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박을 걸어 밤의 스웨터를 짤 때
임재정
1.
손가락을 찔린 김에
쓴다 심오할 것도 모자랄 것도 없이
붉게
천박하기로 아무 상처에서나 꽃피는 심장의 발걸음이지만
실핏줄 터진 봄볕을 땀땀 기워 당신이 입는다면
소박한 이는 꽃이 두렵다지
자, 여기 실을 뽑아 기둥코를 세운다 심장을 몸을 올올 엮어 세움코로
당신에게로 가는 붉은 발바닥이다 발길이 엮는 매듭과 매듭
그러나 당신의
언제부턴가 달아나기만 하는 털실뭉치인 고양이
당신을 걸어야겠네, 나는 검으니 당신은
더욱 붉어라
2.
당신은 왜 내 울음의 등에서 까르르 웃나
잘못된 배색, 내가 짜는 꿈은 붉어서 검은 열두 폭
골목 끝 숨죽인 나는 낮조차 밤, 패배자의 지하
손가락을 깎는다, 당신의 밝기로 지새는 내겐 구석도 없고
당신은 사실 어둠에 잇대어진 나입니다만, 한 번만 돌아봐주시겠습니까? 나를
3.
모두를 사랑하는 이, 애인은
내 등 뒤에서 숨겨둔 사랑을 들키고
나는 눈을 찌른 지 오래, 당신을 더듬어 당기면
떼구르르, 굴러가는 실 뭉치
손 뻗으면, 수염이 쫑긋 일어섰던 두 귀가 발톱이 이빨이 왁자하니 엎질러진 붉음이
뜨개질은 계속된다
눈앞이나 등 뒤나, 여긴 도무지 모를 곳입니다
아파트
저마다 끄고 켤 수 있는 네 모서리를 원했어
붉은 눈을 보면 붉은 눈이 되지
우르르,
광장에서 시장으로 가구점으로 마침내
한사람만 입에 제 발가락을 물고 삼킬 수 있다면
기어이 모두의 꿈에 조금씩 아쉬운 서랍장을 구해 각자 웅크릴 수도 있지
칸마다 잠금장치가 있고, 얏호!
20년 할부의 감옥을 구했다네
우로보로스, 축제의 시작이야
-문학들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