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살기등등했다. 그것 때문에 엄마에게 많이 혼났다. 울 아빠도 살기가 등등하다. 울 딸도 그렇다. 그것이 대물림 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이슈로 세션을 했다.
얼굴도 못본(사진도 못 보았다) 할아버지에게 어떤 일이 있었나 보다. 할아버지는 아빠가 4살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살기가 흘러서 나와 딸에게까지 왔다. 아빠가 나와 내 딸을 할아버지에게 소개시키며 우리를 축복해달라고 하셨다. 할아버지의 축복을 잘 못 받고 있었다.
그 살기가 나의 단점이라 여겨서 끊임없이 그걸 누르려했고 착한 척 코스프레를 했지만 실패했다. 그래서 요즘은 걍 못되게 군다.
그 살기가 우리집에서는 주로 딸에게 향하고 친정에 가서는 3째오빠의 딸과 친정아빠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내 혀의 살기,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후벼파는 말을 마구 날리는 나를 돌아본다.
그게 어디서 왔을까? 어릴 때 나는 집에서 어떤 발언권이 없었다. 의견을 말하면 어른에게 대든다고 혼이 났다. 말을 안 하고 노려보면 노려본다고 맞았다. 내 의지와 반하는 일을 억지로 해야해서 얼굴에 표시가 나면 얼굴로 티를 낸다며 또 혼났다. 어떤 표현도 하지 못했다.
커서도 표현을 제대로 못하니 사람들과 싸우는 것처럼 소통을 했고 대학생 때쯤 되서는 비아냥 기술을 갈고 닦았다.
그리고 독설과 비아냥으로 회사와 집에서 나를 방어하며 살았다.
그것만이 내 칼이자 갑옷이었다. 남자들은 나를 무서워했고 여사친은 나를 싫어했다. 독설을 퍼붓는 사람과 누가 친구 하고 싶겠는가.
지금은 집에서는 딸에게 남편에게
친정가서는 친정아빠와 여자조카에게
독설을 한다.
유샘이 최근에 한 독설은 무엇이냐고 물으셨다.
딸이 죽고 싶다고 자주 말하는데 같이 죽자고 했다. 같이 걸어가는데 딸이 차도로 뛰어들어 죽고 싶다고 하길래 내가 밀어줄까? 라고 말했었다.
아빠에게는 그렇게 살거면 엄마보다 빨리 돌아가시라고 했다. 아빠 쏘리
조카에게는 투사라서 그건 패스
남편에게는 독설보다는 주로 비아냥 거린다.
그랬더니 나의 대역보고 누우라고 했다. 아주 편하게 누워있었다. 엄마 대역에게 내 옆에 누우라 했더니 엄마 대역은 안절부절하며 오래 누워있지 못했다. 나는 아주 깊이 죽음과 연결되어 있다.
엄마대역은 나에게서 멀어지자 편안해지셨다. 엄마, 엄마는 이제 저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내가 엄마를 못 떠나게 붙잡고 있다. 이런 장면은 여러번 반복되고 있다.
엄마와의 세션이 마무리되면서
장에 딸이 들어왔다. 딸은 정신을 못차리고 비틀비틀...현실에서도 그렇게 산다.
나에게 오지 못하고 내가 엄마로 안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남편을 세웠다. 남편에게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딸. 남편 옆에 시누이를 세웠다. 그제야 아이가 아빠와 고모를 향해 간다. 고모에게 더 끌리는 것 같다.
시누이가 세우기 언어를 했다. <그 일은 다 끝났다. 그 일의 대가는 다 치루었다.>
시누이가 그 대가를 치루느라 그리 아프고 삶이 힘든 것이리라. 아가씨 감사합니다.
유샘이 아빠가 더 안전하니까 아빠에게 보내라는 말을 하는데 오열이 터져나왔다. 아빠라도 안전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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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을 마치려 하는데 무언가가 또 올라왔다. 시어머니에게 돈을 받을 때마다 아픈 시누이의 케어 비용까지 받는 것 같아서 몹시 불편하다 였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남편이 시누이를 케어하게 될 거니까 그 돈을 미리 주신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그래서 감사히 받지 못하고 있었다.
유샘이 돈만 받고 케어는 안 해도 되지 않냐고 하는데 양심의 가책이 올라왔다. 내가 지나치게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거다. 엄마가 느네 아빠는 사기꾼이고 나쁜 짓을 너무 잘한다며 욕을 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나쁜 짓을 하다 걸리면 아빠 피를 어찌 속이겠냐며 혼을 내셨다.
그래서 엄마 아빠 대역과 내가 섰다.
엄마 대역이 세우기 언어로 <나는 속으로 사기를 쳤고, 니 아빠는 겉으로 사기를 쳤다>
가난하고 자식도 많은데 사기라도 안 치면 어떻게 그 자식들을 다 가르쳤겠냐고 유샘이 말씀하셨다.
엄마 아빠가 그렇게 힘들게 키웠더니 제 혼자 큰 줄 안다며...
엄마 대역이 나에게 등짝 스매싱을 하고 싶다 하셨다. 세게 등짝을 맞았더니 정신이 빡 차려졌다.
엄마 대역 해주신 샘 감사해요~
나는 정직하지 못하고 사기 치는 사람을 제외시켰다. 그래서 아빠도 마음 속에서 제외시키며 살았다.
그러나 엄마도 그렇게 정직하게는 살지 못했을 것이다. 정직하게만 사셨다면 우리 형제들은 대학 근처도 못 갔을 확률이 크다. 나는 껍데기만 보고 있었다. 부끄러워라.
나는 속으로 사기를 친 엄마와 겉으로 사기를 친 아빠의 딸이다. 그 힘으로 산다.
엄마 아빠와의 세션이 끝난 후 딸 대역과 마주 섰는데 딸 대역이 웃으며 나에게 왔다.
여러번의 세션에서 나와 딸 대역이 만나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 장면을 마음에 사진으로 간직한다.
나의 독설을 사랑과 존경으로 받아들인다. 누군가에게는 나의 독설이 언어의 재능으로 보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막말과 비난, 마음을 후벼파는 독한 말로만 들렸을 것이다. 나의 독설로 나를 살리고 다른 사람을 살리고 싶다. 죽이지 말고.
이것으로 독설로 무장한, 사기꾼을 제외하는, 도덕성 높은 나의 세션을 마무리한다.
이 글을 쓰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독설을 하겠지만 독설의 결이 달라지기를...바래본다.
첫댓글 휴~읽고 나니 숨차네요. 숨을 조금 내리고 이 세션을 다시 쓰기 해보시면 다른 결이 느껴질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