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동혁 병장 부모, 故서후원 중사 부친 등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또 눈물 쏟아야 할지…"
출처:조선일보 2010.03.29
홍천=채성진 기자 dudmie@chosun.com
"우리 동혁이가 해군에 입대해 1년 넘게 근무한 배가 바로 천안함이라네. 배가 침몰돼 생사를 모르는 장병이 40명이 넘는다지.
아,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우리처럼 눈물을 쏟아야 할까."
지난 27일 오후 강원도 홍천군 동면 속초2리에는 가는 빗줄기가 흩뿌리고 있었다. 2002년 6월 29일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박동혁 병장의 부친 박남준(55)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서해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과 교전할 당시 의무병이었던
박 병장은 온 몸에 100여개의 파편이 박히는 중상을 입고 40여일을 투병하다가 끝내 숨졌다. 천안함 함상에서 찍은 장남의
사진을 쥐고 있는 박씨의 오른손이 가늘게 떨렸다. 사진 속의 아들은 서해 어딘가를 누비던 천안함 갑판 난간에 기대어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미소짓고 있었다.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보던 부인 이경진(54)씨가 말했다. "지금도 동혁이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해요. 군의(軍醫)학교를 갓
나온 신병이 제1 연평해전(1999년)에 참전한 천안함에 승선하게 돼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고."
경북 의성에서 이곳에 온 고(故) 서후원 중사의 부친 서영석(57)씨가 잔뜩 찌푸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끝까지 잘 버텨 한 명이라도
살아서 돌아와야 할 텐데"라고 말했다. 서씨의 눈자위가 어느새 붉어졌다.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 다들 마음속으로 무사생환을 기원합시다." 곁에 있던 참수리 357호 정장 고(故) 윤영하 소령의 부친 윤두호(65)씨가 말했다. 그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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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02년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박동혁 병장의 모친 이경진씨(맨 왼쪽)가 지난 27일 오후 사진 속에 있는 아들의 흉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바로 옆은 고(故) 박 병장의 부친 박남준씨다. 소설‘서해해전’의 저자 최순조(가운데)씨와 고 윤영하 소령의 부친 윤두호씨(오른쪽에서 두번째), 고 서후원 중사의 부친 서영석씨(맨 오른쪽)도 자리를 함께 했다. / 홍천=채성진 기자
8년 전, 금쪽 같은 장남을 잃은 이경진씨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우울증과 불면증에 대인기피증까지 보였다. '이대로 두면
아내까지 잃겠다'고 생각한 박씨는 2004년 3월 경기도 안산의 집을 떠나 이곳 홍천 산골로 무작정 떠났다. 부부는 전기도
수도도 들어오지 않는 컨테이너 박스에 살며 소를 키우면서 아들 잃은 슬픔을 삭이고 또 삭였다. 텃밭에서 고추 농사를
짓다 서로 등을 마주대고 통곡한 날이 셀 수도 없다.
박씨 부부는 최근 컨테이너 박스 옆에 아담한 단층집을 지었다. 새로 살 집을 마련한 부부는 이날 평소 가까이 지내던 참수리
357호 유가족 부모와 '제2 연평해전 전사자 추모본부' 관계자들을 초대해 식사대접을 하려 했다. 그런데 전날(26일) 밤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는 참사가 터진 것이다.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현장 상황을 전하는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경진씨는 "천안함 침몰 소식을 듣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제2 연평해전에 참전한 박경수 중사가 천안함에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저녁 박 중사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2008년 6월 진해 해군기지에서 전사자 흉상 제막식이 있었어요. 참수리 357호의 보수장이었던 경수를 그때 봤어요.
동혁이를 먼저 보내 죄송하다면서 서해에서 나라를 잘 지키고 있으니 걱정 말라고 했어요. 남매를 낳아 잘 키우고 있다고
했는데 실종이라니, 이 일을 어떡합니까."
서영석씨는 "실종자 부모들에게 지금 어떤 얘기가 위로가 되겠느냐"며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상길(38) 전사자 추모본부장은 "침몰된 함내 어딘가에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실종자가 있을지 모른다"며 "격벽의 밀폐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더 신속한 구조작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2008년 전역한 이학철(53) 예비역 해군상사는 "침몰된
시각은 장병들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할 때"라면서 "함정 뒤쪽 선실에 갇혀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 부부와 함께 모인 유가족들은 "넋 놓고 있으면 절대 안 돼요.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 아 있다고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며 실종자 가족들에게 힘을 내라고 당부했다.
첫댓글 정말 이날 속보 뉴스를 떠나지 않고 모두 모여서 같이 보았던 기억이납니다. 어느 누구보다도 천안함 참사를 당하신 가족분들의 심정을 연평해전 유가족분들께서.....가장 잘 이해하실 줄믿어요.
전 개인적으로 채 기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워낙에 언론과 매스컴이 의도적인 편향과 왜곡이 많은데라.... 이와같은 의로운 기사를 쓰시는 기자분들 존경합니다.
우리나라에 더더욱 채기자님같은 기자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여섯영웅들 부모님들의 마음이 더 애잔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어듣는데.. 아직까지 생존소식이 없어 아쉬울 뿐입니다. 편향적인 보도와 뭔가를 숨기려는 정부의 태도에 마음이 아픕니다.
잘 보고 갑니다
실종자 가족.. 그분들의 마음을 어찌 표현할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