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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탄수화물에 대한 오해 그리고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의 허와 실
스웨덴 의사가 개발한 LCHF(저탄고지)로 불리는 식이법은 다이어트효과도 좋고 또 피부도 좋아지고 질병도 개선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스웨덴 국민의 20%가량이 이 식이법을 따른다고 한다. 이런 소식이 우리나라 방송을 통해 소개된 뒤 저탄고지 식이법의 열풍이 불어 마트에 버터가 동이 났다고 한다. 이 식이법이 효과를 내려면 영양섭취 비율을 지방 70~75%, 탄수화물 5~10%, 단백질 20~25%로, 핵심은 탄수화물을 아주 적게 먹고 지방은 아주 많이 먹는 것이다. 그동안 탄수화물은 가뜩이나 비만의 주범으로 몰려 실컷 두들겨 맞고 있었는데, 이 식이법이 소개된 이후 탄수화물은 별로 필요 없는 천덕꾸러기로까지 전락되었다. 정말 탄수화물은 비만과 질병의 주원인인 ‘공공의 적’인가?
시시비비를 가리려면 먼저 탄수화물에 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하다.
탄수炭水화물(carbohydrate)의 정의를 살펴보면 ‘탄소, 산소, 수소의 세 가지 원소로 구성된, ‘당류(糖類)’ 또는 ‘당질(糖質)’로도 불리며, 일반식은 Cn(H2O)m’이다. 결합한 당의 개수에 따라 단당류(monosaccharide), 이당류(disaccharide), 다당류(polysaccharide)로 나눈다. 단당류에도 포도당, 과당, 갈락토오스 등, 이당류에도 맥아당, 유당, 자당 등, 다당류에는 전분, 글리코겐, 섬유소, 펙틴, 검질 등으로 나뉘듯이, 탄수화물의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그럼에도 위 정의에 따라면 C,H,O, 탄소와 물 분자로 이루어지면 모두 탄수화물로 통칭하며 비슷한 성질을 갖는다고 인식한다.
바로 여기서 문제가 발생된다.
탄수화물이라고 다 같은 탄수화물이 아닌데도, 탄수화물 하나로 취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탕수수나 사탕무의 즙, 원당(原糖, raw sugar), 원당을 여러 번 정제하여 불순물을 없앤 이탄당인 설탕(sucrose)은 완전히 다르다. 좁은 의미의 설탕은 슈크로스만 함유하지만, 원당은 슈크로스 이외에 포도당·과당·맥아당·유당·갈락토스 등과 같은 당류하며, 사탕수수 즙은 또 다르다.
그럼에도 과학자들에게 탄수화물은 혈당을 올리는 주범일 뿐이다. 이런 실험실 결론은 현실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낫는다.
- 그들에게 통곡식의 전분, 흰쌀의 전분, 심지어 설탕을 탄수화물로 부르며 이 차이의 중요성을 외면한다. 전혀 다른 성질을 갖고 있음에도. 당뇨병이나 비만 관점에서 보면 현미의 전분은 치유 물질이지만 설탕은 물론 흰쌀의 전분도 질병 유발 물질이다.
- 탄수화물의 일종인 식이섬유는 얼마 전까지도 과학자들에게 단지 똥덩어리만 만드는 귀찮은 존재로 여겼다. 인간이 달나라에 발을 디디면서 우주식량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을 때 그들은 섬유질은 완전히 제거하고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등으로 구성된 우주식량을 만들었다. 지금 봐서는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결과물이 당시 우주를 달리는 과학의 수준이었다. 채식에만 존재하는 섬유소는 매우 중요한 물질이라는 자연치유사들의 주장을 외면하던 과학자들이 얼마 전부터 제 7의 영양소라고 명하였다. ‘제 7’?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저탄고지 식이법의 효과는 신기루인가? 아니다. 저탄고지 식이법의 세부 내용을 보면 답이 있다. 이 식이법은 단순히 ‘탄수화물을 적게, 지방을 많이’ 그 이상을 요구한다. 첨가물이나 인공 감미료 없는 천연 양질의 지방 식품(천연버터나 방목 유기농 고기 등)을 섭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견과류나 올리브유도 챙겨먹고, 설탕을 포함한 당이 들어간 제품은 피하고, 햄버거를 먹더라도 빵 대신 야채로 덮고, 주로 집밥을 권장하며, 꼭꼭 오래 씹을 것을 권장한다.
정리하면 저탄고지 식이법의 효과는
첫째, 공장식 축산물, 인스턴트식품, 외식, 정제탄수화물식품 등 몸에 해로운 질병의 원인을 줄이고 해독 식품인 채소를 더 많이 먹고, 꼭꼭 오래 씹기, 좋은 기름 먹기 등 상대적으로 건강한 식습관의 결과이다.
둘째, 죄책감이나 음식 조절에 대한 부담감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심리적 안정도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
셋째, 불결한 기운이 넘쳐나는 공장식 축산은 버리고 상대적으로 좋은 기운이 넘치는 천연 제품의 지방과 고기의 영향도 적지 않다. 대부분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은 동물성 식품의 지방을 통해 유입되는데, 천연제품의 축산물에는 훨씬 적게 포함된다.
효과는 단순히 고지방식 때문만이 아니라 복합적이다. 따라서 그동안 식단이 엉망 이였다면 이정도의 변화는 엄청난 변화이며,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지 여부는 의문이다. 우리 몸이 고지방식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가 될 때쯤 건강 채식인보다 훨씬 빨리 심각하게 발생할 것이다. 설사 다행히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안 나타나도 지방 과다 섭취의 효과라고 인정하려면, 평소처럼 채소도 적게 먹고 동일한 결과를 보여야 한다. 지방을 통해 체내에 유입된 독성을 해독하여 독성 발현을 늦추는 것은 채식이지 지방은 아니기 때문이다.
# 당지수의 허와 실
과학의 장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탄수화물이라는 용어가 과학의 발전에 따라 점차 큰 문제가 발생한다.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혈당의 변화와 건강의 영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당지수’를 만들어냈다. 당지수는 포도당 100g을 먹었을 때 흡수되는 속도를 100으로 기준 잡고 각 음식을 먹었을 때 흡수속도를 비교하여 수치화 시킨 것을 말한다.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높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지방 축적 등 문제가 많아 피해야 할 음식이라고 정의한 다. 그런데 황당한 일이 생겼다. 당지수를 비교해보니 감자는 90, 당근 80, 감자칩은 57, 기름에 튀긴 소시지는 28, 돼지고기는 0이다. 튀긴 소시지나 감자칩보다 감자와 당근은 아주 아주 나쁜 음식이 된 것이다.
심지어 의사들은 과일이 당뇨병환자의 혈당을 빨리 올리니 제한하라고 한다. 물론 흰밥, 빵 음료수, 그리고 고기도 먹는 사람이 과일까지 보태면 혈당 조절이 엉망이 되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이 때 과일을 줄일 것이 아니라 빵과 사탕, 그리고 고기는 끊고 흰밥은 현미밥으로 바꾸고 과일은 식전에 껍질 채 천천히 오래 씹어 먹어야 췌장 등 신체 모든 세포가 생기를 얻어 혈당 조절은 완전하게 돌아온다. 당장의 혈당이 올라가는 건 별 문제가 안 된다. 당뇨병 환자에게 큰 문제는 과일이 아니라 저질의 탄수화물과 동물성식품이다.
# 당부하지수 ; 당지수의 이런 황당함을 해결하기 위해 당부하[GL Glycemic Load = GI × 1회 제공 탄수화물 양 ÷ 100 (g단위, 식이섬유를 뺀 탄수화물 임)]지수라는 훨씬 복잡한 또 다른 이론을 만들어낸다. 이런 애씀에도 불구하고 설탕 당부하지수는 8, 콜라 18, 아이스크림은 19로 현미 23(18), 구운감자 28보다 훨씬 좋은 음식이라는 여전히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보여준다. 수치상으로 아무리 좋다고 해도 당부하지수가 낮은 콜라, 아이스크림대신, 더 높은 현미와 감자를 나는 선택할 것이다. 나는 내 건강을 위해 전문가의 권고를 완전히 무시할 것이다. 현명한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Ⅱ. 지방에 대한 오해
‘동식물에서 추출된 비휘발성, 비수용성의 기름으로, 화학적 조성이 같으며 주성분은 글리세리드이다. 글리세리드는 3분자의 지방산이 1분자의 글리세롤과 에스테르 결합한다. 지방은 상온 약 25℃에서 보통 고체가 되며, 단백질이나 탄수화물보다 약 2배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이것이 지방에 대한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이 관점에 보면 동식물 지방은 모두 비슷하다고 착각할 수밖에 없다.
지방이라도 모두 같은 지방이 아니다.
그러나 조금 떨어져 생각해보면 과학자들의 이 관점이 얼마나 비과학적인지 알 수 있다.
첫째, 동물과 식물은 다르다. 그렇다면 당연히 동물에 나온 지방과 식물에서 나온 지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화학 조성과 실험실 결과가 비슷하다고 ‘기능까지 같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설사 실험실에서 다름이 확인되지 않아도 근본이 다르면 뭐가 다르든 무조건 다르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도 적지 않다.
고체가 되는 온도가 다르다. 끓는점이 다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운(에너지)과 지방의 성분이 다르다. 동물성 지방은 인체에 불필요한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많지만, 식물에는 콜레스테롤 등 독성물질을 해독하는 식물스테롤(파이토케미칼)과 불포화지방이 많다.
이처럼 동물성과 식물성 지방은 큰 테두리에서는 같아 보이지만, 실제 기능과 기운측면에서 천지차이만큼 다르다. 동물성이든 식물성이든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즉 극단적 상황에서는 병에 빨리 걸리고 빨리 악화되고 잘 낫지 않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래도 식물성 지방은 동물성 지방보다 훨씬 유익하다. 일반 식물을 충분히 먹을 형편이 된다면 동물성 지방은 일절 필요치 않고 동물성 지방은 먹은 만큼 독으로 작용 한다.
과학적으로도 밝혀진 동물성 지방의 독성 성질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언급하기로 한다.
그리고 추출한 지방과 식물 속에 들어있는 지방도 다르다. 올리브 열매나 들깨는 좀 많이 먹어도 괜찮지만 아무리 좋은 오메가 3가 풍성히 들어있다고 해도 올리브유나 들기름은 많이 먹으면 안 좋다. 여기에 대량 생산을 위한 공장식 축산이 더해지면서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Ⅲ 단백질에 대한 오해.
탄수화물이나 지방은 차이점을 애써 무시하고 이래저래 비슷하다며, 탄수화물은, 그것이 현미든 설탕이든 상관없이 적게 먹으라고 주장한다. 반면 단백질 이야기만 나오면 양질의 단백질, 완전 단백질 타령을 하며 입에 거품을 물면서 동물성과 식물성 단백질은 질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며 동물성 단백질은 잘 챙겨먹으라고 틈만 나면 떠들어댄다.
정말 이상하지 않는가?
단백질은 하나하나 분석하여 그 차이를 강조하고 또 수 없이 강조하는데, 왜 탄수화물과 지방은 그 정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까? 오히려 틈만 나면 식물에만 주로 있는 탄수화물을 깍아 내리기 바쁘고 동물에 주로 많은 지방은 고탄저지 식이법이나 황제다이어트 하며 챙겨먹어도 좋다는 논리를 개발하려 안달이다.
앞으로 더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동물성 단백질은 식물성과 다르다. 이 다름이 사실은 문제이다. 식물성 단백질은 과잉 섭취해도 별로 위험이 낮다. 불완전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성 단백질은 완전단백질이기에 과잉 위험이 크고 암, 당뇨병, 자가면역질환 등 모든 질병 발생과 연관을 갖는다. 이와 관한 자세한 기전은 다른 장에서 살펴보겠다.
Ⅳ 과학의 근본적 오류
과학(영양학, 의학)은 실험실 결과의 일관성을 위한 표준화 단순화를 필요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늘 중구난방이 된다. 그래서 그들에 불순물(설탕을 제외한 원당의 다른 성분)을 제거한 것을 순수(pure)한 설탕(슈크로스) 이라고 부르고 이것으로 실험을 한다. 물론 과학의 발전으로 요즘은 좀 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지만, 사람과 동물을 분석하면 땅의 성분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렇다고 동물을 땅에 속해있다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사탕수수 즙, 원당, 설탕을 동일취급하려고 할까?
우주를 여행하고 수 없는 태양계가 존재하며 원자보다 훨씬 작은 입자의 존재를 밝혀내고 우주 탄생의 비밀을 논하는 현 수준에서 지금도 ‘탄수화물은 모두 같은 탄수화물, 지방은 모두 같은 지방, 단백질은 모두 같은 단백질’이라고 주장하려는 이런 논쟁 자체가 참 낯설고 안쓰럽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이나 치료의 전문가가 아니라 몸과 자연의 전문가가 필요하다. 논쟁하느라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지 말고 딱 1주일만 감사한 마음으로 현미채식을 해보라! 과학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신세계를 직접 맛볼 것이다.
농부의사 임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