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홍상수 감독, 드라마, 86분, 2016년
홍상수의 영화 안에서 홍상수의 철학과 자신의 페르소나를 찾는 것은 자연스럽다.
감독의 어머니가 2015년 돌아가시고, 김민희 배우와의 관계를 공개하고, 이혼을 하며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 배우는 주류언론의 먹이와 대중의 지탄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상수 감독은 영화로 자신의 길을 굽힘없이 걷고 있다.
어머니가 위중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욕망의 문제에 골몰하는 주인공의 모습과
끊임없이 누군가 이상의 이성을 추구하는 남녀의 모습들
그렇지만 막상 그 이상엔 도달할 수 없는 현실,
그러기에 현실의 우리 자신은 언제나 불완전하고 흔들려 남루하기 짝이 없다.
결국 주인공 남자는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 시시각각 변하는
대상, 그것은 어찌보면 욕망에 충실하고자 한다.
욕망에 솔직하고 그것을 긍정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그 결과 남자와 여자는 깊은 공감에 도달한다.
그러나 우리 자신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역시 실체가 없는
어찌 보면 욕망의 끊임없는 탈주선과 같은 것들이 지속될 뿐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홍상수 감독은 그 탈주선의 열차를 타고 있는 것이다.
= 시놉시스 =
화가인 영수는 오늘 어머니가 위독하시다.
영수는 여자 친구인 민정이 어느 남자와 술을 마시다 크게 싸움을 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날 밤 그 일로 두 사람은 말다툼을 하고 민정은 당분간 서로 보지 말자며 나가버린다.
다음날부터 영수는 민정을 찾아다니지만 민정을 만날 수 없다.
그러는 사이, 그가 사는 연남동의 여기저기를 민정 혹은 민정을 꼭 닮은 여자들이 돌아다니면서 몇 명의 남자들을 만나고 있다.
영수는 민정을 찾아 헤매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데, 그게 세상하고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민정 혹은 민정을 닮은 여자는 영수가 두렵게 상상하는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채
“한번도 만나지 못한 그 좋은 남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둘이 다시 만나는 날, 두 사람은 어떤 식으로건 모든 싸움을 멈추는데, 그게 너무 좋아 믿기가 힘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