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옷 어디에 있어요?

[한나]

“옷. 나는. 어디에요?”
“내 옷 어디에 있어요? 라고 묻는 거죠?”
“네”

베란다에 널어둔 자신의 빨래를 찾던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 쏜차이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옷. 나는. 어디에요?”라고 한 마디씩 끊어 물었다. 그는 일요일엔 사람들 출입이 많아 이동식  빨래 건조대를 계단 위 창고로 옮긴 것을 모르고 있었다.
쏜차이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지 일 년이 조금 넘는다. 근무처변경 문제로 쉼터에 있는 그는 태국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하지만 앞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그와 대화하려면 사전이 있다 해도 쉽지 않다. 반면 자칭 통역의 은사를 갖고 있는 나는 그가 “내 옷 어디에 있어요? 제 옷 찾아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다는 걸 바로 알아챘다.
태국어는 목적어를 주어 앞에 쓰나? 아닐 것이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그는 당장 갈아입을 ‘옷’이 급했을 것이다. 볕 좋은 가을이라지만 아열대 지역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겐 벌써 한기를 느끼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