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노트
아름다운 당신께
탄생 후 고작 2년 정도 시간만으로 그 아이는 벌써 고유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데 익숙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난 성년에 이르면, 어느 누구나 간직했던 그 본연의 빛은 두꺼운 진흙에 덮여서, 자의식적으로 끄집어내려 손을 뻗어도 닿지 않은 채 차가운 도자기처럼 되어 버린다. 이것은 누구나 겪고 있는 “사회화”라는 삶의 과정에서 한번쯤 안타까워했던 자신의 모습이지만 그것도 잠시, 먹고 마시고 떠드는 시간동안 또 한번의 한꺼풀 투명한 막이 얼굴위로 내려앉고 있다. 어쩜 우리가 음악과 영화에 심취하는 것은 그 시절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이나마 잠시 간직하며 하얗게 빛나곤 했던 그 미소를 만져보려는 것은 아닐까.
이건 어쩜 작은 실험일 수 도 있었다. 수천분의 일초를 낚아챌 수 있는 사진이라면 수많은 움직임 속에 아주 가끔 영롱한 빛을 발산하는, 우리내 깊숙이 감춰진 진정에 가까운 오브제를 포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것은 무중력 상태와 같아서 미소와 슬픔의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자신의 그을음을 온전히 내려놓고 숨김없이 드러내놓는 순간에 피어나는 이미지일 것이라 믿었다. 부리나케 지하철에 오르는 순간, 앙상한 백골처럼 신문을 펼쳐들고 있는 수많은 인파속에 묻혀버리는 순간에도, 그리움의 속성과 닮은 그 아름다운 모습은 순간순간 발현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단지 움직이는 영상 속에 묻어나지 않을 뿐.
사람에게서 발현될 수 있는 이미지 중 가장 그의 영혼이 집중적으로 드나드는 곳은 그의 이마에서 시작되는 몇 센치 되지 않는 짧은 거리일 것이라 가정했다. 사람마다의 얼굴 모양에 따라 가장 부각되는 거리가 미묘하며 상당히 다양했기에 그 적절함을 유지하기 위해 세로로 긴 포맷을 채택했으며, 조리개 심도를 통일시키고, 눈동자에 포커스를 두었다. 사진의 다양한 테크닉은 오히려 사람의 영혼에 상처를 낼 수 있다 생각했기에 가능한 단순한 이정도의 단순한 일관성으로 주제를 강조하고 싶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인류의 기원이자 수천년 전의 문화가 그대로 배어 있는 곳, 세계 도시학자들이 회생 불가능한 죽음의 땅이라 선고해버린, 인도 캘커타의 막다른 좁은 골목길을 작업의 배경으로 선정했다. 오랜 역사가 증명하듯이 종교도 군사력도 인도 안으로 들어오면 버터처럼 녹아버리게 만드는 그 놀라운 힘에 내가 찾고자 하는 무언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서두에 말했다시피 정말 작은 실험일 수도 있지만 이미 동전은 던져졌다.
바다에 떠있는 부표처럼 그들을 맴돌 수밖에 없는 한 이방인이지만 그 작은 실험정신은 진정성이 공중을 마구 유영하는 순간으로 나를 밀어 넣어 주었다. 그곳은 소리 높여 뱅갈의 노래를 부르는 야밤의 길바닥이기도 했지만, 마리화나를 밀매하는 걸인들의 품안이기도 했다. 때론 그들의 품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그곳이 빛이 사라져 버린 어둠일 때도 있어서 그들의 아름다운 순간에 대한 소통은 나의 마음에서만 오롯이 기록되어 있기도 했다.
이렇게 나의 이 실험을 이곳에 가져왔다.
그저 그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라. 그들이 걸어오는 마법과 같은 주문이 프린트된 이 종이를 넘어서 그들과 마주하는 당신의 마음에, 어린시절 어머니가 불러주시던 노래에 방긋 웃던 당신의 그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제 손끝으로 얼굴에 붙어 있던 진흙 덩어리를 떼어 놓고 본래의“아름다운 당신“의 주인공인 바로 당신과 마주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