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기다리는 너희를 생각하면, 엄마가 두명이었으면 좋겠어...."
사랑하는 수연, 수민아.
장마가 시작되었나 보다. 오늘도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전면적인 농성이 월드컵점에서 시작된지 5일째로 접어들었다.
몇 백명의 동료들이 차디찬 바닥에 박스 한 장 깔고 누워 잠을 자는 모습을 보고, 새벽 2~3시에 집으로 가는 엄마의 마음은 무척이나 무겁단다. 그러나 엄마를 절실히 기다리는 수연, 수민이를 생각하면 엄마가 두명이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 든단다.
엄마가 엄마의 일로 한번도 집을 비워보지 않아서, 엄마없는 빈자리에 익숙하지 않은 딸들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엄마를 그리워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그러나 수연, 수민아.
엄마가 직장생활을 처음에는 단순히 파트타이머, 약간의 경제적인 면을 해결하려고 시작했으나, 사회생활이 처음 생각과 다르더구나.
4년을 넘게 너무도 열심히 일한 직장에서, 동료들이 해고 당하고 본인도 생각지 못한 연수(교육간 사람이 그러는데 사이비 종교집단 같다고 하더구나)를 떠나는 것을 보고, 엄마는 다짐했단다.
수연이가 그랬지, 평상시 항상 엄마 일에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고, 닮고 싶다고.
그래! 수연아, 엄마는 특별히 내세우는 것은 없지만 항상 가족에게나 사회생활이나 최선을 다하며 살았고, 살아야 된다는 마음이었지.
그러기엔 이랜드회사의 횡포에 엄마의 자존심은 용납되지가 않더구나. 그래서 엄마는 동료들과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었고, 일자리와 권리를 찾기위해 가정을 뒤로 미루고 불철주야 (낯설게 들리겠지만) 투쟁하고 있단다.
엄마와 함께 밤새워 농성하는 동료들도 똑같이 수연이 수민이처럼 이쁜 자녀들이 있단다. 그 친구들도 엄마를 그리워하고 엄마들도 가족들을 그리워하지. 그렇지만 참아야 한다는 것. 엄마와 동료들이 하는 농성은 너무도 정당하고 누구에게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어쩌면 엄마 이러는 것이 서운할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너희들이 커서 사회생활을 하게되면 알게될거야. 왜 그토록 엄마가 열심히 권리찾기에 나섰는지를...
엄마의 바람은 너희들이 이 사회의 한 여성으로 자라면서,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당당한 딸들로 커주길 바래...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도 눈물이 나고,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은 어쩔수 없구나.
딸들아 사랑해!
이제는 장대비가 쏟아붓고 있네. 이 비가 그치면 무지개가 뜨겠지.
엄마에게도 희망의 무지개가 하루빨리 떴으면 좋겠다.
딸들아 항상 건강하게 살자꾸나.
2007년 7월 월드컵 농성장에서
엄마가.
첫댓글 부당한 대량해고에 맛서는 동지들이‘골리앗’ 거대 유통자본 이랜드그룹에 대한 ‘다윗’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속에서, 민주노총에서 '이랜드 사측에 성실교섭과 박 회장 직접면담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이를 이유 없이 대화요청을 거부했고, 특히 민주노총의 강한 경고와 노동부 중재 등으로 어렵게 연 교섭 자리에서도 이랜드 사측은 교섭현안들에 대해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서울 7곳, 경기 4곳, 울산·부산·대구·경남창원 각 1곳, 전남 순천 2곳 등을 포함 총 이랜드 21개 매장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저는 일신상 사정으로 지방에 있어 연대를 못하여 미안합니다. 비 온 뒤에는 무지개가 뜹니다. 더욱이 동지들의 열기 속에서 말입니다. 동지들이여 가열 찬 투쟁으로 승리의 그날까지 투쟁!