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과 나이롱 뽕
40대 전후반 때이다. 경추 디스크로 지각을 제외한 온각 냉각, 통각이
마비되어 교정원에서 교정술을 받을 때인데,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되자 주변에서도 나를 따라 여러 사람이 교정원을 찾았다.
모두 나와 각별한 사람들이다. 체육관 관장. 치과원장. 보청기 업을
하는 친구들로 자연적으로 일과 후에는 거의가 이곳 교정원에 모였다.
모두가 비슷한 연령대이며 뜻이 맞아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교정원 원장은 나와는 동갑인데 장님이다.
모일 때면 곧장 저녁내기 화투를 친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화투에는
취미가 없는데, 이곳에서의 화투만큼은 비 길데 없을 정도로 재미가 솔솔 난다.
원장이 장님이다 보니 나이롱 뽕 밖에는 칠 수가 없다.
장님이 어떻게 화투를 치겠는가 하였는데. 알고 보니 어렵잖은 일이다.
화투 48장의 뒷면에 점자를 찍어 놓는다. 이는 점자를 읽을 줄 모르는
사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다. 점자를 읽을 줄 아는 사람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장님도 나이롱 뽕은 가능하다.
단, 손에 쥔 화투 1장을 바닥에 내놓을 때마다 공산이다 오동이 다를 알려야 한다.
그러면 장님 원장은 그 소리를 듣고서 화투를 치는데,
눈뜬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유독 장난을 좋아하는 치과원장!
맹인 원장이 들고 있는 화투장을 공공연하게 틈틈이 들여다
보고서는 그때마다 쥐고 있는 뽕 감이 무엇인지를 모두에게 암호로 일러준다.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면 솔이고, 난초는 손가락 다섯을
보이는 식으로 알려주면 모두가 그 화투장은 절대로 내 주지를 않는다.
설령 내주더라도 솔을 공산이라며 다른 이름으로 내놓으니, 이를 알리 없는
장님 원장은 화투판이 끝날 때까지 붙들고 앉아서는
"우와 미치겠다. 이거 왜 이렇게 안 나오나!"ㅎㅎㅎ 연신 탄식이다.
우리가 저 주지 않은 한 절대로 이길 수 없는데도 어찌나 화투를 좋아하던지
만나면 한 판치자고 조른다. 저녁내기가 벌어진
날의 저녁 식사값은 승패 관계없이 치과원장이 거의 부담했다.
지금은 그 세월이 언제 인양, 뿔뿔이 흩어졌고 교정원장은
오래전 세상을 떠났다. 오늘따라 불현듯 그때가 그리움으로 다가와 써본 글이다.
첫댓글 특별한 사람들과의 특별한 인연이셨네요
장님이시면서 화투를 좋아 하셨다는 얘기에 가능할까 했는데 충분히 즐길수 있었네요
참 재미로운 한 때 였습니다.
오늘 따라 몹씨 그립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나이롱 뽕 아닌지요?
고향은(전남 ) 입니다.
저는 이렇게 알고 썻는디 ㅋㅋㅋ
나이롱 뻥이 맞나요?
살짜기 묻습니다 ( 죄송 합니다)
이제야 사전 뒤져보니 나이롱 뽕이 맞네요.
좋은 지적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힘들때에 모인사람들과의 화투치기가 몹시흥미롭슴니다.
교정원장이라는분,치과원장이라는분의 놀이에 임하는자세도
흥미롭슴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람니다.
즐거웠던 한 때였습니다.
지금은 다들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칫과 원장은 호주로 가서는 10여년 전에 집에 한 번 다녀갔고 나머지 사라들은 소식이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십 년 지난 이야기가
실감납니다.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시각 장애인이 치는
화투가 가슴을 답답하
게 합니다.
지금은 돌아가셨다는
그 장애인님의 명복을
빕니다.
좋은 곳에 밝은 눈으로
태어나셨기를 기도합니다.
참 재미있는 친구 였는데......그립네요.
다녀가심에 감사합니다^^
재미있던 시간이였겠네요 ㅎㅎ
인생은 이래서 즐거운가도 봅니다. 지난을 아쉬워 하면서 또 하루를 넘깁니다.
귀한 시간 감사합니다^^
장님도 놀 수 있는 나리롱뽕
신기함으로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그때는 마냥 웃다 볼일 다 봅니다.
얼마나 웃었는지-
때로는 배가 아플 정도이기도 했습지요.
고운님의 아름다운 흔적 감사합니다. 늘 평안 하십시오^^
내기는 내기고
부담은 알아서 한 치과원장,
그 분 참 멋쟁이네요
치과 원장 저보다는 몇 살 아래인데- 아주 절친했습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기업 장남인데. 지금은 호주에 있습니다.
10여년전에 귀국하여 제게 한번 다녀갔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는 그림이 연상됍니다 ‥ 좋은 인연
이신것 같은데‥ 늘 강건하세요
이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재미로운 한 때였습니다. 귀히 다녀가심에 감사합니다.^^
사연이 정말로 재미있네요
근데 좀 지굳은 면도 ㅎㅎ,우째건 장님 원장님도
즐기셨으면 자득이네요 즐감요
이 일이 한 두번 아니고 화투칠 때마다 있은 일입니다.
장님 원장이
워낙 화투를 좋아해서 이럴때마다 웃느라 배가아플 정도였습니다.ㅎㅎㅎ
아마도 장님 원장은 알고도
손님들을 즐겁게 해드릴려고
놀이를 한게 아닐까요
식사비는 내는이가 있으니 악의없는
장난을 즐기게 해드리지 않았나 싶네요
참 대인배 였을것 같습니다
ㅎㅎ장님원장 전혀 몰라요.
화투를 좋아해
그저 이겨보겠다고 기를 쓰는게 더 우습지요.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그래서 자주
모이게 됐습니다.ㅎㅎㅎ
재미있는 시간들이었네요.
잘읽고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귀중한시간 함께하여 주심에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일입니다.
고맙습니다 ^^
교정원이 잼나는 사랑방 놀이터로 한 때 잘 보내셨네요
그 시절의 추억들을 글로
올리시며 한분 한분 모습들을
새김해 보시는
시간도 즐거우셨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정바다님 고운 걸음 반겨 맞이 합니다.
잊혀지지 않은 한때의 추억을 들추어 보았습니다.
교정원 원자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분들은 소식이 없습니다.
다들 잘지내고 있으리라 여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