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 “맛없다.” 소리를 예전엔 참 많이도 했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하고
채소나 곡식을 거두어 먹기 시작하면서 맛의 구분이 변하기 시작하였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감칠맛이 아니라
쌀은 쌀의 맛
고구마는 고구마의 맛
배추는 배추의 맛이 있다는 것
채소나 곡식들의 맛이
흙의 성분에 따라
햇살을 받는 양에 따라
습도에 따라
씨앗의 적응에 따라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는지를 알고부터는
무심결에 맛있다는 말이나 맛없다는 말을 하고는 곧 후회를 한다.
그리고 “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를 인사로 하고
맛없다는 말은 가능하면 쓰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고 몇 해가 지난 후
채소나 곡식에서 우러나는 맛보다도
내 몸 상태에 따라서 맛의 변화가 크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건강할 때와 건강하지 않을 때
배가 고플 때와 고프지 않을 때
긴장 할 때와 긴장하지 않을 때
그리고 여러 날 단식 후 엄청나게 다른 맛들을 만날 수 있었고
또 하나
조미료가 들어가거나 가공 된 음식을 먹고 난 뒤는 맛을 느끼는 감각이 둔해져
점점 더 맛있는 것을 찾게 되지만
논밭에서 거두어 단순하게 조리한 음식을 먹으면 입 안에서 퍼지는 맛과 향이 한층 더해지고
그 채소에 그 곡식에 만족하며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
지금도 여전히 맛있다는 말은 자주 쓰는 것 같다.
먹을거리가 밥상 위에 오르기까지의 그 모든 손길에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한다.
첫댓글 또 배웁니다. ^^
서울 강연 준비로 들풀님의 고운 글을 놓쳤네요.
고맙습니다. ^^
그리고 소중한 씨앗도 잘 받았습니다. 이것도 깜박했네요. ㅠ
ㅎ ㅎ
참 좋은 글이네요~~
다시 돌아봅니다...
공감 가는 말씀입니다...
좋은 말씀 감사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