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래머리 여고 시절 주니어 잡지 표지모델로 주름 잡던 혜정이도 있었지만 문학상 휩쓸던 순정이나 약국집 딸, 하얀 얼굴의 현자가 제일 부러웠다 이불 밑에 주름치마 깔고 자던 언니처럼 나는 기껏 교복 주름이나 잡겠다고 기도하는 심정으로 잠이라도 반듯하게 자야 했다
어차피 생은 똑바로 주름잡기 위해 몸 전체를 기울이는 것이지만 이중주름처럼 난감할 때도 있다
서울로 상경한 혜정인 스무 살에 애엄마가 되었고 화장 떡칠하고 다니는 현자는 가수 매니저다 그럴 리가 없는데 떡대 좋은 순정인 다섯 살 아들 하나 두고 저 세상으로 갔다
오늘은 동갑내기 이종사촌 결혼식 고등학교 때 변변히 이름 한 번 못 불리던 그 녀석 고린내 나는 골방에만 처박혀 살더니 다 늦게 사법시험 붙어 장가가는 날 활짝 핀 이마에 골 깊은 주름살, 저 주름 잡기 위해 그는 또 얼마나 골머리를 섞었을까 이젠 내 사촌도 느지막이 주름 꽤나 잡고 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