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비가 興比歌
◎ 흥비가는 계해년(1863) 음력 8월에 쓰신 것으로, 도인들이 수도를 함에 있어 유념해야 할 사항을 비유로 설명하신 가사이다. 흥비가는 도인들이 모든 일을 할 때 자세하고 분명하게 헤아리지 못하여, 일의 결과가 불미스럽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1 《시경》에 노래하기를, 『도끼 자루를 베어 보자. 도끼 자루를 베어 보자. 도끼 자루 베는 방법 어렵지 않네.』 (그러나 이렇게 도끼 자루를 베는 것처럼) 눈앞에 보이는 쉬운 일을 틀림없이 해낼 수가 있을 법도 하건마는, (그일이 어그러져서 잘못되는 수가 있다.) 이 경우 사람이 잘못한 것이지 도끼가 잘못한 것이 아니다. 이렇듯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일이라고 (너무 쉽게 여겨) 마음으로 깊이 헤아리지 않고 대충대충 해 보다가, 결국 끝에 가서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 얼마나 한탄스럽겠는가? 이래서 세상의 일이라는 것이 알기는 어려워도 하기는 쉬운 것이 있고, 알기는 쉬워도 하기는 어려운 것도 있음을 깨닫고 또 깨달아야 하지 않겠는가?
◎ 교활하고 거짓된 언행을 하는 사람들을 질책하신다.
2 밝고 밝은 우리 도의 운수는 모든 세상 사람들을 모두 밝게 비추건마는, 어떤 사람은 저렇고 어떤 사람은 이렇게 서로 다른가? 이리저리 생각해 보니, (그렇게 되는 것도) 각자가 만드는 운명이 분명하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하늘님은 높은 곳에 계셔도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실 수 있다.』 라는 말을 제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여 터득한 것처럼 여기며, 늘 그렇게 생각하기만 한다. (그러면서 행실은 반대로) 평생 교활하게 거짓말이나 하고 가소로운 짓만 한다. 그 사람은 『하늘님이 높은 곳에 계시지만 낮은 곳의 소리를 들으신다.』는 그 말에는 겁이 나서, 겉으로 말은 하지 않고 속마음은 속이면서, 『우리 도의 운수가 어찌 될지 모르니 이름이라도 걸어 보자.』라는 거짓된 생각으로 모든 친구들을 꾀어서 기쁜 듯이 대접을 한다. 아서라, 저 사람이여, 그대가 비록 제아무리 몰래 속여도 하늘님이 모르시겠는가?
◎ 몰지각한 사람과 교활한 사람의 행태를 설명하신다.
3 그 중에도 더욱 몰지각한 사람은 아침저녁 끼니조차 걱정하는 처지에, 자신에게도 없는 따뜻한 옷과 맛있는 음식을 구해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주면서 따뜻한 정이 있는 것처럼 은근히 말하기를, 『풍성한 운수와 덕이 있는 우리 도의 벗들은 이와 같이 서로 사랑하니 마음과 뜻이 서로 통하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묻지도 않는 말을 해 대면서 청하지도 않은 소리를 툭툭 털어놓으니, 그 하는 모양이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그 말을 듣는 교활하고 사악한 저 사람은 상대가 하는 말을 좋은 듯이 듣고 앉아서 속으로 생각하기를, 『이게 내 복인가? 열세 자 주문이 내 복인가? 이렇게 좋은 운수가 왜 일찍 없었던가?』라고 하면서도 상대방이 하는 유익하고 좋은 말은 모두 귓가로 흘려버리고, 그 가운데 좋지 않은 말만 달게 받아서 쌓아 두었다가, 그것이 가슴속에 가득해지면 마지못한 듯이 떠나가 버린다.
◎ 몰지각하고 교활한 사람들을 모기에 비유하여 말씀하신다.
4 (이러한 모습을 비유해 보면), 마치 무더운 여름날에 윙윙거리며 날아오는 벌레와 같은 것이니, 이 벌레는 귓가에 날아와서는 마치 따뜻한 정분이라도 있는 것처럼 윙윙거린다. 세상의 풍속이 남을 해롭게 하려면 몰래 하기 마련인데, 이 벌레는 미리 온다는 기별을 하고 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있다가 끝에 가서 해를 당하고 마니, 그때 가서야 정분이 있는 듯이 날아온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게 웬일인가? 이게 웬일인가? 피를 빨기 전에 「윙」하고 울면서 날아온 그 벌레가 나를 해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으면서도, 소리를 내면서 찾아온 것이 참으로 뜻밖이로구나. 이게 웬일일까? 이게 웬일일까? 이놈이 정말 나를 해롭게 하였는지 아무래도 한 번 잘 살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잠깐 살펴보고는, 『과연 정다운 소리를 내면서 나를 찾아온 그 벌레가 나를 해친 놈이 분명하구나.』라고 하는 것이다.
◎ 비유를 통하여 지각이 없는 사람들을 질책하신다.
5 이러니 지각이 없구나. 이내 사람들이여, 참으로 지각이 없구나. 저 건너 저 배나무에 어쩌다가 배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는 왜 그런가 하고 온갖 의심을 하던 차에, 까마귀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야 의심이 풀렸단 말처럼 끝을 봐야 안단 말인가? 지각이 없구나. 이내 사람들이여, 참으로 지각이 없구나. 멀건 대낮에 큰 도둑이 있다는 말을 자세하게 들었으면서도 그것을 모른단 말인가? 참으로 사람들이 지각이 없구나. 그 벌레가 피를 잔뜩 빨아 배불리 먹고 날아가 버렸으니, 그놈이 바로 문장군(모기)이 아니겠는가?
◎ 어질고 이치에 밝은 이들에게 도가 전해지는 연원을 설명하고, 비유로 설명하는 가르침을 자세하게 살피라고 당부하신다.
6 여러분 중에 어질고 이치에 밝은 이들은 내 말을 잠깐 들어 보라. 여러분은 자신의 덕을 하늘님의 덕에 합치는 것을 알았으니, 하늘님의 이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도 알 것이다. 그러나 예로부터 지금까지 처음 스승이 밝힌 진리가 다음스승을 통하여 계속 이어지는 연원이 있다고 하지만, 만약 어떤 사람이 그 처음스승의 진리를 자신이 직접 따르면, 그 처음스승의 연원이 곧바로 자신에게 이어진다는 것도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 내가 올바른 도리를 거울처럼 비추어서, 비유의 방법과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방법으로 가르쳐 줄 것이니, 가볍게 보아 넘기지 말고 자세하게 읽으며, 그 뜻을 잘 음미해 보라.
◎ 도인들이 요행을 바라고 수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과거 시험을 보러 다니는 일에 비유하여 설명하신다.
7 일고여덟 살 때부터 글을 배운다. 옛사람의 글을 여기저기서 뽑아다가 시도 짓고 글도 지으며, 과거 시험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나가, 출세도 하고 이름도 날리고 싶어 한다. 이런 마음은 사람마다 있다. 그러나 마음과 힘을 다하여 지은 시험 답안 글을 깊은 웅덩이 같은 답안지 놓는 곳에 넣고 나면 허무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신을 뽑아주기만 바라다가 결국 많은 사람들과 함께 떨어지고, 그 가운데 몇 사람만 합격하여 거리에서 풍악을 울리며 사흘 동안 친척을 찾아다니는 장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면 더없이 허무한 생각이 들어 다시는 과거 시험을 안 보겠다고 맹세를 한다. 그러고도 혹시나 자신의 운수가 어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요행을 바라면서 계속 과거 시험을 보러 다닌다. 그러다가 결국 지쳐서 과거 시험을 볼 마음이 그치게 되면, 그 얼마나 가련한 인생이겠는가?
◎ 수도를 함에 있어 마음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려서 결국 제자리고 돌아가고 마는 것을 길 가는 사람에 비유하여 설명하시며, 굳건한 신념으로 수도할 것을 당부하신다.
8 먼 곳에 가야 할 일이 있다. 가면 자신에게 이롭고 가지 않으면 자신에게 해가 되므로 어느 날 갑자기 길을 떠난다. 얼마를 가다가 생각하니 갈 길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집 생각이 자꾸 난다. 마음에 온갖 의심스러운 생각이 일어나 길거리에서 서성거리며, 『내가 이렇게 가는 것이 정말로 나에게 이로울까? 해로운 것은 아닐까? 이롭다면 가야 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어떻게 될 것인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렇게 갈등하다가 결국 집으로 되돌아온다. 이 얼마나 못난 사람인가? 사람은 (마음에 흔들림이 없는 확고한 신념으로) 떳떳하고 올바른 진리를 밝혀야 만고의 역사에 그 업적이 빛나게 되는 것이다.
◎ 수도를 산을 쌓는 일로 비유하여, 끝까지 인내하면서 정성을 다하여 도를 이루라고 당부하신다.
9 아홉 길 되는 산을 쌓을 때의 그 처음 마음이 얼마나 굳건했겠는가? 산을 쌓기 시작할 때는 지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꼭 아홉 길 산을 쌓으려고 마음을 굳게 먹고 또 굳게 먹는다. 이리하여 다섯 길, 여섯 길을 쌓을 때는 볼 때마다 재미가 있고, 해 놓고 보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하여, 『어서 해 보자. 부지런히 해 보자.』라고 하면서 열심히 산을 쌓는다. 그러다가 일이 거의 다 되어갈 즈음에 굳게 먹었던 마음이 풀리면서, 초조한 마음이 들어 쌓아 놓은 산을 자주 바라보게 되고, 결국 지겨움을 참지 못하고 그만두고 만다. 나중에 다시 보니 한 소쿠리만 더 쌓았으면 여한도 없이 완전하게 공을 이룰 일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렇게 한 소쿠리를 마저 쌓지 못하여 성공하지 못하고 말았는가? 이런 일을 볼지라도, 어떤 일이든지 끝까지 정성을 들여 하지 않으면 공을 이룩할 운수는 멀어진다는 것과 조급한 마음은 잠깐만 참으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생각하고 생각하라.
◎ 수도를 함에 있어 작은 부족함이라도 용인하지 말 것을 아름드리나 무의 비유로 설명하신다.
10 『아름드리의 좋은 나무가 두세 자 정도 썩었더라도 훌륭한 목수는 버리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기도 하는데, 그 말은 답답하고 딱한 말이다. 만약 목수가 훌륭하지 못하여 그 나무를 알아보지 못하면 어쩌겠는가?
◎ 자신의 가르침을 깊이 궁구하여 결국 무궁한 대우주 속에서 무궁한 자신을 발견하라고 가르치는 것으로 편지를 마치신다.
11 이런저런 이야기를 모두 다 하려면 말도 많고 글도 많아 조금씩만 기록하였으니 바로 위에 적은 것들이다. 이런저런 글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다함없는 이치를 이해가 잘 되든 안 되든 살펴보라. 그러면 사실 그대로를 자세하게 기록한 것이든, 어떤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것이든, 비유를 사용한 것이든 간에, 글도 무궁하고 말도 무궁함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무궁한 것을 무궁하게 살펴서 무궁한 이치를 알게 되면, 무궁한 대우주 속에 무궁한 나를 알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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