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 성원
임재정
어떻게 나눠도 나머지가 남는
계절이 창문을 흔들고
일곱이 도착하고 세 개의 의자가 남았다
5년 동안 지속되던 겨울이 가고
봄인데도 우린 살을 맞붙이고 추위에 떤다
태양은 뜨겁고 공기는 차갑고 인간은 영원히 외롭다
다크-써클 좀 봐, 기영이는 목 꺾어 제 안을 보고
모잠비크에선 열대성 겨울이 수십 년 째래
계영이는 취재 중인 다큐 속살을 슬쩍 내보이고
술은 모든 버드나무들의 망명지
춘희야 네 아들도 망명할 거라든?
남는 의자는 여전히 세 개, 뒤늦게 흥구가 와도
프레임의 한쪽이 바다 속으로 풀린 사진
문장 몇을 모아 집을 짓고도 명패를 남겨놓은
나와 수많은 질문과 대답이 앵무새에서 비롯된다지
수십 년 째 우린 저를 어쩌지 못해 미성년
다 오지 않아도 그대로 성원인 채로
헤어지기 전까진 서로를 채우며, 깔깔
까르르
모퉁이를 돌아서 과거인 것들
달궈진 바위에 심장을 내어 말린다
실루엣으로 돌아선
출렁이는 넘치는 산란하는
어제의 너는 오늘 내 물기 속에서 완벽하고
손닿지 않게 쿡, 발을 뻗어 밀어놓는다 심장을 밀면서 밥그릇까지
목에 숟가락을 넣어 어제 먹은 밥을 떠낸다
날뛰지 않을 때의 심장은 초라하다
뒤집어 벗은 양말에 구겨진 어제처럼
유월의 바다에서 다시마가 녹아 사라지듯
몸을 놓친 영혼이 쥐똥나무 무른 그늘을 덜어가 희미하다고 당신이 느낄 때, 나는 여기 없어 사람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만
금지되는 순간 사랑은 사자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내 심장보다 먼 곳에서 일렁이는 네가 가젤처럼 내닫고 있지
내일이 오면 내일을 이해할 수 있을까 내일로
당신이 없으므로 이 문장은 공허하다
태양은 붉은 혀로 말라가는 심장을 핥고 나는 눈물에 어린 너를 핥는다
칠월은 오고 제가 누군지도 모르는 포자가 뿌리를 내리는 바다는 바위를 삼켰다 게우지
17억년은 그런 켜들이 쌓인 두께
어제 이후의 시간, 심장이 없어 사소하구나
-다층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