들은 장기를 두거나 카드를 하고 일부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들의 얼굴엔 웃음이 깃들여져 있었다.
저녁식사는 특별한 즐거움을 주었다. 그 음식점 또한 외국관광객 지정음식점이었고 깔끔한 내부 그리고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먹기에 거부감이 오지 않았다. 어떤 식당보다 맛이 있었고 후식까지 제공해 주었고 늦어서 미안하다는 말까지 했다. 식당 밖에서 함께 기념사진까지 촬영했다. 식당 밖에서 중국의 어린 아이를 만났는데 너무도 맑은 눈망울에서 인간은 국경도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다. 동료가 그 아이에게 가지고 있던 사탕을 주었고 그 아이는 빙긋 웃어주어 함께 있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식사를 한 후에 우리들은 Golden Gulf Hotel로 가서 체크인을 하고 각각의 객실로 들어갔다. 가이드의 안내로 발 마사지를 받기로 하고 간단한 샤워를 한 후에 호텔 정문으로 나갔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나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 무척 미안했다. 미니 버스에 오른 후 십 분 정도 시내로 달려 한 발 마사지 전문 업소에 닿았다. 종업원이 신발을 신발장에 넣어주었고 우리들은 종업원의 안내로 2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나무로 만든 작은 대야에 약을 넣은 따뜻한 물 속에 발을 20분 정도 담그고 있었다. 지난번 북경에서 발 마사지를 받아보았기에 몸에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잠시 후 20살 열 일곱 전후의 여자아이들이 들어왔다. 내가 머문 방은 4인 실 이었고 각자의 손님의 발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전에도 느꼈던 마음이었지만 나이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측은했지만 그들은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기우라는 듯 얼굴에 웃음을 띠며 서로간에 즐거운 대화를 나누면서 발 마사지를 했다. 내가 중국어를 모르듯 그 아이들도 한국말을 몰랐지만 따스한 눈빛은 서로 간에 교감 할 수 있도록 했다. 발을 간지럽게 해서 장난을 하는 그 아이들이 천진하기까지 했고 내 옆의 고등학생을 보면서 뭐라고 마사지를 하는 아이들 서로 간에 농담을 하는 것 같았다.
발 마사지가 끝난 후에 십 분 정도는 머리와 목 그리고 상체 안마까지 해 주었다. 몸이 아픔 부분도 있었지만 소리를 지르지 않고 꼭 참았다. 한 시간 삼 십분 정도의 마사지가 끝났다. 마사지 가격은 100원(한국 돈 13,000원 정도)이었고 각각의 소녀들에게 십 원(1,300원)이나 1달러를 팁으로 주면 되었고 나도 10원을 팁으로 주니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발 마사지를 받은 후에 다시 호텔로 돌아왔고 차 한잔을 마신 후에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