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에 걸쳐 글을 썼는데 오류가 되어서 날라갔다. 오 마이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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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1년째 아이들과 하루종일 붙어 있다.
오래 붙어있다 보니 딸아이의 특정 행동을 보며 화가 심하게 날 때가 있다. 그런 행동들을 적어 넘버링을 하면서
딸의 특정 행동들이 내가 제외시키는 사람들, 내가 제외시키는 캐릭터를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더 심하게 화를 내는 것이다.
1. 게으름을 부릴 때
나는 게으르다. 남편도 게으르다. 딸이 제일 게으르다. 뭘 시키면 무조건 조금 있다가, 내지는 하기 싫어, 안 해를 외친다. 그걸 보고 있으면 속이 부글부글
나도 게으르지만 정말 꼭 해야 하는 건 미루지 않고 한다. 우리 아이는 자신에게 중요한 그림이나 공부마저 미룬다. 나는 미루고 게으름 부리는 사람을 제외하는 것이다.
2. 노력하지 않고 얻으려 할 때
우리 아이는 공부를 싫어한다.(공부를 좋아하는 아이가 있기는 있는걸까?) 공부 싫고 학원 가기 싫고, 학교도 가기 싫단다. 그런데…공부는 잘 하고 싶고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고 한다.
노력하지 않는데, 성실하지 않는데 어떻게 좋은 결과를 얻지?
나는 늘 뭔가를 얻으려고 처절하게 노력했다. 공부 못하면 대학도 안 보내고 공장가서 돈 벌어오라고 할 집이었기에 열심히 공부했다. 대학 입학해서는 부모님이 등록금 줄 돈 없다 하셔서 과외하느라 바빴다. 학교 공부보다는 과외 학생 성적 올리기가 더 중요했다. 잘리면 안 되니까. 졸업할 때가 되었는데 IMF가 터졌다. 이력서만 100장 넘게 썼는데 결국 취직 못 하고 1년 정도 백수로 살다가 겨우 입사했다. 입사해서는 일로 인정 받으려고 피눈물나게 노력했다. 연애도 잘 못해서 선만 100번 봤다. (나는 잘 하는 게 별로 없었구낭)
그렇게 처절하게 노력하며 살아서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노력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언제나 150프로 노력하며 살았다. 친구도 잘 못 사귀어서 친구 사귀는 것도 노력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았으니 너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꼰대짓을 하고 있구나 싶다.(부모 타입 중 가장 안 좋은 타입이 자수성가형이라 한다. 내가 자수성가 했으니 너도 노력해야지 라고 자식에게 강요한단다. 나도 자수성가 타입인가보다)
그러면서도 속마음을 잘 보면 노력하지 않고 쉽게 얻으려 하는 사람을 제외한다. 노력하지 않고 쉽게 얻으려고 하는 사람을 도둑이라고 여긴다.
3.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닐 때
이게 가장 마음이 아픈 부분이다. 아이로서 표현이 자유로운 건데 이 모습을 보면 시누이가 생각난다. 시누이가 조울증이 심할 때 밤에 안 자고 괴성을 지르며 뛰어다녔다. 아무나 붙잡고 욕을 하고 심하면 물건을 부수거나 사람을 때렸다. 아이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뛰거나 혼이 날 때 귀가 찢어지게 비명을 지르면 아가씨가 생각나서 무서워진다. 애가 이렇게 크다가 고모처럼 조울증이 되면 어쩌지? 아이가 이렇게 된 건 다 내 탓인 것 같다.
나는 진심 정신병자를 제외하는 것이다. 유샘 말대로 정신병자 없는 집안이 어디에 있는가. 나도 때때로 미쳐서 정말 미친 *처럼 소리를 지른다. 특히 딸에게. 나는 때때로 미친다. 내가 때때로 미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는데 인정하기 싫을 뿐.
나는 마음 속 깊이 정신병자를 제외한다. 나도 정신병적 증상이 있음서. 아궁…
4. 아이가 액체를 쏟거나 심하게 어지를 때
아이가 주의가 산만하다. 그래서 뭘 잘 엎지른다. 흘리고 떨어뜨리고. 그걸 닦거나 치우면서 정말 깊은 화가 올라온다. 생각해 보니 울 엄마는 내가 뭘 엎거나 흘리면 화를 많이 내셨다. 몸도 마음도 힘드니 애가 어지르거나 흘려서 치울 때 얼마나 힘드셨을까, 울 엄마는 아이가 뭘 대충해서 엄마가 다시 손대는 걸 못 참으셨다. 아빠가 그런 분이셨기에 아빠 욕을 하며 우리를 혼내셨다. 아빠에 대한 화를 우리에게 풀었던 건데 나는 유독 아이가 뭘 흘리면 화가 심하게 난다. 그래서 아이에게 대 놓고 얘기했다. 나는 니가 뭘 흘리면 화가 많이 난다. 그러니 조금 조심해 주면 좋겠다고. 나는 마음이 힘들어서 아이가 뭘 흘리면 못 참나 보다.
5. 아이가 뭘 못 찾을 때
아이는 자신이 직전까지 들고 있거나 쓰던 물건을 못 찾는다. 주의가 산만해서 그런가…여튼 늘 나에게 물어본다. 찾아달라고. 나에게는 주의산만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주의산만=정신 없음=미친 것으로 보이는 거다. 정신병자를 제외하는 것과 일맥상통이네.
그래서 찾아주면서 겁나 잔소리를 한다. 그냥 찾아줘도 되는 걸
6. 아이가 친구가 없다며 울 때
나는 이 나이가 되어서도 친구 사귀기가 어렵다. 어렸을 때는 친구가 거의 없고 사회성도 떨어져서 집에만 있었다.
나는 집에서 구석에 쳐박혀 책이나 보았다면 우리 아이는 밤새워 핸폰으로 트윗질하는 차이? 트윗 친구는 있는데 현실 친구는 없다며 울 때마다…뭐라고 충고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하다. 나도 어려운데 나도 방법을 잘 모르는데 어찌 가르쳐준다요.
그래서 친구에 대한 얘기를 하다보면 나도 울 때가 많다. 나도 외로움을 많이 타고 친구가 없어 힘들었던 기억이 나서 말이다.
나도 그랬으면서 아이가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엄청 걱정하며 산다. 나도 잘 크지 않았나? 아이도 잘 크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가 친구를 만들어줄 나이는 지났다. 친구를 사귀는 건 아이의 몫이다. 나도 잘 몰라서 못 가르쳐준다. 그래서 슬프다. 이건 정말 슬픈 일이다.
7. 눈치가 없고 팩트폭력을 할 때, 생각나는 대로 막 말할 때
나는 나름 내가 눈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집안 분위기도 그랬고. 그런데 남편이랑 얘기하다 보니 남편 왈 “너 가끔 눈치 없을 때 있어.” 언제냐고 했더니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다 얘기할 때가 있단다. 그래서 눈치가 없다고 표현했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나는 친정에 가면 팩트폭력이 난무한다. 편해서도 그렇지만 아빠나 오빠가 미울 때 팩폭을 심하게 날린다. 가끔 시댁 가서 시어머니 물 먹이고 싶을 때도 눈치 없는 척 말을 해 버린다. 가장 보편적인 건 마음 편하게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다 말할 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거다. 나 눈치 없는 거 맞구나.
울 아이를 보고 있으면 얘는 눈치 볼 일이 없다. 가만히 있어도 엄빠가 알아서 다 해 주고, 다 사 주고 편하게 해 중다. 그러니 눈치 볼 일이 없고 팩트폭력을 마구 날리는 거다. 이 팩폭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이 본인은 나의 팩폭에 힘들어 한다. 마음은 여려가지구. 나는 어렸을 때는 솔직하게 말을 못 했다. 하면 바로 혼나니까 뒤에서 혼자 욕했던 기억이 난다. 혼잣말로 팩폭을 날린거다. 내 아이는 눈치 볼 필요없이 면전에서 팩폭을 하는 것일 뿐.
그런데 아이가 아무 생각없이 여과없이 말을 막 하면 걱정이 된다. 저렇게 말해서 친구는 어찌 사귀고 학교 생활은 우찌 하나 싶다. 나도 말을 막 하면서 아이는 눈치를 보라고 하다니 이것도 어불성설이다.
잘 보면 나는 눈치 없고 팩폭 날리는 사람을 제외하는 것이다. 나도 그러면서 아이한테는 그러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는 거다.
여기까지 쓰다 보니 마음이 먹먹하다…더 쓰면 마음이 너덜너덜해 질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
나는 가세를 공부하며 내가 제외시키는 많은 사람들, 캐릭터들을 마음에 품었다고 생각했으나 별로 진전이 없다. 아직도 멀었다. 아~~~~~직도 머~~~~얼었다.
첫댓글 글을 보며,
참 많은 점들이 현재의 나와 어린 시절의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나는 이런 모습을 받아들이는 방법으로 상상 놀이를 한다.
제외하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춤을 추거나 고무줄 놀이를 하거나 다방구 놀이를 하면서 노는 상상을 한다. 어느덧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고 그들과 한편이 되고 친구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내가 잘 못하는 친구 사귀기의 경우
소위, 노는애들을 내면의 공간으로 부른다.
우리 어릴 때는 '일진'이라는 말보다 '노는애'라고 불렀다. 공부 안하고 패거리로 돌아다니는 애들을 제외하며 나는 너희들과 달라 라고 생각했었는데
밴드에서 보이는 근황을 보니
50이 훨씬 넘은 나이에 그들은 골프채를 휘두르며 여전히 잘 놀고 있었다.
나는 일만 하는데...
이제 그들도 내면에 초대해서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과 즐겁게 지내는지 비법을 물어보고 그 패거리에 끼어 보는 연습을 한다. 큰 소리로 떠들고 술판을 벌리는 상상에 적응이 안 돼 쭈삣거리다가 나도 술고래 캐릭터가 되어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고 노는 상상을 한다.
그러면 기이하게도 몸과 마음이 가볍고 즐겁다.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며 일상의 걸림들과 마주하면 장애였던 것들이 나를 긁지 않는 것을 경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