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의 메아리
크리스마스 신화의 많은 부분이 더 오래된 고대의 신화와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해서 크리스마스 이야기의 특별함이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고대 이교도들의 동지[1]축제의 메아리가 겨울 특유의 유령과 귀신 이야기 속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은 어둠의 중심에 빛이 있다는 역설, 부활의 필연성과 재생의 계절이 되돌아옴을 축하했습니다. 고대의 문명들은 이런 자연현상을 직접 관찰했고, 이 자연의 순리를 촉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자신들의 책무를 했던 것입니다. 계절의 새로운 순환이 시작되도록, 곡물의 씨앗을 다시 심을 수 있도록, 동물들이 짝지을 수 있도록, 삶이 스스로 전진할 수 있도록 동지축제가 의식을 갖춰 거행되었던 것입니다. 바로 이 것이 겨울 축제의 중심에, 고대 신화의 중심에 위치한, 인간과 자연의 상상적인 계약이었습니다.
저는 예수의 탄생 이야기와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동짓날의 전통의 유사성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다양한 신화와 이야기들은 우리 공통의 문화적 유산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하여 살아있는 이야기로 보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그 과정이 필연적으로 불가지론적인 것이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세계의 중심에 위치한 생명의 신비는 여전히 건드려 질 수 없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의식의 수준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의 삶을 의탁할 신화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저도 크리스마스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극심한 외로움과 소외의 시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나 즐거워서 거의 전승축하같은 느낌을 주는 과장된 크리스마스 캐롤은 피하려고 했습니다. 다만 저는 '소울케익'의 가사와의 극적인 대비를 위해 'god rest ye, merry gentleman'을 인용하기는 했습니다. '소울케익'은 할로윈 날 이집저집 돌아다니면서 돈이나 "소울케익[2]"(원래는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음식이 아니었습니다)을 달라고 할 때 부르는 노래였습니다. 저는 또한 가정의 안락함을 다루는 노래도 피하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겨울은 많은 이들에게 어둠과 자기성찰의 시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저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3]이 쓴 시 '바다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라는 시에 이끌렸습니다. 이 시는 여행자가 크리스마스 날 느끼는 고향에 대한 강한 향수를 너무나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스카이 섬[4]에서 유래한 여성들의 노동요인 'thograinn thograinn'을 매리 맥마스터가 부르기 시작했을 때, 저는 노래의 멜로디가 스티븐슨의 시속에 등장하는, 일년 중 하필이면 크리스마스 날 아침, 자기가 태어난 절벽꼭대기 마을 바로 밑에서 침몰하기 직전인 배에 타고 있는 선원들의 열망과 완벽하게 대비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어두운 취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라면, 16세기 영국 가톨릭 예수회의 순교자 로버트 사우스웰의 시를 노래한 '불타는 아기'를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시는 인간의 원죄 때문에 참혹한 고통으로 어둠 속의 허공중에 불타고 있는 아기 예수의 소름 끼치는 환영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곡의 음악은 민요가수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크리스 우즈의 작품입니다.
이쯤에서 슈베르트의 연작가곡 '겨울나그네'를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도 이상한 일일 것입니다.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의 계절에 대한 대가다운 성찰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앨범의 구상에 중요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저는 '거리의 악사[5]'를 영어로 옮기면서 약간의 자유를 누렸습니다. 원곡에도 나오는 으르렁거리는 개들이 어쩌면 악사의 죽음에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첨가했습니다. 노래 속 관찰자는 거리의 악사에 대해 호기심과 동질감을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환상을 그려보기도 합니다.[6]
마지막으로 나오는 '그대는 겨울에만 내 마음에 떠오르네' 라는 곡은, J. S. 바흐 作 무반주 첼로조곡 제 6번 사라반드에서 영감을 받은 곡입니다. 이제는 더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이 노래는 유령 이야기입니다. 제가 작곡한 또 다른 곡인 '겨울의 사냥개'라는 곡도 일종의 유령이야기입니다.
겨울의 눈밭을 걷거나, 난롯불을 바라보며 어두워진 방에 들어가 앉아있으면, 저는 보통 뭔가를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때로는 이성적인 생각도 하지만, 대부분은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저는 추억에 쫓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겨울은 유령의 계절이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유령이 어딘가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여기 서릿발과 길고 긴 어둠이 함께하는 이 계절 안에 머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눈이 녹을 때까지, 계절의 순환이 다시 한번 시작될 때 까지는, 이 유령들을 고요히 그리고 공손히 대접해야 합니다.
Trans. by J & M
[2] 가톨릭 교회 축일인 '위령의 날'에 만들어 먹는 작은 케익
[3] 스코틀랜드 소설가, 시인, 여행작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원작자, 1850-1894
[5] '겨울나그네'의 마지막 곡. 영어번역판 제목인 ‘허디-거디 맨’의 허디-거디는 악기 이름.
[6] 이 앨범의 영어가사에서는 개들이 악사를 둘러싸고 있는 상태에서 악사가 잠이 들어버리는데, 원곡에는 잠이 든다는 내용은 없다. 또한 독일어 원곡에서 마지막 절에 등장하는 제 3자는 거리의 악사에게 반주를 부탁하는데, 이 앨범에서는 언젠가는 저 악사처럼 될 것이라고 먼 발치에서 독백하는 내용으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