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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성월이란
1. 교회의 마리아 신심
교회는 전통적으로, 마리아를 평생 동정녀요 ‘하느님의 어머니”로 여겨왔다. 마리아는 은총이 충만한 분이며,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생명의 원천인 그리스도를 낳았고, 마침내 세상에 구원과 축복을 가져왔다. 또한 성모 마리아는 신도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중개자요 전구자이며 영적 어머니로 받들어져 왔다.
인류의 구원사에 있어서 마리아의 위치는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었다. 마리아 공경은 교부들의 시대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5세기 초엽 교회에서는 “하와(Eve)를 통해 죽음이, 마리아를 통해 생명이” 왔다고 말했다. 또한 에페소 공의회(431년)에서는 마리아가 평생 동정이었으며 “하느님의 어머니”임을 선언했다. 그 후에도 마리아께 대한 공경은 지속되어 왔고, 중세의 절정기에는 성인 공경의 일환으로 마리아 공경이 성행하게 되었다.
교회에서 마리아 공경이 본격적으로 강화되기 시작한 때는 16세기 후반기로 볼 수 있다. 이때 교회에서는 종교개혁(1517년) 과정에서 제기된 마리아 공경 등에 관한 문제들을 검토했다. 그리고 마리아 공경의 정당성이 거듭 확인되어 성모 신심이 장려될 수 있었다. 성모 신심은 기도문의 새로운 승인이나 축일의 제정 등을 통해 확인된다.
즉 교황 비오 5세는 ‘성모송’을 “성무일도”에 삽입시켜 성모송이 널리 보급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1568년). ‘성모송’은 15세기에 완성된 것이었으므로, 당시로서는 비교적 새로운 기도문이었다. 교황 비오 5세는 1569년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봉송되던 ‘묵주의 기도’를 표준화하여 이를 보급했다. 그리고 1571년 레판토 해전에서 이슬람 세력을 그리스도교 국가들이 물리치게 되자 ‘로사리오의 축일’을 새롭게 선포하고 성모님의 전구에 감사했다.
한편, 교황 식스토 5세는 일부 지역에서 봉송되던 ‘성모 호칭 기도’를 1587년 공식으로 인가했다. 이렇듯 16세기 후반기에 이르러 불붙기 시작한 성모 신심은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가톨릭교회의 특징적인 신심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2. 성모성월의 유래와 의미
성모성월은 동방교회에서 먼저 지내기 시작했다. 이집트 중심의 곱트 교회에서는 이미 6세기부터 오랜 기간 성모 공경 축제를 지내 왔고, 11세기부터 예수의 탄생과 예수를 낳은 마리아를 찬미하기 위해 12월10일부터 1월8일까지를 성모성월로 지냈다. 이 기간 중 신자들은 성탄을 준비하기 위해 단식을 하고 마리아와 관련된 내용의 기도를 한 달간 매일 저녁에 바쳤다. 비잔틴 전례는 13세기부터 8월을 성모성월로 정해 8월15일 '성모안식 대축일(오늘날의 성모승천대축일)' 전 15일간 단식하고 이후 15일은 축제의 연속으로 기쁨을 표현했다(한국가톨릭대사전 제7권 참조).
로마 가톨릭 교회가 성모성월을 지내기 시작한 것은 중세 때부터였는데, 일반 민중들의 봄 축제나 5월 축제가 서서히 그리스도교화 됨에 따라 13세기말부터 5월을 성모성월로 봉헌하는 관습이 생겼다. 5월과 마리아를 처음으로 연결시킨 사람은 카스틸랴의 왕 알폰소 10세(1221∼1284)로 5월이 주는 자연의 신선한 풍요로움을 영적으로 마리아에게 기도할 것을 권고한 것이 발전한 것으로, 좋은 날씨와 풍년을 기원하면서 사용하던 푸른 잎은 성모님과 연관되면서 장미꽃으로 소재를 바꾸게 되었다.
로마에서는 필립보 네리(1515∼1595) 성인이 젊은이들에게 5월 한 달 동안 성모 마리아에게 꽃다발을 바치거나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선행으로 마리아를 공경하도록 함으로써 미약하나마 성모성월을 지내기 시작했다. 5월이 성모성월로 구체화된 것은 17세기말부터다. 피렌체 부근 도미니꼬회 수련원에 1677년 성모 마리아를 공경하는 한 단체가 생겨 이 지역의 5월 1일 마리아 축제를 지내다가 1701년부터는 5월 한 달 동안 매일 축제를 열었다. 이 축제 때 이들은 '성모 호칭기도'를 노래로 바치고 마리아에게 장미 화관을 봉헌했다. 나폴리나 만토바 성당에서도 5월 한 달 동안 매일 저녁 성모께 찬미가를 바치고 성모를 기리는 행사를 거행했다.
이후 19세기에 들어와 온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에까지 확산된 성모성월 신심은 교황 비오 9세가 1858년 성모의 원죄 없으신 잉태 교리를 선포하면서 절정에 이른다. 그 이후에도 역대 교황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성모성월 신심을 권장했다. 비오 12세(1939~1958)는 성모성월 신심이 엄격한 의미의 전례는 아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전례상으로 예배 행위로 간주할 만한 신심이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또 바오로 6세 교황은 성모성월은 세계 도처의 신자들이 하늘의 여왕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달이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1965년 성모성월에 관한 회칙 「5월」을 발표, 성모성월 신심을 평화를 위한 기도 수단으로 활용하고 이를 통해 마리아를 더욱 공경하며 이 영적 선물도 더욱 풍부히 받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성모성월인 5월은 전례적으로 다른 달에 비해 성모 마리아 축일이 많다. 13일은 파티마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이며, 24일은 도움이신 마리아 기념일로 지내 왔고, 또 31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이다.
3. 조선에 전래된 성모성월 신심
우리나라에는 제6대 조선교구장 리델 주교가 1877년 재입국한 후, 중국의 예수회 선교사 이탁이 저술한 「성모성월」이 한글 번역본으로 간행되어 유포되면서 성모 공경이 권장되었다. 한글 번역본 「성모성월」의 내용은 서문에서 성모성월에 대한 해설과 1822년 비오 7세 교황이 공포한 ‘성모성월 및 성모 공경에 관한 대사문’이 수록되어 있고, 본문에는 5월의 ‘성모성월’이 시작되기 하루 전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총 32일 분량의 묵상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각 날은 그날의 주제에 대한 설명과 성모 마리아에 대한 기도에 이어 덕행 실천, 기도 지향, 성인 행적의 예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성모성월을 정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성모 마리아님을 예로써 공경하는 달을 정한 첫 번째 이유는 성모님께서 우리 인간들에게 평생토록 주시는 온갖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서이다.……성모성월을 정한 두 번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주의 성총이며, 이는 잠시라도 멀어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악을 고치고 선을 행하여 선종하는 것은 모두 천주 성총의 도우심 때문이니, 자기 힘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할 것이다. 또 성모님의 인자하심에 의뢰하지 않고 이 성총을 얻는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것이다. 이와 같이 생각할 대 어찌 성모님을 공경하고 성모님께 기도하는 데에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 번째 이유는 성모성월이 성모님을 특별히 열애하고 공경하는 거룩한 때와 가르침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4. 성모의 밤
교회는 전통적으로 ‘여왕이신 마리아 축일’을 5월 31일에 지냈는데, 이날 성모님께 ‘하늘과 땅의 여왕’이라는 칭호를 드렸다. 성모님께서 하늘과 땅의 여왕이시듯이 계절의 여왕인 봄,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장미의 달인 5월에 성모님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계절을 성모님께 봉헌하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성모성월이 제정되었으며, 이 성모성월 가운데 하루를 정하여, 공동체에 따라서는 주간마다 또는 날마다 ‘성모의 밤’ 행사를 갖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교회 초창기부터 성모성월 신심 행사가 이루어졌으며, 성모성월의 절정은 성모의 밤 행사이다. 성모의 밤은 교회의 공식 전례는 아니지만, 성모성월이 되면 우리가 많이 실천하고 있는 가장 보편적인 신심행사이다. 이 행사에서 성모 신심에 관한 강론과 성가, 묵상, 그리고 성모님을 찬미하는 시와 노래, 기도와 꽃다발 등이 봉헌된다. 성모의 밤은 우리가 ‘하느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 공경의 예를 가장 잘 표현하는 행사로 우리의 신심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형태로 행사를 집전할 수 있다. 미사 또는 말씀전례와 연결하여 거행함으로써 성모신심을 더욱 북돋울 수 있다.
아름다운 봄, 꽃으로 성모님을 꾸미고 어머니이신 그분께 합당한 공경을 드리는 것은 자녀의 마땅한 도리라고 하겠다. 참된 성모 공경이란 촛불이나 꽃다발 봉헌이라는 외적 행위보다 하느님 말씀에 대한 순종,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 하느님의 계명에 대한 성실한 준수, 겸손, 고통을 묵묵히 감수하는 인내, 성실하고 항구한 기도의 자세 등 마리아의 삶을 본받는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리아 공경은 하느님 흠숭을 위해 도움이 된다. 이처럼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 선행과 기도로써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데 성모성월의 참뜻이 있다.
<성모성월 기도문>
○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며
나를 구하신 하느님께 내 마음 기뻐 뛰노라니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셨음이로다.
● 이제로부터 과연 만세가 나를 복되다 일컬으리니
능하신 분이 큰일을 내게 하셨음이요.
그 이름은 "거룩하신 분"이시로다.
○ 그 인자하심은 세세대대로
당신을 두리는 이들에게 미치시리라.
● 당신 팔의 큰힘을 떨쳐 보이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도다.
○ 권세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를 끌어올리셨도다.
●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셨도다.
○ 자비하심을 아니 잊으시어
당신 종 이스라엘을 도우셨으니
● 이미 아브라함과 그 후손을 위하여
영원히 우리 조상들에게 언약하신 바로다.
○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 기도합시다.
저희를 하느님 아버지께 이끄시는
주 예수 그리스도님,
주님의 어머니 동정 마리아를
저희 어머니가 되게 하시고
저희의 전구자로 세우셨나이다.
비오니, 성모 마리아의 전구를 들으시어
저희가 주님께 간구하는 모든 은혜를
받아 누리게 하소서.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