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들어온이는 남편이 늦잠자서 깨워 밥먹이고 오느라 늦었다고 먼저 자리한 이들을 흩어본다. 미리온 댓명의 할머니가 모두 독거노인이기에 부러워한다는 눈치이다.
명절이 낀 한 주일을 보낸 이야기들을 여기저기 쏫아낸다.
후손이 많은 집은 어깨가 으쓱한다. 할 얘기가 무궁무진하게 쏫아져 나온다.
큰애가 해 갖고 온 선물부터 시작해서 막내아들 손자가 어떻다는 것 까지 입에 침이 마른다.
한편에 채머리를 흔드시는 할머니는 아들이 신용불량자가 되어 집에도 못 오는데 손자들만 왔다갔고 며느리는 옷하나 사서 보내왔는데 맘에 안들어 팽개쳤다고 듣는이에게 화를 낸다.
점잖은 편인 말없는 할머니는 ‘세상이 그렇지 뭐’ 하며 받아 주며 감정없이장단만 맞춰주며 그래도 형제들끼지 큰일 없이 무사히 잘들 가서 다행이라고 한다.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분은 묵묵무답 사람들이 이야기만 듣고는 큰 반응이 없다. 그분은
불편한 남편 돌아가시고 입양한 자식 결혼도 못하고 일찍 죽고 홀로 있으며 극빈자로 살고 있는 분이다. 명절날 찾아오는이도 별반없으시지만 둘러앉은 이들이 존경할 만한 분이다.
평생을 소신 것 살았고 지금은 비록 찾는 자식도 손자도 없지만 풍성한 마음을 소유한 분이다. 비록 명절이면 시끌한 집들이 부러움이 없을 수 없겠지만 바람불고 파도칠일 없으니
잔잔함 마음을 유지하고 살아가니 평안해 보인다.
해마다 찾아오는 명절은 준비하는 사람들은 고달프고 힘들다. 그러나 한해에 같이 모이는 몇 번 안되는 단합의 날이다. 그러나 차츰 이런 풍경도 부모가 떠나시고 나면 소원해 진다.
핵가족으로 꾸려가는 자연스런 추세이다. 시골에 내려오는 사람들도 줄어든다. 각기 가족끼리 움직이는 여행이 많아지는 명절로 장남도 장녀도 둘째 셋째도 없는 평등하기에 비난도 대접도 않고 자기주장대로 살아가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이 세상 흐름 아닌가 생각하며 씁쓰레 한다. 노인들이 계신 시골풍경도 예전 같지 않다. 윗집도 서너 대 씩 오던 차도 올해는 어쩐 일인지 한 대만 왔다간다. 우리 역시 그런 추세이니 남의 말 할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