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감지기는 4선식이라는 군
임재정
화재 감지기는 4선식이래
뚱하니 사람 정수리나 훔쳐보는 자세가 건방져도
2선이 지난 자리를 되돌아드는 복선철도의 방식이래
지난 곳을 다시 와 보는 버릇은 어제에 코를 박는 자들의 것
작업복의 ㅁ이 말했어,
점심시간 식탁에 팔꿈치를 괸 비스듬한 몸은 그대로 말씀 같아서
혹 보았니? 그의 어깨에서 은가루로 떨어지던 먼지
또 무슨 말을 할까 ㅁ을 주시하곤 하지
(알아들을 수 없는 재미가 있거든)
늘 예상을 빗나가는 ㅁ을 따라가
곧잘 그의 보폭을 흉내 내는 나를 보기도 해
천장 속을 이해하면 말이야 그 바깥 환한 세계가 조금 어둑해지지, 나는 ㅁ이 되고 싶어 그 어깨에 앉는 먼지가 되고 싶어
ㅁ의 기운 몸은 사다리 때문이야
오늘 발견한 사실이야 놀랍지 않아?
일곱의 칸 식당과 주방 천장 속을 훑느라
내가 보낸 하루가 ㅁ이 가꾼 저녁으로 기울지
벨소리가 천장 어디에 숨어 돌아오지 않는지를
작업도구를 정리하느라 나는 잠시 놓치고
한순간 ㅁ의 세계가 비좁아지네 어떤 하자도
삶에 견줄 분량은 되지, ㅁ은 말하고
어깨를 툭 치며 버스에 오를 땐 채 오르지 못한 그림자가 남지
나도 4선식인가 돌아보는 귀갓길의 골목 텅 비네
달걀껍질 퍼즐
어느 골목을 헤매다
그녀를 만나신 일 없는지
햇살의 혓바닥을 문 빵 봉지가 날리고 쓰레기더미가 뒹굴고
민들레가 민들레로 흔들리는
흔한 풍경들 사이에 숨어
깨진 거울 속 금 간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여자
그녀를 만나신 일 혹 없으신지
젊은 나흘 사흘 내내 하루 하루의 창문이었던 여자
늘 손톱에 박혀서 움켜 쥘 수 없었던 여자
소파 움푹 패인 옆자리에 앉아있곤 하는 여자
둥글어서 모났던, 일으켜 세우면 누워버리던, 숱하게 훔쳐갔던 내 입술이 기억하는 떨림 속의 여자
천사와 악마, 날개 단 뭐든 될 수 있었던
그만큼 위태로워 위대했던
위통을 달래던 날달걀 하나로 쏟아져 여전히 내 안에 흘러 다니는 여자
그러나 그 여자는
맞추어도 흩어도 빈틈이 남는
껍질의 여자
품으려고 손 뻗으면 언제라도 달아나는 여자
둥글어서 모가 나는 여자
계란껍질을 맞추는 동안 비릿한 청춘이 한 무더기 쏟아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