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활대장 인사 ; 미경}
안녕하세요. 설레는 마음으로 마을에 도착해서 인사드리던 때가 엊그제 같기만 한데 어느새 아홉 밤이 지나 이별의 인사를 전해야 한다니 아쉽기만 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농민분들을 만나 뵈며 이야기를 나누고 농사일을 도우며 하루를 보냈지요. 때론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익숙지 않아 눈 뜨는 일이 힘겨웠고, 피곤해서 저녁 방문을 쉴까 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좀 더 알차게 농활을 보내고 최선을 다하는 농활대로서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답니다.
단순히 일손 도우러 온 학생들이 아니라 농민분들과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어요. 마을 분들을 보면 열심히 인사하고 한 분 한 분 최대한 한 마디라도 더 하려 노력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쌀개방에 이어 정부가 농민의 최소한의 생존권까지 보장하지 않겠다는 한미자유무역협정까지 체결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활을 오는 마음이 무겁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흘릴 땀방울들이 절망을 갈아엎을 수 있는 희망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들었지요. 그러나 농민분들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땀을 흘리면서 ‘함께 한다’는 것이 주는 힘에서 희망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반가웠고, 감사했습니다. 부족한 저희들이지만 농민분들께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합니다.
{농활을 마치며 ; 영진}
안녕하세요. 맨발 농활대 김영진입니다. 1학년으로서 처음 하는 농활이 저에게는 매우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농활이 대학생들이 그저 놀러오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이전에 생각했던 농활과는 사뭇 다른 일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맨처음 선발대로 마을에 먼저 도착했을 때는 이곳이 고향과 다른 생소함에 의욕이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마을을 돌고, 같은 반 사람들이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숙소를 우리 공간으로 만들 때부터 진정한 농활의 즐거움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매일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각자 생활하는 것과는 다른,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우리가 해나가는 와중에서 서로가 몰랐던 요리 실력이나 흥겨운 노래 솜씨, 몸빼 바지가 어울리는 모습, 논에서 자유롭게 걸어다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농활 오기 전에 갖고 있던 농사일들에 대한 생각들도 바뀌었고, 힘들고 지쳤지만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며 힘든 일들을 견뎌냈습니다.
농활에 와서 대원들끼리 친해지며 유대와 동지애를 느끼고 친해졌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소중함, 농민분들의 수고를 느낄 수 있었고, 농민분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거나 한미 FTA 쌀개방 같은 정치적 현안들도 얘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작업을 하고나서 ; 채령}
농활을 준비 하면서 가장 기대되면서도 걱정되었던 것이 ‘과연 일을 잘 도울 수 있을까? 괜히 폐만 끼치고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들이었어요. 농촌 문제들을 고민하면서 농활을 준비했지만 정작 그 현장에서 농민분들과 함께 땀흘리며 연대한다는 것이 덜컥 겁이 나기도 했어요. 하지만 농활 막바지에 이른 지금, 어느새 농민분들의 삶에 조금은 익숙해진 제 모습에 놀랍기도 해요.
저희 맨발 농활대가 처음 맡은 작업은 주산마을 행사를 도우는 것이었어요. 유채기름과 몸에 좋은 쌀과자도 알게 되고 청포물에 머리 감기, 천연 염색 등 독특한 경험을 했지요. 무엇보다 FTA와 쌀개방과 같은 이제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농민분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피 뽑기는 아마 저희 농활대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을만한 작업이었을 거에요. 처음 논에 발을 디디던 순간과 깨끗해진 고랑을 뒤돌아보며 흐뭇했던 기분들이 기억에 남네요. 피를 뽑으면서 농민분들과 솔직한 인생 이야기와 농사일에 대한 생각을 접하며 여러 가지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우리가 한 일들은 아주 미미한 작업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크기와 경중에 상관없이 맨발 농활대원들에게는 순간순간의 소중했던 배움의 장이었어요. 지금까지 저희의 서툰 솜씨에도 격려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농활대가 되겠습니다! ^^
{따뜻했던 다과회 ; 지혜}
토요일 늦은 7시, 맨발 농활대가 여성 농민분들을 모시고 작은 다과회를 열었어요. 수박, 전, 과자 등을 준비해놓은 다과회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다과회는 농활대원들의 소개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준비해간 매니큐어와 마스크 팩을 해드리는 시간을 가졌어요. 처음엔 부끄러워하시던 분들께서도 나중엔 매니큐어 색깔도 고르시고, 마스크 팩도 더 달라고 하셨답니다. 빨간색과 반짝이 보라색 매니큐어가 최고의 인기였어요! 여성 농민분들의 갈라진 손등과 손톱을 만지며 시골에 계신 할머니 생각이 나서 마음이 찡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빨간 매니큐어를 바르고는 봉숭아 물 같다고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너무 좋았답니다. 팩을 하며 여성 농민분들께 자제분 이야기, 건강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 몰라 어색했는데,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면서 신나는 시간을 보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말 따뜻한 다과회였어요.
{한미 FTA 반대한다!}
올해 2월 3일, 한국정부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시작되었다고 발표했고, 지난 6월 4일부터 10일까지 1차 협상을 했습니다. 이 협상에 반대하는 사람들 뿐 아니라 경제단체들 마저도 이 협정이 농업에 끼치는 영향이 수 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도 정부는 한미 FTA를 추진하려 합니다. 정부는 한국 농업이 처한 현실을 무시한 채 농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한국 농업을 포기하려 하는 것입니다. 농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 산업구조가 바뀌는 것만이 아닙니다. 농업이 없어지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식량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농촌이 식량 생산 역할 이외의 사회에 수행하는 기능을 간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업뿐만 아니라 한․미 FTA는 우리에게 교육, 의료, 문화 등 수많은 권리를 빼앗아 가면서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가난하게 하는 현재의 세계화를 촉진시킬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는 이런 중요한 협상을 정부는 충분한 논의 없이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농업부문의 연구에만 1년이 걸리고 3년 동안 협상 끝에 체결했던 싱가폴, 칠레 등과의 자유무역협정과는 달리 정부는 미국과의 협상을 1년 내에 마치려고 하고 있습니다. FTA로 인해 삶을 위협받을 사람들이 개입할 여지도 시간도 주지 않으려는 것입니다.
국가의 발전이라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것을 위해 끊임없이 축소당하는 농업을 더욱 파탄내고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한․미 FTA에 반대해 나가겠습니다.
★농활 대원들의 한마디!
■농활에서의 10일간 많은 일들로 때론 몸과 마음을 지치기도 했지만 같이 농활 하는 농활대원들이 있기에 뜻 깊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서울에 돌아가서도 오랜 추억이 될겁니다. -영진
■처음 농활을 왔을 때는 9박 10일이 그렇게나 길게 느껴지더니 어느새 훌쩍 지나버린 시간들이 그저 아쉽고 그리워지네요. 우리 모두 지난 시간 동안 각자의 마음에 무언가를 가득 담아가길. -채령
■이제 4학년이라 마지막 농활이 될 것 같은데 돈계리에서 보내게 되어 너무 좋았어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마을 분들이 모두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정다운 마음을 안고 서울로 올라갑니다. 건강하세요! -경선
■집에서 나와 낯선 곳에서 지낸 10일간의 기억. 도시에서 벗어나 농촌 안에서의 관계 맺음, 서울이 아닌 부안의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경험.... 소중한 경험들이었습니다. -다은
■4년 동안 매년 뽑아본 피지만, 정말 너무 힘들어요.ㅠㅠ 맨발 농활대 만세!! -성실
■팍팍하고 답답하기만 했던 도시를 벗어나 맨발로 “벼/피”와 함께 했던 건강한 날들이었습니다. 어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던 것도 소중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건강하세요!! -이량
■맨발농활대의 이름대로 맨발로 피 뽑으러 들어갔더니 풀독도 오르고 생채기도 좀 났지만, 작업이 끝나고 산산한 바람을 맞으며 마을 길을 걷는 기분은 참말로 와따입니더! -창미
■일상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경험! 밀짚모자, 트럭, 그리고 피! 절대 못 잊을 거에요!
-지혜
■농활에 왔더니 그동안 저를 괴롭히던 식욕부진과 불면증이 사라졌습니다. 서툴고 모자라지만 ‘함께 한다’는 것이 주는 기쁨과 가능성들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단단한 밑거름이 될 것 같습니다. -민영
■벌써 10박 11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여기를 떠나야 한다니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즐거웠고 많은 것 얻어갈 수 있었던 시간일 것 같아요. -용인
■ 농촌 현실에 대해서 신문이나 텔레비전으로만 접하다가 실제로 농활을 통해 경험하니 새삼 직접적으로 느껴집니다. 마을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아쉽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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